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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검수완박_정승열 법무사(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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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용 기자 | 2022.05.02 10:28 입력

정승열 법무사.jpg


※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국을 태풍으로 몰아넣은 정치권의 ‘검수완박’이란 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세속어의 줄인 말이다. 본래 국가권력은 헌법에서 규정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하여 최소한으로 제한을 하는 경찰권과 국가의 이름으로 사법기관에 소추하는 검찰권으로 나뉘는데, 해방 이후 우리 헌법상 검찰권은 대륙법계의 영향을 받아 그 권한의 제약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물론, 경찰권도 일제의 영향으로 국민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간섭하여 무소불위로 행사하여 본래의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은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국정원장 등 4대 권력기관을 통하여 통치해왔다는 것이 정설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들이 오랏줄을 받고 옥살이를 하는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직전 정권의 ‘비선 실세에 의한 권력 농단’을 구실로 밤낮없이 열린 촛불집회로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후 출범한 문 정권의 임기 5년도 5월 9일로 끝나는데, 대통령 당선인 측과 인계인수 절차 속에서 계속되는 마찰음은 뜻있는 국민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물론, 그 저변에는 자신이 이전 정권에서 미움을 받아 한직을 전전하던 인물을 발탁한 검찰 총수가 자신과 측근에게 칼을 겨누다가 옷을 벗고, 제일 야당 후보가 되어 대통령에 당선된 상황에 대한 분노일 수도 있다. 게다가 여당 후보와 불과 0.6% 차이로 당선된 새 대통령에 대한 불복의 심리도 다분하고, 또 역대 임기 말 대통령의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새 대통령의 지지율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이 보통인데도 퇴임을 앞둔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에 대한 냉소적인 감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한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원칙이다. 오늘날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국회에서의 다수결을 국민의 의사로 간주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다수결 원칙은 차선(次善)이고 본질은 대화와 타협에 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도 다수결을 맹종하는 것은 중우정치(衆愚政治)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회민주주의가 시작된 영국에서도 초기에는 ‘여성을 남자로 바꾸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고 했었는데, 지금 300명의 국회 의석 중 172석을 차지한 여당이 영국 의회의 초기 이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경제와 같은 사회제도는 자연과학과 달리 객관적인 원리나 법칙이 없다. 그래서 어제는 옳았던 것이 오늘 다를 수 있으며, 끊임없이 변천하고 있다. 일찍이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검찰권도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대륙법계와 영미를 중심으로 한 영미법계의 차이가 있는데, 정부수립 후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수차 개정되면서 많이 민주화되었다. 하지만, 70여 년 이상 시행된 제도와 체제를 바꾸려면 국민적 합의와 타협과 토론과정이 있어야 하지만, 공청회 한번 열리지 않고 벌어진 작금의 상황은 다수결 원리만 앞세운 중우정치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국회에 개정안이 상정된 지 닷새 만에 상임위를 통과하고, 본회의를 통과하여 정부에 이송되어 시행하게 되는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국회 다수결을 내세우지만, 민주주의의 본질인 타협과 토론을 무시한 다수결은 사법 정의에서 위반된다. 이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라 형식적 법률에 의탁한 중우정치다. 만일 새 정부에서 개정법률과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고, 또 시민단체에서도 일련의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절차적.실체적 위법을 이유로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청구하여 어느 하나라도 받아들여진다면, 이것은 새로운 국민적 저항과 갈등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검수완박 입법은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둔 정권이 자파의 불법과 비리를 덮기 위하여 마지막 발악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퇴임하는 대통령도 자신의 손으로 임명한 검찰 총수가 제일 야당 후보로 대통령선거에 나서서 당선된 것을 배신이라고 단정 지지 말고, 그런 배신자(?)를 발탁한 자신의 어리석은 안목을 반성해보고, 또 자신의 임기 동안 정치적 위법과 무질서를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누구도 그가 불과 2년 만에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거나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지만, 살아있는 권력에도 사정의 칼을 휘두르라는 덕담을 곧이 곧 들은 그가 청와대를 수사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그런 그를 짓누르는 대통령과 세 명의 법무부장관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세간의 비아냥도 경청할 일이다. 검수완박으로 존재가치를 상실한 검찰도 평소에 ‘권력의 시녀’가 아닌 국민의 신뢰를 받고 검찰권을 행사했더라면, 국민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았을 테지만 자업자득이 아닐까 싶다.

[ 이선용 gosiwee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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