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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꿀벌아! 어디로 갔니?_정승열 법무사(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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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용 기자 | 2022.03.29 10:3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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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그 생물들은 서로 공존하면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데, 만일 그 균형이 바뀌면 인간의 삶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곤충으로 벌과 나비 정도만 알고 있지만, 곤충학자들은 곤충이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 중 6분의 5가량인 200만~500만 종이나 된다고 한다. 곤충은 대개 알과 애벌레 단계를 거쳐서 분화되는 일생인데, 그 과정에서 다른 동식물의 부패물을 분해하고, 또 다른 곤충을 포식하여 특정 곤충의 개체가 폭발적으로 발생하지 못하도록 억제해주기도 한다. 또, 현재 농작물의 3분의 1 이상이 곤충의 수분(受粉) 활동으로 열매를 맺는데, 그 역할을 맡는 곤충의 80%가 꿀벌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곤충의 이런 기능을 활용하여 생물학적으로 유익한 해충 방제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근래에는 메뚜기, 누에 등 여러 곤충의 애벌레(구더기)를 고단백질 원으로 삼아 미래의 식량자원 연구와 상업화를 진행하고

 

그런데, 오랫동안 인간과 밀접하게 살아온 곤충 중 꿀벌이 최근 원인 모르게 사라지고 있다. 온갖 식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은 수분을 도맡아 주는 벌과 나비가 사라지면, 생태계의 큰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하고 있으며, 꿀벌이 없으면 과일·채소 등 생장에 큰 타격을 주어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기형의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2008년 국제환경단체 ‘어스워치(Earth Watch)’는 꿀벌·플랑크톤·박쥐·균류 (곰팡이)·영장류 다섯 종을 지구에서 사라지면 안 될 다섯 가지 생물로 뽑았는데, 그중 꿀벌이 제1위라고 했다. 꿀벌이 없으면 장래 인류의 식량도 사라지는 대재앙을 초래하게 되므로 ‘대체 불가능’한 종으로 꼽은 것이다. 일찍이 꿀벌의 중요성을 강조한 천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고 말했다.

 

벌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인간이 꿀을 이용하는 꿀벌로 동양 벌인 토종벌과 서양 벌이 있다. 토종벌은 서양 벌보다 몸집이 작아서 국내 야생식물의 수분을 주로 맡고 있는데, 양 벌보다 부패병에 취약하지만, 꿀벌 진드기나 부저병 등 다른 전염병에는 저항력이 높다고 한다. 또, 양 벌은 대체로 한 종류의 꽃에서만 꿀을 모으지만, 토종벌은 한 지역에 머물면서 다양한 종류의 꽃의 꿀을 모아서 토종벌의 역할이 훨씬 넓고 토종꿀의 효험도 좋다고도 한다.

 

그런데, 2009년도부터 전염병 ‘낭충봉아부패병’(부패병)으로 토종벌의 개체 수가 급감하여 현재 토종벌이 멸종 위기상태가 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토종벌의 숫자가 2009년 38만 3,418마리에서 2020년 9만 8,076마리로 74.4% 급감하고, 같은 기간에 사육 농가도 1만 7,368곳에서 3,349곳으로 줄었다고 한다. 정부와 학계에서 토종벌 구하기에 나섰는데, 토종벌을 살려서 생태계를 보전하고 나아가 전체 꿀벌 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자는 문제의식에서다. 최근에는 겨울잠에서 깨어나야 할 꿀벌들이 사라져서 양봉 업계와 과수농가가 크게 당황하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4,173개 농가, 39만517개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졌다고 한다. 보통 1월 중순쯤 날씨가 풀리면 벌통을 열어 벌을 깨우는데, 벌통 개당 1만5000~2만 마리가 살고 있으니 꿀벌 60억~70억 마리가 사라진 셈이다. 양봉 농가들은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고 하는데, 꿀벌들이 빼곡하게 집을 지어놓고 무리를 지어 사는 벌집인 사양기(飼養器)가 텅텅 비었다.

 

아직 꿀벌이 사라진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농촌진흥청은 이상기후나 병해충 피해, 봉군(蜂群) 관리기술 부족 등을 거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따뜻해진 날씨 탓에 벌들의 면역력이 약해졌다”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지난 2년간 겨울 기온이 높은 탓에 벌통을 나섰던 벌들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귀환 도중에 얼어 죽었다는 주장도 있다. 또, 예년보다 빨리 증식한 꿀벌응애에 양봉 농가들의 방제가 늦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꿀벌의 감소는 양봉 농가와 벌꿀 유통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어 양봉협회는 꿀벌 감소로 15만 원 선이던 벌통 1개 가격이 40만 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꿀벌의 실종이 농작물과 식물 생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굳이 아인슈타인의 ‘꿀벌 경고’까지 들추지 않더라도 꿀벌의 실종은 당장 딸기며, 잇달아 피어나는 사과 배 등 과수와 농작물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나아가 환경과 생태계에 커다란 위험이 된다. 정부와 학계는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벌이 꿀을 빨아올 밀원(蜜源)을 만드는 것처럼 생태계를 지킬 대책을 세워야 한다.

 

1940년대에 개발된 DDT 등 화학적 살충제·제초제가 곤충을 죽이는 이외에 토양과 수질까지 오염시켰다. 나아가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의 체내에 축적되어 때로는 급속하게 혹은 세대를 거쳐 서서히 생명을 절멸시키는 인간의 업보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 꿀벌을 사라지게 만들지 않았는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벌과 나비가 살지 않는 곳에서 인간은 살 수 없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조용한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새소리도 벌 소리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없다면, 주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 도래하게 될 것이다. 

[ 이선용 gosiwee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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