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행복추구권의 법적 성격과 현대적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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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행복추구권의 법적 성격과 현대적 의의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6-26 11: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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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추구권의 법적 성격과 현대적 의의”

 

 

 

▲최창호 변호사
Ⅰ. 서론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규정은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와 국가 존재의 목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헌법질서의 최고 원리라면, 행복추구권은 그 존엄을 현실 속에서 실현하기 위한 가장 포괄적이고 근원적인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일상 용어로서의 행복과 달리 헌법상 행복추구권은 특정한 행복 상태를 국가에 요구하는 권리가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적 권리이다. 따라서 행복추구권은 인간의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현대 헌법질서의 핵심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은 미국 독립선언서에 나타난 자연권 사상과 독일 기본법의 인간존엄 원리 등 현대 입헌주의의 주요 전통이 결합하여 형성된 규범이다. 특히 미국 독립선언서가 천명한 "행복의 추구(pursuit of happiness)"라는 개념은 근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헌정질서의 상징적 가치로 자리 잡았으며, 오늘날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의 해석에도 중요한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더욱이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정보 자기통제권, 정보 프라이버시권, 디지털 자기결정권 등 새로운 기본권들이 행복추구권을 토대로 발전하고 있다.


Ⅱ. 행복추구권의 법적 성격

행복추구권의 법적 성격을 규명하는 것은 이 권리가 헌법상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첫째, 행복추구권은 포괄적 기본권의 성격을 가진다. 헌법은 신체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등 다양한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사회 변화에 따라 등장하는 모든 자유와 권리를 미리 열거할 수는 없다. 행복추구권은 이러한 헌법의 한계를 보완하는 규범으로서,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지 않은 자유와 권리라 하더라도 인간의 존엄과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에 필수적이라면 헌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둘째, 행복추구권은 보충적 기본권의 성격을 가진다. 국민의 자유가 침해된 경우 우선 적용되는 것은 해당 사안과 직접 관련된 개별 기본권 조항이다. 예컨대 신체의 자유 침해는 헌법 제12조에 따라, 재산권 침해는 헌법 제23조에 따라 심사된다. 행복추구권은 이러한 개별 기본권으로 충분히 해결되지 않는 경우 보충적으로 적용되어 헌법상 보호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셋째, 행복추구권은 일반적 자유권이자 일반적 인격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 이는 국가가 개인의 삶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자유권적 측면을 가지는 동시에, 인간이 자신의 인격을 자유롭게 형성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인격권 적 측면도 가진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행복추구권으로부터 일반적 행동자유권, 자기결정권, 개인정보 자기통제권 등을 도출하고 있다.

결국 행복추구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실현을 위한 일반조항으로서 기능하며, 새로운 시대적 상황에 대응하여 기본권 보장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개방적 규범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Ⅲ. 행복권과 행복추구권의 차이

우리 헌법이 "행복권"이 아니라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규정한 데에는 중요한 헌법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행복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이다. 어떤 사람은 경제적 풍요에서 행복을 찾고, 다른 사람은 종교적 신념이나 예술적 성취에서 행복을 발견한다. 행복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며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도 변화한다.

만약 헌법이 '행복권'을 규정하였다면 국가는 국민을 실제로 행복하게 만들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행복의 기준을 국가가 정하는 순간 자유민주주의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국가는 "올바른 행복"을 명분으로 특정한 삶의 방식을 강요할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행복추구권은 국가가 국민에게 행복이라는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각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즉 국가는 행복의 공급자가 아니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보장하는 조력자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행복추구권은 인간의 자유와 자율성을 전제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의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다.


Ⅳ. 미국에서의 행복추구권과 헌정사적 발전

행복추구권의 역사적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독립선언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776년 미국 독립선언서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고, 그 권리에는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의 추구가 포함된다"고 선언하였다. 이는 근대 자연권 사상의 정수를 담은 문장으로 평가된다.

이 문구는 영국 철학자 존 로크가 주장한 "생명, 자유, 재산"이라는 자연권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토머스 제퍼슨은 재산(property) 대신 "행복의 추구(pursuit of happiness)"를 채택하였다. 이는 인간을 단순히 재산을 소유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도덕적·정신적 역량을 실현하는 존재로 이해한 사상적 전환을 의미한다.

흥미롭게도 "행복의 추구"라는 표현은 미국 연방헌법 본문에는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독립선언서는 건국의 이념을 천명한 정치적 선언문이었고, 연방헌법은 국가의 조직과 권한을 규정한 실정법 문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연방대법원은 독립선언서의 정신을 헌법 해석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계승하였다. 특히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 조항에 포함된 "자유(liberty)"의 의미를 점차 확장적으로 해석하면서 개인의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왔다.

원래 적법절차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자유·재산을 제한할 때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자유를 단순히 신체적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에 한정하지 않고, 인간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선택할 수 있는 인격적 자율성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파악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부모가 자녀의 교육 방식을 결정할 자유,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혼인할 자유, 가족을 형성하고 유지할 자유, 사생활을 보호받을 자유 등이 헌법상 보호되는 자유의 영역으로 인정되었다.

이러한 해석론은 국가가 단순히 형식적 절차만 준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본질적인 자유 자체를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실질적 적법절차(Substantive Due Process)' 이론으로 발전하였다. 이를 통하여 미국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강력한 자유주의적 헌정질서를 구축하게 되었다.

결국 미국에서 말하는 "행복의 추구"란 국가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자유주의적 헌법 원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사상은 오늘날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해석에도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Ⅴ. 행복추구권의 현대적 의의

오늘날 행복추구권은 전통적인 자유권의 범위를 넘어 새로운 기본권 논의의 출발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정보를 통제하고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 자기통제권, 정보 프라이버시권, 디지털 자기결정권, 잊힐 권리 등은 모두 행복추구권의 현대적 확장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은 자신의 정보가 어떠한 방식으로 수집되고 활용되는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도 궁극적인 자기결정의 주체는 인간이어야 한다. 결국 행복추구권은 오늘날 인간 중심의 디지털 사회를 설계하기 위한 헌법적 기준으로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Ⅵ. 결론

행복추구권은 국가가 국민에게 행복이라는 결과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설계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려는 현대 입헌주의의 핵심 원리이다. 1776년 미국 독립선언서에서 천명된 행복의 추구라는 자연권 사상은 미국 헌정사를 거치며 자기결정권과 프라이버시권으로 발전하였고,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실현을 위한 포괄적 기본권으로 정착하였다.

행복추구권은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새로운 자유와 권리를 수용하는 개방적 규범이자,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자기결정권, 개인정보 자기통제권 등 현대 기본권 체계의 발전을 이끄는 원천이다. 동시에 이는 국가가 정한 행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 존중받을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을 보장하는 데 그 본질이 있다.

행복추구권의 진정한 가치는 국가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각자가 스스로 행복의 의미를 정의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를 유지하는 데 있다. 인간의 존엄을 최고의 가치로 선언한 헌법은 바로 그러한 사회를 지향하고 있으며, 행복추구권은 그 헌법적 이상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본권이라 할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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