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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식자우환(?)_정승열 법무사(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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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용 기자 | 2021.07.14 19:32 입력

정승열 법무사.jpg

 

※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계절이 또렷하던 한반도가 언제부턴가 아열대 기후로 변했다는 뉴스가 많이 늘어났다. 한 세대 전에는 여름철에 기온이 30도만 올라가면 ‘폭염’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35도쯤 오르는 것은 예삿일이 되어버렸다. 또, 그 무렵 서울 시내에서 생수병을 들고 다니며 목을 축이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생수와 음료를 담은 플라스틱 컵을 든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렇게 북반구의 가운데쯤인 한반도가 일 년 내내 고온다습한 적도 부근의 열대지방 기후와 비슷하게 변했다는 것은 지구가 그만큼 무더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미 사계절이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만 있다는 푸념도 많은데. 겨울에도 눈이 덜 내리고 춥기도 덜한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해가 갈수록 지구가 더워지는 지구온난화 현상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화석연료와 무분별한 화학제품 사용으로 세상을 오염시킨 인간의 업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더 편하고 안락한 세상을 살려고 과학기술을 개발하지만, 그것은 이미 ‘개발’이 아니라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키는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기상 상태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조금씩 일기를 예보하게 된 것은 인간에게 날씨가 그만큼 생활에 밀접해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매일 바다에 나가 조업하거나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물론 여행이나 휴가 계획을 세우고 또, 기업들도 기상 전망을 바탕으로 에어컨이나 탄산음료, 피서용품 등 제픔의 생산시기와 생산량을 결정하기도 한다. 기상청은 매일의 일기예보 이외에 폭염이나 한파, 장마와 태풍 등으로 인한 강수량이 평년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일지 기상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매년 5월 하순에 폭염의 강도와 재해 발생 가능성을 알려주는 ‘폭염특보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사실 폭염특보제라곤 해도 아직은 주의보와 경보의 2단계를 발표하는 수준이다. 뜨거운 직사광선을 온몸에 받을 때 일사병 같은 온열질환은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고, 또 고온은 농작물의 고사(枯死), 가축과 어류의 폐사, 정전 등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폭염이 장기화하면 그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폭염이 무서운 재난이라는 인식을 안겨준 것은 2018년 여름, 전국적으로 낮에는 폭염, 밤에는 잠을 잘 수 없도록 무더운 열대야로 폭염특보가 전국에 걸쳐 한 달 이상 계속되기도 했다. 또, 집중호우와 태풍은 농경지를 범람시키고, 건물을 침수시키고 둑을 무너뜨리는 등 피해를 안겨주었다. 정부는 2018년에 경험한 폭염을 계기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하여 폭염도 자연재해로 규정하여 범정부 차원에서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그러나 2019년에도 7개의 태풍과 그 피해로, 지난해에도 무려 54일이나 계속된 장마와 9월까지 3개의 태풍이 잇달아 심각한 재해로 인명 피해 46명, 재산 피해도 1조 2,585억 원에 달했다. 이렇게 최근 10년간 평균보다 3배 이상 많은 등 해가 갈수록 여름을 맞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데, 올해도 6월이 되자마자 날씨가 이상증세(?)를 보이고 있다. 하루걸러 비가 내리면서도 강수량은 보잘것없어 강이나 저수지를 채워주기는커녕 밭작물의 가뭄조차 해결해주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기상 상태에서는 각종 해충만 더 번창해서 농작물이나 가축 관리가 더 힘들어진다. 게다가 한낮에도 기온이 뚝 떨어져 선선함을 넘어 썰렁하게까지 한다. 문득 이런 잦은 비가 열대지방에서 매일 한 두 차례씩 내리는 스콜(squall) 현상의 전조 증세가 아닌지 궁금해진다.

 

지난 5월 24일 기상청이 발표한 올여름 기상 전망도 폭염 일수가 평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0일~ 25일로서 지난해보다도 열흘 정도 많을 것이라 했다. 장마가 끝나는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도 무더위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 고기압에 중국에서 달궈진 티베트 고기압이 가세하여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했다. 지자체에서는 시민들이 잠시나마 직사광선을 피하도록 네거리 건널목 옆에 차광막을 설치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1월부터 코로나에 시달리며 정신적 경제적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온 우리로서는 올여름 또다시 무더위와 태풍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에 미리부터 주눅이 든다. 공연히 조물주의 처사를 간여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은 아닌지, 미리 앞날을 알려고 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식자우환(識字憂患)으로 더 큰 걱정을 안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이선용 gosiwee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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