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주의·진술거부권 배제된 행정조사…기본권 침해 우려
[피앤피뉴스=마성배 기자] 국세청, 금융감독원, 고용노동부 등 권력형 행정기관들이 수행하는 행정조사에서 피조사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법치주의 사각지대’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72건의 위법·부당한 행정조사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행정조사는 사업장 출입, 자료제출 요구 등을 통해 이루어지며 외형상 압수ㆍ수색 및 피의자 심문과 유사하다. 그러나 영장주의나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의 조력권 고지 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피조사자의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특별사법경찰관이 수사와 행정조사를 병행하면서 수사절차를 회피한 채 행정조사를 남용할 경우,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보장된 기본권 보호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수집한 72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위법·부당한 행정조사는 ▲강압적인 자료제출 요구 및 임의제출 절차 위반 사례 ▲사안과 밀접한 관련성이 없는 자료까지 과도하게 요구한 사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한 침해 및 제약 사례 ▲피조사자의 방어권 행사 제한 사례 ▲행정조사로 수집한 자료를 수사기관 등으로 송부한 사례 ▲행정조사 관련 내용을 외부에 공개한 사례 등으로 유형화됐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21건(29%)으로 가장 많았으며, 세무조사 11건(15%),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9건(13%)이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 8건(11%), 감사원과 고용노동청 각각 4건(6%) 등 다양한 기관에서 위법 사례가 발생했다.
그 밖에 근로복지공단, 산업통상자원부, 인권위원회, 인터넷진흥원, 출입국관리소 등도 각각 1건씩 확인되었고, 기타 기관이 10건(14%)을 차지했다.
특히 행정조사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에 넘어가 형사사건 증거로 활용되는 사례도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영장주의 등 형사절차상 규정된 기본권 보호 장치가 무력화되면서 피조사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이 확인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본권 침해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행정조사 및 특별사법경찰의 업무를 규정한 법령 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행정조사의 위법·부당한 집행을 막고 피조사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과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며, 법치주의 확립과 기본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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