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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집을 가진 죄_정승열 법무사(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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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용 기자 | 2021.06.10 10:50 입력

정승열.jpg


※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4월 29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확정 발표되었다. 올해 공시가격은 전국평균 19.08% 올랐는데, 이것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22.7% 인상 이후 최고의 기록이다. 공시가격의 대폭 인상은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따라 시세 대비 70.2%로 끌어올린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지난해 부동산값 폭등으로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결과다. 물론, 공시가격은 시민들의 열람과 이의신청을 거쳐서 확정되기 때문에 일정부분 낮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공시가격은 매년 1월 1일을 기준하여 정부가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에 대한 가격을 조사하여 지표로 삼는 가격으로서 당장 7월과 9월에 나눠서 내는 재산세와 12월에 내는 종합부동산세로 반영될 뿐만 아니라 재산거래세인 상속세나 다주택자의 양도세는 물론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의 기준이 된다. 또,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부동산 가격평가 등 63여 가지 행정 업무의 기준이 된다. 정부는 2018년부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속적으로 상향하여 2022년 이후에는 100%를 적용할 예정인데,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공시가격은 단독주택의 경우 시세의 53.6%, 공동주택은 9억 원 미만은 68.1%였으며 9억~15억 원은 69.2%, 15억 원 이상은 75.3%이다. 서울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은 지난해 28만 채에서 올해 41만 채로 증가하여 아파트 6채 중 1채꼴로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되었고, 25개 구청 중 9억 원 초과 주택이 도봉구와 금천구를 제외한 23곳에서 나와 사실상 서울 전역이 종부세 사정권에 들었다. 특히 외곽지역인 노원구(34.6%), 성북구(28.01%), 동대문구(26.81%) 등은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19.91%)을 훌쩍 뛰어넘어서 강남 부자를 잡겠다고 하던 종부세가 중산층까지 부담하게 되었다. 경기도도 32% 올랐고, 국회 이전 논의가 제기된 세종시는 무려 70.68%나 올랐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14% 올랐다고 하더니, 공시가격은 1년 만에 19% 이상 올린 것은 정부의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또, 시세에 맞춰서 공시가격을 올리겠다는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인 9억 원도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하는 데도 고가주택 기준인 9억 원은 2008년 이후 13년째 그대로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1월부터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국민경제가 최악의 상태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2028년까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는 정부가 강행하려는 처사는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처사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하자 정부는 6월 1일 현재 소유자를 기준하여 재산세에 대하여 5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세법을 개정하겠다고 했지만, 국회에서 총리 등 일부 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시하고 임명 강행으로 파행되자 그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고 있다. 필요할 때는 야당의 반발을 물리치고 강행하던 정부와 여당이 다시금 6월 중에 임시국회를 소집하여 6월 1일 기준 재산세 부과를 소급하여 감면하겠다고 하지만, 법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 무시는 둘째치고 그 약속조차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그동안 정부가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준다며 다주택자를 범죄자에 준할 만큼 각종 규제와 중과세 정책으로 스물다섯 번의 부동산정책이 발표되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으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요원해졌다. 대통령 자신도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상황이다.

 

미실현 수익을 빌미로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하는 것도 힘든데, 공시가격 인상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며 건강보험 등 각종 혜택을 제한받게 될 공산이 커졌다. 당장 6월 1일부터 시행된 전월세신고제는 재산세와 종부세 과세 기준은 고정된 상태에서 공시가격만 크게 인상되어 늘어난 조세부담은 세입자의 전세금이나 임차료로 전가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또, 고정 수입이 없이 집 한 채뿐인 은퇴자들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 공시가격은 분양가에 반영되기 마련이어서 향후 신축 아파트 분양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시가격이나 종부세 기준점을 인상하지 않은 채 재산세와 종부세를 매기고, 전월세신고제를 강행하는 것은 조세를 징벌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주택시장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서라면 보유세를 높일 때 양도소득세는 낮춰주고,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도 같은 비율로 올리는 등 출구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가렴주구(苛斂誅求)는 춘추시대 말 공자가 백성들이 가혹한 세금이 무서워 깊은 산속에 숨어 살다가 호랑이에게 시아버지와 남편, 아들을 잃은 한 여인의 사연을 듣고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말한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성어에서 유래한다. 역대 중국 왕조와 삼국 시대 이래 우리 역사에서도 가렴주구에 항거하는 민란은 왕조 붕괴의 단초가 되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

[ 이선용 gosiwee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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