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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_정승열 법무사(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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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용 기자 | 2021.09.16 12:5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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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대선을 반년 남짓 앞두고 여야당의 예비후보들의 당내 경선이 한창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은 현 정부에서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직에 있던 인사들이 중도 사퇴 후 곧장 제일 야당에 입당하여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레이스에 참가한 점이다. 이들의 이런 속전속결은 현 정권의 보이지 않는 간섭과 제약에 한계를 느낀 결과인지 알 수 없지만, 현 정권에서 고위직으로 있던 이들이 중도 사퇴하자마자 곧바로 제일 야당에 입당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처사가 분명하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 매스컴에서는 이들의 정치 선언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이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분석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정치권 진출 선언만을 비난하는 것은 그다지 올바른 평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연 얼마쯤의 시차를 두고 정치에 뛰어들어야 하는지, 아니면 고고한 학처럼 정치권에는 아예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하는지에 관한 언급도 없다. 사실 감사원장과 대통령의 갈등은 YS정부에서 이른바 대쪽 판사라고 하는 대법관 출신 이 모 씨를 감사원장에 임명했지만, 그가 정치 현실을 비판하며 감사원장을 사임한 전례도 있다.

 

그런데, 눈을 돌려 정부와 여당을 바라본다면, 정부는 총리였던 모 인사를 대선에 나서도록 당으로 보내고 그 자리에 6선 의원이자 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정 모 의원을 임명했다. 여당 대표가 된 전직 총리는 4월 지방 보선을 앞두고 민주적 절차를 파괴하는 엄청난 만행(?)을 저질렀다. 그는 성 추문으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5년 전 당 대표였던 현 대통령이 정치개혁으로 삼았던 “당 출신 단체장들의 잘못으로 재·보궐선거가 생기면 후보를 추천하지 않겠다“는 당헌을 뜯어고쳤다. 그것도 당원 투표 결과 투표 참여자가 26%에 불과하여 ‘당원 전체 3분의 1 이상 투표와 과반 찬성’으로 확정하게 된 의결정족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투표는 단순 의견수렴 절차일 뿐’이라고 말을 바꾸고 개정을 완료했다. 이렇게 일국의 총리를 역임하고 대선에 나선 공당의 대표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지만, 이런 인식을 가진 위인이 대선을 향해 뛰고 있는데도 당헌을 개정했던 대통령은 가타부타 침묵하고 있다. 퇴근에는 당내 경선에서 열세를 보이자 국회의원직을 내던지는 결기를보여주고 있다.

 

또, 국회의장은 국가서열 2위의 고위직인데, 그런 인물이 행정부 이인자인 국무총리로 자리바꿈했다. 대선을 위한 경력관리 차원에서 국무총리로의 변신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의 수장으로서 국회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은 설령 당사자가 멸사봉공한다며 그 직을 원했다 하더라도 국회의 권위와 국민을 존중하여 거부했어야 옳다. 우리 사회에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거스르지 못하는 금도(襟度)가 있다. 그동안 국가수반을 역임한 대통령이나 입법부 수장을 지낸 인물들은 임기를 마치면 정계를 은퇴하여 국가 원로로 남는 것이 전통이었는데, 대통령과 전 국회의장은 이를 무시했다. 대통령은 낙점 배경으로 ‘국정 경험’과 ‘안정감’을 언급했지만, 그 결과는 4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대참패로 나타났다. 물론, 국무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몇 달 만에 자리를 내놓고 후임 총리가 임명된 상태다.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내세우며, 내 편이면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병역 비리, 논문 표절 등의 흠이 있어도 임명을 강행했다. 사실 몇 단계를 뛰어넘는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것도 형평에 맞는 인사가 아니었다. 또, 그에게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라’라고 격려한 립서비스(?)를 고지식하게 믿고 나선 우둔함이었는지, 아니면 사람을 보지 않고 법만 바라보며 일한다는 그의 평소 소신을 과소평가했는지 모르겠지만,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30년 친구 송 모 씨의 시장선거에 청와대 참모진이 올인 했다고 사정의 칼날을 휘둘렀다. 그 결과 민정비서관이었던 모 씨의 관여로 갈등이 심해졌는데, 그를 법무장관으로 임명 강행한 결과도 확전을 가져왔다. 대통령과 법무장관은 수사 검사들을 모조리 좌천시키고, 총장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흔히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을 대통령의 4대 권력이라고 하는데, 법무장관을 잇달아 세 명이나 교체하면서 검찰총장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징계위에 회부하는 등의 억압 끝에 사임을 종용하면서 총장 사퇴가 마치 검찰개혁의 최대 화두가 되었다. 여기에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주무장관과 관련 공무원의 자료 조작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감사원장도 미운털이 박혔다.

 

이른바 배신(?)의 아이콘들을 잘못 고른 청와대의 잘못인지 아니면, 대통령이 양호유환(養虎遺患)을 당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정국은 대선을 향한 각 당의 예비후보들 간에 치고받는 논쟁이 가관이다. 누워서 침 뱉는 일은 예사가 되었고, 적전 살상도 불사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염려되는 것은 정부와 여당이 중도 사퇴 후 대선 경쟁에 뛰어든 이들을 계속 매도할 때, 혹시라도 정부와 여당의 보이지 않는 위법사실과 권한 행사를 방해 사실을 들춰내어 낸다면 정국은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많다. 사견으로는 고위공직에서 중도 사퇴자들은 정치 선언을 하더라도 제삼지대에서 국민의 여론 추이를 지켜보고, 그들의 지지를 얻어 국민정당을 구성하여 대선에 뛰어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격적으로 야당에 입당하다 보니, 당내 인사들로부터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는 비난과 곤욕을 겪고 있다. 정부와 여당으로부터도 몰매를 맞는 형국이다.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는 옛말이 생각나는 시국이다.

[ 이선용 gosiwee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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