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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임금님 귀_정승열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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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용 기자 | 2021.04.15 11:34 입력

정승열 법무사.jpg


※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테네나 로마 공화정 시대는 소규모 도시국가여서 시민이 직접 투표로 동등자 중의 1인을 대표로 선출했지만, 점점 거대 국가로 변하면서 시민의 권리는 무시되었다. 백성들은 오랫동안 피를 흘리며 자유와 권리 투쟁을 벌인 결과 권리의 객체에서 권리의 주체가 되었다. 국가의 주인은 통치자가 아니다. 그런데, 국가권력의 분립은 분업이라는 능률의 원리가 아니라 국가권력 집중에서 오는 독재를 막기 위한 견제와 균형을 이념으로 한다.

 

권력 분립은 이권 분립, 삼권분립 혹은 오권분립 등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한데, 행정부는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한 대통령이 행정을 수행하며 국민에 대하여 직접 책임을 진다. 다만, 대통령제를 처음 창안한 미국 헌법의 기초자들은 영국처럼 나라의 상징인 (여)왕이 없는 점을 감안하여 ‘행정수반’이 국가원수의 지위를 겸하는 것으로 정부 형태를 설계했다. 한편, 내각책임제도 의원내각제 혹은 내각중심제 등 형태가 많지만, 대체로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가 행정까지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행정수반을 선출하여 통치하여 삼권분립이 아닌 이권분립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는 해방 후 미국의 영향으로 대통령제를 택했지만, 사실 그것은 내각제와 절충한 것이었다. 그러나 4.19로 제1공화국이 무너진 뒤 제2공화국은 반작용으로 내각책임제를 택했지만, 그 제도의 실효성을 체험하기도 전에 5.16. 쿠데타로 무너진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입법-행정-사법부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실체적 변화를 이끌 때 그 존재가 가장 빛난다.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가 중심이 되는 정치 속에서 정책을 펼쳐야 하고, 자신을 뽑아준 국민의 의사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만일 대통령이 통치자 내지 개혁 군주라는 관념 아래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려는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면, 국민은 물론 본인 자신에게도 매우 위험한 일이다.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기자들과 회견을 했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8년 동안 야당 의원을 만나 식사하고, 농구공에 사인하여 선물하며 협조를 부탁하는 일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처럼 대통령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민과 소통하고 의회와 소통하면서 잘못된 정책도 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즉, 야당과의 만남이나 기자회견이 대통령의 ‘연례행사’가 아니라 ‘일상 업무’임을 아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한 세기 전 우리가 부러워했던 동남아와 남미의 여러 나라 대통령들이 잘못된 망상 속에 사로잡혀 지금 수렁에서 빠져있다. 필리핀에서는 대통령이 마약사범들은 즉시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뉴스도 들린다. 우리 역대 대통령이 주도했던 변화나 개혁 정책도 방향은 다르지만 대동소이하다. MB의 4대강과 녹색성장,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교과서 국정화 등은 실체가 없는 환상이거나 허무맹랑한 것이었고, 문 대통령의 적폐 청산과 검찰개혁도 마찬가지다.

 

더더욱 미국의 장관이 대통령을 보조하는 비서(Secretary)인 것과 달리 우리의 각 부처 장관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그 설치·조직과 직무 범위를 법률로 정해진 국가기관이다. 또, 대통령은 국무총리나 각부 장관 이외에 국정 수행에 필요한 비서진을 둘 수 있다. 조선시대 의정부가 지금의 행정 부처라고 한다면, 궁내부는 청와대 비서실쯤 될 것이다.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헌법상 전면에서 국가 정책을 펼치는 각부 장관의 직무와 권한이 법정 되어 있으므로 대통령을 뒤에서 보조하는 청와대 비서실은 국정 전면에 나타나지 말아야 하고, 또 비서실은 작을수록 좋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정반대이다.

 

2018년 모 야당 의원은 “금년 1월 기준 청와대 참모들이 486명으로 500명에 육박하는데, 대통령은 헌법상 기구인 총리와 내각을 배제하고 청와대 비서진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냐?”며,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200~300명대이던 비서진이 DJ정부 때 400명을 넘더니, 노무현 정부 때 531명(3실장, 8수석, 2보좌관, 53비서관)으로 크게 늘고, MB정부 때는 456명으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현대판 로마 황제라고 하는 미국 백악관 비서진보다도 100명이나 많다는 것은 진정한 업무처리 인력이라기보다 보은 인사라는 비아냥거림도 많다.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며 청와대로 초대한 손님들에게 칼국수를 대접하며 조깅하던 YS도 이렇게 많은 ‘머리’를 빌리지는 않았는데, 인권변호사 출신인 대통령의 비서실 대폭 확대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참모들이 대통령의 옳지 못한 정책에 대해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 업무량도 늘고 복잡다기한 변수도 생기겠지만, 대통령이 각 부처 장관보다 측근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비서실이 ‘대통령 비서’의 범위를 넘어 내각 위에 ‘군림’하는 현상이 벌어질 위험성을 내포한다. 문득 몇 년 전 미국 NBC-TV에서 백악관에서 대통령의 참모들의 정책 결정 과정을 보여주는 드라마 웨스트 윙(the West Wing)이 생각난다. 대통령이 근무하는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 대응하여 참모들이 근무하는 서쪽 별관을 상징하는 웨스트 윙은 1999년 9월부터 2006년 5월까지 7년 동안 방영되면서 리얼한 정치 현실을 보고 미국인은 물론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가졌다. 대통령은 대선 때 청와대를 버리고 광화문에 있는 정부 제1청사에서 근무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지금은 공공연히 말을 바꾸고 있다. 비대해진 비서실을 충족시킬 공간이 없어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임금님 귀는 청와대가 아니라 백성들의 입을 향해 열려있어야 한다.

[ 이선용 gosiwee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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