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제주의 추억과 정서를 공감하게 해주는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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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추억과 정서를 공감하게 해주는 작품들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4-06-28 1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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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추억과 정서를 공감하게 해주는 작품들

하계훈(미술평론가)


농부가 곡식을 심어 거두거나 어부가 고기를 잡는 것은 식량을 얻고자 함이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들의 삶 속에서 시인은 시를 쓰고, 군인은 나라를 지키고, 운동선수는 승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하여 최선의 결과를 낳음으로써 육체적, 정신적 생명을 지키고자 한다. 그렇다면 예술가의 창작 활동은 어떤 것일까?


유명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살 수만 있다면…….”이라고 했지만 결국 삶이라는 커다란 벽 앞에서 스스로 삶을 포기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생의 끝부분 60여 일간 90여 점의 작품을 남길 정도로 치열하게 작품 제작에 몰두했던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서 사랑과 평안, 그리고 구원의 희망을 꿈꾸었었다. 그러나 작가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지막 순간에 “슬픔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아쉬워하며 눈을 감았다고 동생 테오가 전하고 있다. 이처럼 예술가의 창작 활동은 희망과 영원을 추구하지만, 그곳에 도달하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은가 보다.

모든 작가에게 창작은 고통이면서 동시에 보람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삶의 숙명 같은 것이다. 작가 고은에게도 창작은 고통이면서 보람이다.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고향 제주도를 그린다. 제주도라 하지만 그 커다란 섬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자연, 집과 나무와 물, 바람과 햇빛 그리고 생명이 이어가는 다양한 소리 등등, 그 가운데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작가는 자기 고향 제주에 대한 정서적 귀속감과 추억이 소환 해주는 장면들을 전통적인 한국화 기법을 바탕으로 하여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해 왔다.


고은의 작품은 첫눈에 보기에 장식적인 색채 위주의 칠보주의(cloisonnism) 그림처럼 보인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다가가 보면 작가는 한국화의 전통에 기반을 두고 형태의 윤곽을 이루는 필획(筆劃)의 역할과 분채 기법을 응용하여 채색된 화면 안에 단순화되면서도 모티브의 요체를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조형 방법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이렇게 조성되는 화면의 공간 구도는 전통회화의 3원근법과 다른 자유로운 원근법과 단색의 배경에 부유하는 듯한 이미지들이 균형을 이루며 화면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그렇게 창조된 이미지들은 화면 속에서 조화롭게 전개되면서 작가가 살아온 추억이 시간으로 숙성되어 기쁨으로 기록된다.

작가는 추억 속 그곳의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집과 나무, 마당에서 뛰어노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평화롭게 배치하고 있다. 화면 안에 인물이 등장하지 않지만, 반쯤 열어놓은 문으로 보여주는 실내의 모습과 문간의 장독들, 그리고 앞마당 평상 위의 쟁반에 놓인 잔들은 그곳에 누군가가 (지금은 없지만) 있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람은 곧 작가 자신일 수 있다. 작가는 화면 밖 관찰자의 위치에서 작품을 제작하면서 동시에 화면 속에서 생활하던 과거의 작가 자신으로 소환되어 화면에 암시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작가는 보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보이는 사람인 것이다. 고은의 작품 속 평상과 집, 꽃밭이 있는 마당은 하이데거식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냥 그런 집이고 평상이고 꽃밭인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벌어져 온 온갖 사건들의 희로애락을 겹겹이 담고 있는 우리의 서사이고 작가의 경험과 추억이고,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창작의 모티브를 제공해 주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고은은 먹 대신 짙은 갈색조의 분채로 단필선묘 윤곽선을 짙게 그은 모티브에 여러 번 채색을 올려 화면에 장식성을 부여한다. 이렇게 태어나는 작품에는 많은 것이 담기게 된다. 작가에게 있어서 작품은 곧 자기 경험과 미학적 신념을 가시화하는 장(場)인 것이다. 고은 역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주입해 놓은 제주 생활의 공간에서 소소한 일상이 주는 위안과 행복을 화면에 담기 위하여 장지에 선(線)을 치고 채색을 입혀나간다. 개발의 광풍에 밀려 사라져 가는 과거의 모습들이 안타깝기에 고은의 작업은 더욱더 진정성을 발휘하며 작가의 시각적 기록의 의미를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 출품작들 가운데 제주 자연을 대표한다고 불리는 성산 일출봉과 한라산을 배경으로 평화롭게 풀을 뜯는 말들의 모습, 귤밭의 나무들과 낮은 돌담 등은 고은의 손에서 태어나는 제주 특유의 정서이다.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이 그렇듯이 고은 작가도 한 때 작업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에 억눌린 창작에 대한 무력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2010년 이중섭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레지던스 프로그램(residence program)에 참가하는 일을 계기로 창작의 동력을 회복하였다. 작가는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그래서 관람객과의 공감이 좀 더 수월하다고 생각되는 모티브로서의 1970년대 어린 시절의 슬레이트 집을 생각해내면서 다시 붓을 잡을 수 있었다.


고은이 착안한 방법은 짙은 윤곽선으로 표현된 사물을 평면적인 색채로 표현하는 방식인데 이러한 표현 방법은 미술사에서 루오나 고갱과 같은 작가들이 자주 사용하던 방법이다. 상대적으로 원근법을 배제하고 선명한 색채의 단계적 변화를 통해 선, 색상 및 형태에 대한 미적 고려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고은의 작품은 어린 시절 작가가 생활하던 고향 마을의 추억을 선명하게 불러오는 데 도움이 된다. 기억과 느낌을 강조하는 이러한 표현 방법은 작가만이 아니라 작품을 마주하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고은의 작품에서는 우리 전통 회화의 표현 방식을 현대화한 기법적 특징과 함께 주제면에서도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추억과 향수의 깊이를 관람객과 공유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누구에게나 과거-현재-미래가 있는 것처럼 작가는 과거를 현재로 소환하여 자신의 작품 속에 성공적으로 녹여내고 있다. 이제 작가의 창작자로서의 소명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의 자신의 작품에 대한 고민과 도전에 용감하게 나서는 일일 것이다. 비록 그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 쉽다거나 누군가에 의해서 보장될 수는 없지만 필자는 고은이 지나온 창작 과정에 공감하면서 미래의 계획과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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