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세무사 열풍, 취업 불안·자산 방어 심리 반영…하지만 관문은 여전히 험난”
[피앤피뉴스=마성배 기자] 오늘(26일) 오전 9시 30분,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인천 등 전국 6개 지역 고사장에서 2025년도 제1차 세무사 자격시험이 일제히 시작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올해 세무사 1차 시험 지원자는 총 22,745명(3월 31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최종 지원자 수(22,457명)와 비교해 큰 변동 없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세무사 자격증에 대한 뜨거운 수요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세무사 시험 출원자 수는 2020년대 들어 급격히 상승했다. 2017년 10,445명, 2018년 10,438명, 2019년 10,496명으로 1만 명 초반대를 유지하던 지원자는 2020년 11,672명으로 올라섰고, 이후 2022년 14,728명, 2023년 16,817명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이어왔다. 2024년에는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어 22,457명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22,745명으로 그 열기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열풍의 배경으로 취업 불안과 직결된 사회경제적 요인을 꼽는다.
대기업·공기업의 채용 축소, 인문계 졸업생들의 극심한 취업난, 퇴직 후 경제적 불안 심화,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비대면 업무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공무원 대신 전문직’으로 관심이 이동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공무원 연금 축소, 민간-공공부문 임금 격차 확대, 이직과 유연한 커리어 이동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 등은 세무사 같은 전문자격시험을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시켰다.
하지만 시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세무사 1차 시험은 회계학개론, 세법학개론, 민법, 행정소송법, 상법, 재정학 등 6개 과목에 대해 객관식 5지선다형으로 각각 40문항이 출제된다. 과목별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충족해야 합격할 수 있지만, 특정 과목이라도 40점 미만을 받으면 '과락'으로 불합격 처리된다.
특히 회계학과 세법학 개론은 과락의 주범으로 악명 높다. 실제로 지난해 61회 시험에서는 세법학개론 과락률이 70%를 넘었고, 올해 회계학개론의 과락률도 67.5%에 달했다. 세법학개론도 56.3%의 높은 과락률을 기록했다. 행정소송법(28.6%), 민법(27.4%), 재정학(26.1%), 상법(18.3%)도 과락 위험이 상당했다.
과목별 평균 점수 또한 회계학개론 33.71점, 세법학개론 36.53점에 그쳐, 과락 기준(40점)을 넘지 못했다. 반면 상법(61.61점), 행정소송법(54.29점), 재정학(54.33점), 민법(53.67점)은 비교적 무난한 점수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1차 시험 합격률은 ▲2020년 33.88%(3,221명) ▲2021년 16.64%(1,722명) ▲2022년 37.39%(4,694명) ▲2023년 15.72%(2,164명) ▲2024년 17.15%(3,233명)로, 절반을 훨씬 밑도는 수준에 머물렀다. 수험생 수는 늘었지만 합격률은 요동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 1차 시험 가답안은 26일 오후 5시에 큐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수험생들은 가답안을 확인한 후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의견 접수 기간은 5월 2일(금) 오후 6시까지다. 최종 1차 합격자는 오는 5월 28일(수) 오전 9시에 발표될 예정이다.
1차 시험을 통과한 수험생은 2차 시험에 도전하게 된다. 2차 시험은 오는 8월 2일(토) 실시되며, 주관식 논술형으로 세법학 1·2부, 회계학 1·2부 총 4과목에서 4문항씩 출제된다. 과목별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해야 최종 합격할 수 있다.
국세경력자는 세법학 2과목이 면제되며 회계학 2과목 점수로 합격 여부를 판정받는다. 다만, 국세경력자 역시 일반응시자의 최소합격 기준(700명)을 반영한 조정 커트라인을 따라야 한다.
이번 시험부터는 일부 시스템 개선도 이뤄졌다. 1차 가답안 발표 시간이 기존 오후 2시에서 5시로 변경되었으며, 원서접수 과정에서 PC와 모바일 모두 접속 가능하고, 편의제공 대상자의 경우 온라인으로 증빙서류를 제출할 수 있게 됐다.
학원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세무사 시험은 단순 전문직 자격증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며 “변동성 높은 경제환경 속에서 자격증 하나로 다양한 커리어 경로를 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다만 고득점보다 ‘과락 방어’가 1차 합격의 핵심이기 때문에, 전략적 과목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공정하고 안전한 시험 진행을 위해 전국 고사장별 철저한 점검과 운영 준비를 마쳤다”며 수험생들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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