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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대통령의 공약_정승열 법무사(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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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용 기자 | 2022.05.10 09:06 입력


정승열.jpg


※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2년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이 출범했다. 그는 정치적 경륜을 쌓고 여의도에서 활동했던 정치인이 아니라, 직전 정부에서 검찰 총수였다. 촛불 정국에서 정권을 잡은 문 대통령은 전 정권의 청와대 댓글 조작사건을 수사하다가 밉보여 한직만 전전하던 그를 파격적으로 중앙지검장으로 발탁하더니, 다시 몇 단계를 뛰어넘어 검찰 총수로 임명했다, 이것은 그의 능력을 고려한 점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적의 적은 내 친구’라는 소박한 정의(情誼)에서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그는 살아있는 권력에도 좌고우면하지 않은 채 청와대를 수사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문 정권은 임기 2년의 검찰 총수를 어쩌지 못하고, 검찰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세 명의 법무장관이 잇달아 바통 터치하듯 그를 옥죄이니 마침내 스스로 옷을 벗었다. 문 정권에서는 양호유환(養虎遺患)이라고 말할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사람을 보지 않고 법만 바라보고 일한다는 평소의 말을 간과한 실책이 크다.

 

그런 그가 제일 야당의 대선후보로 나섰으나, 여당 후보에 불과 0.7% 앞서 당선된 점은 앞으로 집권 5년 내내 족쇄가 될 것 같다. 이것은 정권교체라는 그의 대의명분에 공감하지 않는 국민이 많다는 점과 함께 그가 제시한 공약에 공감하지 않는 유권자가 많다고 볼 수 있는 일이고, 야당으로 변신한 구여당이 300석 중 171석을 차지하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늘어질 것이 분명하다. 사각의 링에서 격투할 때 승자가 1회전에서 KO 시켰다면 패자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겠지만, 득표율에서 보여준 막상막하의 승패는 누구도 승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국민의 심판을 받고 당선되기 위해서는 제시하는 선거공약은 대국민 약속이자 소속 정당의 공식적인 정책으로 간주되고 또, 다른 후보와의 비교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후보자의 선거공약은 당선 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나게 되는데, 그는 후보 시절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하여 탈원전 정책 포기, 임대차 3법 폐지, 종부세 폐지, 사드(THAAD) 추가배치 공약 등 직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는 주요 수단으로 작용했다. 또, 취임 즉시 사병 월급 200만 원 지급, 여러 명의 ‘30대 장관’, 대학입시에서의 정시 확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 공약 등 지극히 간단명료한 것들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발표된 ‘110대 국정 과제’를 살펴보면 공감을 주었던 공약들 대부분이 변질하거나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버리고 광화문에서 근무하겠다는 공약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지만, 경호 문제 등 이런저런 이유로 용산의 국방부 청사를 집무실로 결정함으로써 애초의 공약은 공염불이 되었다. 게다가 공관으로 국방부 장관 공관을 사용한다느니, 국방부 장관 공관이 너무 낡아서 한남동의 외무부 장관 공관으로 한다느니 하여 결국 대통령 한 사람의 집무실과 공관 문제는 연쇄 부작용을 일으키고 새 정부의 이미지를 크게 깎아 먹었다. 여기에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정부 출범에 앞서 각료 구성에도 제동이 걸렸다. 여가부 폐지도, 사병 월급 200만 원도 공약 폐기가 아니라 점진적이라고 하지만, 설익은 즉흥 공약으로 국민을 속였다는 비난만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갤럽이 5월 3∼4일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윤 당선인의 부정 평가 이유 1위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32%)’이었고, 그 다음이 ‘인사 문제(15%)’, ‘공약 실천 미흡(10%)’, ‘독단적·일방적(7%)’, ‘소통 미흡(5%)’ 순이었다.

 

결국 달라진 것은 대통령이라는 자연인 한 사람과 집무실, 공관의 변경뿐이라는 비아냥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당내에서도 공약 후퇴에 대해 국민에게 반성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평론가들도 “1993년 당시 김영삼 대선후보가 “대통령직을 걸고 쌀 시장 개방을 막겠다”라고 약속했지만, 취임 초 통상 협상에서 결국 쌀 시장을 개방하면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사과했듯이 대통령은 약속을 못 지킨 데 대해 양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의 과정인데도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국민적 비판이 많은 몇몇 후보자에 대한 철회를 고려하지 않고, 문 정권의 핍박에 대한 복수(?)에 나서면서 '국민을 위하여'라며 독선적으로 밀고 나가려는 자세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긴장 상태가 장기화할수록 코로나 사태로 국내경제는 물론 국제정세도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국민뿐이다. 수많은 정치인이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심리에서 지역주의나 연고주의에 기대어 소속 정당의 정강·정책과 맞지 않고 또 실행 가능성도 없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사례가 많은데, 국민은 또다시 선심적이고, 즉흥 공약에 속아버린 현실이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 이선용 gosiwee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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