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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물난리 - 정승열 법무사(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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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주 기자 | 2022.08.18 13:0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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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세계 경제 대국 10위의 한국은 국토의 5%에 국민 20%가 사는 서울공화국이다. 그런데, 수도 서울이 8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수도(水都)가 되어서 국내 톱뉴스는 물론 해외 토픽으로도 소개되고 있다고 한다. 8월 8일 밤 9시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141mm의 비가 내렸고, 밤사이에 서울 동작과 서초에는 총 400mm 이상의 비가 내렸다.

 

서울 동작은 8일 밤 11시까지 380㎜를 기록하여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 8월 2일 354.7㎜를 넘어 102년 만에 일일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고, 경기도 양평, 여주 등 경기 동남부 지역에도 400mm 가까운 비가 내렸다고 했다. 비는 10일까지 최대 300mm 비가 더 내릴 것이라고 한다.

 

수도권의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구, 서초구, 구로구 등 저지대가 많은 지역은 사실상 도시가 마비됐다. 강남역에서 신논현역 방향의 차로와 인도가 모두 발목 높이 이상 물에 잠겨서 도로를 달리던 승용차의 지붕까지 물이 차오르고, 달리던 시내버스도 차체 절반이 잠기도 했다.

 

지상의 상황이 이러하니, 지하는 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하상가가 많은 강남역 지하는 빗물이 발목 높이까지 잠겼는데, 이곳은 2010년 이후 2년마다 한 번꼴로 침수되는 상습 저지대로서 2015년 서울시가 배수 대책을 내놨던 곳이다. 지하철 4호선 이수역과 동작역은 지하로 빗물이 차오르면서 밤 10시경부터 역이 폐쇄되고, 무정차 통과했다. 영등포역도 일부가 침수되면서 1호선 하행 운행이 전면 중단되는 등 일부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어 시민의 발이 묶였다. 집중호우로 산사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상청은 “계속된 비로 지반이 약해져서 산사태 우려 지역에서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저지대 침수와 하천과 저수지 범람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강홍수통제소는 강남구의 한강 대곡교 수위가 밤 9시 40분께 홍수주의보 기준수위(수위표 기준 5.50m)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경기도 포천시 한탄강 지류 영평천 영천교, 화천 평화의 댐의 북한 측의 방류에도 ‘홍수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이런 집중호우를 바라보면서 100년 만의 물난리니 어쩌니 하면서 천재(天災)로 돌리는 정치인들이 많은데, 과연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천재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강북의 망원동 일대나 중랑천 일대는 상습 저지대로 물난리를 겪던 지역이지만, 제방과 배수시설을 강화해서 지금은 그런 위험이 사라졌다. 그런데, 신개발지인 강남, 서초 일대가 상습 침수지역이라는 사실은 도시계획의 잘못과 수해 대책을 잘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1960년대까지 우리는 땔감과 무분별한 남벌로 비만 오면 벌거숭이산에서 흘러내리는 산사태가 많이 발생했지만, 이후 주거환경개선과 지속적인 녹화사업으로 벌거숭이산은 사라졌다. 그런데도 근래에 물난리가 반복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수익성이 좋다는 골프장에 혈안이 되어 마구잡이로 산을 깎아 내고 난개발을 허가하여 산사태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는 골프장 개발과 무분별하게 파해친 태양광 패널의 어리석음도 많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골프장뿐만 아니라 2011년 우면산 산사태로 알 수 있듯이 도시주변의 난개발이다. 그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서울 강남 지역처럼 지질과 수계(水系)를 무시한 물난리는 배수 대책을 소홀히 한 정부와 지자체가 저지른 인재(人災)다. 예전에는 노지가 많아서 웬만큼 비가 오면 땅에 스며들고, 스며드는 속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릴 때 낮은 곳을 따라서 흘러내리는 등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도시나 농촌 할 것 없이 온통 마당, 도로, 공원까지 포장하여 조금만 내려도 스며들 곳이 없는 빗물은 금방 낮은 곳을 찾아서 작은 시내를 이루어 흐르고 있다. 물론 골목이나 도로변에는 빗물을 처리할 배수구가 있지만, 배수구나 하천의 관리현실은 가소롭기만 하다.

 

가령, 어느 도로가 4차선이라고 할 때 그 도로 폭은 평균 15m (=3.5m× 4차로)이고, 도로 양쪽의 인도 10m(=5m× 2)를 합하면 약 25m의 포장 지면이 되지만, 그 지면에 내리는 빗물을 흡수하는 배수시설은 대부분 양쪽 도로변에 만들어진 폭 60~ 90cm 정도의 하수구가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간당 20mm의 비만 내려도 지표면에는 5,000㎥(=25m× 20mm)의 빗물이 생기는데, 하수도는 고작 3,600㎥ (=60cm× 60cm)의 빗물밖에 소화하지 못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각 가정과 공장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빗물과 생활하수까지 모두 도로변의 하수구로 집중되어 단 10mm만 내려도 하수구는 금방 과부하가 되어 넘치게 된다. 여기에 일부 악덕 시민들이 평소에 온갖 생활 쓰레기를, 겨울에는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운다는 구실 등으로 밀어 넣기만 할 뿐, 제대로 파내지 않은 하수구는 온갖 오물과 비닐, 낙엽, 쓰레기 등이 빗물의 흐름을 막고 있다. 하수구를 매년 모두 파냈다는 기사는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대리석 포장도로인 유럽, 특히 프랑스 파리의 도시계획을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파리는 도로 위에 흘러넘치는 빗물을 처리하기 위해서 220여 년 전인 나폴레옹 시대에 도로 폭에 버금가는 넓이의 지하수로를 설치해서 이런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해결했다. 지금은 복원되었지만, 청계천 복개도로를 만들면서 그 아래에 도로만큼 넓은 청계천이 배수로 역할을 하여 서울 도심의 물난리를 해소했지만, 저지대인 강남역 일대는 양재천을 통하여 한강으로 흐르는 저지대여서 금방 빗물이 집중되고 도로와 지하차도는 침수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 도로 폭의 절반만큼이라도 지하수로를 설치할 필요가 있고, 매년 정기적인 준설작업 등 하수도를 관리해야 한다. 한편, 매년 수해복구 예산액이 1조 원이 넘는데도, 치수 예산은 그 1/4에도 미달한 현실도 반성해야 한다.


정치인이나 행정기관은 근본적인 수해 예방 대책이 아니라 피해복구에 치중하고, 인재가 분명한데도 천재라며 책임회피에 급급하다. 이렇게 잠시 책임 공방을 하다가 공무원 봉급에서 몇 퍼센트씩 갹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수재민 구호 성금 모금을 벌이곤 한다. 또, 수해로 무너진 다리나 제방 복구도 피해 상황 조사며, 복구설계, 예산확보, 입찰과 시공에 이르는 과정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다음 해 장마철 이 될 무렵에야 겨우 착공하는 현실에서 물난리는 매년 겪어야 하는 연례행사가 될 것이다.

[ 김민주 gosiwee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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