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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영웅 전성시대_정승열 법무사(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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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용 기자 | 2022.09.05 09:3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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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영웅(英雄)의 사전적 의미는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영어로 남성은 히어로(Hero), 여성은 히로인(Heroine)이라고 하는데, 그 어원은 신성한 혈통이나 괴력으로 12가지 난사(難事)를 해결한 헤라클레스(Heracles)에서 유래한 그리스어 헤로스(ἥρως)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중원을 통일한 진왕 영정(嬴政)이 자신의 공이 삼황에 버금가고 덕은 오제(五帝)를 능가한다면서 삼황오제에서 한 글자씩 따서 황제(皇帝)라고 불렀다. 서양에서도 독재자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가 공화주의자 브루투스에 암살된 후, 그의 양자 아우구스투스(Augustus: 옥타비아누스)가 삼두정치의 멤버였던 안토니우스와 적이 되어 악티움해전에서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를 물리친 뒤, BC 27년 로마 원로원으로부터 프린켑스(Pinceps), 즉 ‘로마 제1 시민’ 칭호를 받았다. 그는 사실상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가 됐다.

 

민주주의 시대에는 동등자 중에서 선출된 자가 나라를 다스리기 때문에 국난을 맞았을 때,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리는 지도자를 영웅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대에도 이를 무시하거나 그 위에서 군림하며 영웅을 자처한 스탈린이나 무솔리니, 김일성 같은 독재자들을 경험했다. 최근에도 침략전쟁을 자행하여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푸틴이 제2의 차르(Tsar)가 되려고 하고, 중국의 시진핑도 21세기 황제가 되려고 안달하고 있다.

 

돌아보면 역사가 오래된 나라일수록 영웅 신화가 있기 마련이지만, 얼토당토않은 역사를 조작하는 일본이나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제국을 이룩한 로마도 영웅을 조작한 나라 중 하나다.

 

로마 원로원으로부터 프린켑스가 된 아우구스투스는 로마가 정복한 그리스인에 대한 우월성을 강조하고,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하여 유명한 작가 베르길리우스(Publius Vergilius Maro)에게 트로이 전쟁에서 주인공을 찾아서 로마역사를 창조할 것을 명령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죽은 베르길리우스는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와 싸웠던 트로이의 장수 중 아이네이아스(Aineias)를 찾아서 그를 로마인의 조상으로 만드는 전설을 만들었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아이네이아스는 아프로디테 여신과 인간 안키세스(Anchises)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서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Hector)에 버금가는 장수였다. 그의 아버지 안키세스는 여신과 동침을 자랑하고 다니다가 제우스로부터 벼락을 맞고 절름발이가 됐다.

 

트로이의 망하자 아이네이아스는 그리스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가족과 유민을 이끌고 트로이에서 가까운 트라케 해안에 상륙하여 도시를 건설하려고 했다가 실패하고, 그 옆의 델로스섬으로 갔다. 델로스섬은 제우스의 애인 레토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낳아서 키운 섬이었는데, 파리스에 의해서 ‘최고로 아름다운 여신’의 지위를 아프로디테에게 빼앗긴 헤라의 질투로 아프로디테의 아들인 아이네이아스는 이 섬에서도 쫓겨났다.

 

헤라는 아이네이아스의 항해를 계속 방해하여 아이네이아스는 멀리 아프리카 해안까지 떠밀려가게 했다가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도착한 곳은 로마의 옛 지역인 라티움이었다. 이곳을 다스리고 있던 라티누스에게는 라비니아라는 무남독녀 아름다운 딸이 있었는데, 라티누스는 이방인과 혼인하는 딸의 자손이 세계를 정복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이네이아스가 찾아오자 그를 정중하게 맞이했다.

 

그런데, 라비니아에게 청혼한 상태인 투르누스 왕은 이방인이 라비니아와 혼인하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라티움을 공격하자, 아이네이아스가 투르누스를 물리친 뒤 라비니아와 결혼했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딴 고대도시 라비니움(Lavinium)을 세웠으며, 그의 후손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BC 753년 로마를 건국하여 아이네이아스는 로마 건국의 조상이라고 했다.

 

사실 베르길리우스는 로마의 건국 신화 ‘아이네이아스’를 완성하지 못하고 죽으면서 너무나 황당한 미완성 원고를 파기하라고 유언했지만, 아우구스투스는 "아이네이아스"를 그대로 출판 했다. 그것은 트로이를 떠난 아이네이아스가 니소스, 크레타섬을 거쳐 멀리 시칠리아와 아프리카의 카르타고를 돌아서 마침내 이탈리아 티베르강까지 도착하는 험난한 여정에서 보여준 인내력과 굳건한 모험심, 그리고 신에 대한 복종심이 로마 건설의 소재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또, 아이네이아스의 아들 아스카니우스의 별명인 이울루스(Iulus)가 율리우스(Julius) 가문의 선조라 하고, 카이사르가 아이네이아스의 후손이니 카이사르의 외조카이자 양자인 아우구스투스 자신도 아이네이아스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결국 자신이 황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성립시켰다. 아우구스투스는 트로이 전쟁 때 죽은 아킬레우스처럼 개인의 돌출적인 영웅보다 아이네이아스처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인간을 로마인이 중요시하는 가문과 씨족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모델로 삼은 것이다.

 

우리는 푸틴이나 시진핑이 영웅이 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할지 전한을 찬탈하고 새 나라(新)를 세웠으나 불과 15년 만에 멸망한 독재자 왕망(王莽)과 같은 부류로 평가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이선용 gosiwee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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