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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 오월엔 더욱 울컥합니다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4-08-07 15: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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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엔 더욱 울컥합니다

김상연
  

산에 들었습니다. 들숨날숨에 짙어가는 녹음이 묻어납니다. 초록으로 넘실거린 가슴이 울컥합니다. 감동의 대상은 늘 있기 마련인데 매번 습관처럼 감상에 젖어 살다니요. 이번엔 심약해진 이유를 오월의 향기 앞세워 변명하고 싶습니다.

 

산다는 건 가벼운 듯 활기차고 버거운 듯 무겁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도 나를 대신 살아줄 수는 없는 일. 삶을 구성지게 꾸려보려고 마음을 다잡아 보곤 합니다. 균형을 잡아주는 딱딱한 바위에 앉아 오월에 골똘히 젖습니다. 전두엽을 크게 열어놓고 말입니다.

우윳빛 화관을 쓴 아카시나무가 어느새 달콤한 오월의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밖으로 나돌다 온 불과 며칠 사이, 성장 속도가 놀랍기만 합니다. 아직도 떨어지지 않은 지난해의 열매를 달고 순리에 적응하는 모습이 성자인 듯 의연해 보입니다.

겉모습은 그리 보이는데 혹 속으로는 끙끙거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팎이 다른 내 모습처럼 말입니다. 너도 나도 어떤 나눔이나 아픔 없이 한 시절을 푸르게 물들일 수는 없을 테니까요. 붉게 핀 병꽃도 애교스러운 수다로 산그늘을 밝힙니다. 국수나무는 수수한 꽃 잔치로 계절을 가꾸는 수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부릅뜬 눈을 살짝만 풀어놓아도 울컥하는 것들이 사방에서 파릇한 날갯짓을 합니다. 붕붕 뜬 시선을 아래로 숙입니다. 퇴적한 낙엽이 낡은 초가지붕처럼 초라해 보입니다. 쉬이 흙으로 돌아가지 않고 멈춤 하는데도 까닭이 있고 제 구실이 남아서일 텐데도 말입니다.

몹쓸 병에 걸리거나 강풍에 쓰러진 나무는 베어져 밑동만 남았습니다. 나이테엔 무수한 사연이 촘촘히 박혀있네요. 병상에 계신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닮았습니다. 지난세월 아낌없이 주고 살았던 나무의 내력을 쓰다듬어 봅니다.

그리곤 엊그제 어른들을 모시고 다녀온 봄나들이를 생각합니다. 숲을 노래하면서 되짚어보는 마음의 여행이라고나 할까요. 두 이모님 부부와 언니 부부 그리고 저와 기꺼이 운전대를 잡아준 남동생, 이런 조합으로 이뤄진 가슴 색다른 여행길이었습니다. 이런 자리엔 어머니도 함께 하셨는데 그 부재가 크게 느껴져 문득문득 회한이 엄습하기도 했습니다.

몇 분은 거의 구순에 다다른 연치여서 그런지 간간히 역부족의 탁음이 흘러나옵니다. 마음은 청춘이어서 하늘을 날을 것 같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요. 당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고 허리를 곧추세운 모습이 안쓰러워서 짐짓 모른 척 먼 산을 보곤 했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알 수 없는 것들이 누선(淚腺)을 툭툭 건드려서 말입니다.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는 여정이 끓어질 듯 이어집니다. 빠르게 많이 보는 것보다 느리게 깊숙이 관조하는 맛을 덕택에 즐기기로 합니다. 평생 원시의 미학을 탐닉하는 내 안의 품성에 걸맞은 행보라고 부채질하면서요.

가끔은 서로의 생각이나 행보가 엇나가서 불편을 초래하고 갈 길을 흐려놓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를 예단하는 미련함이지요. 아름다운 만남을 줄기차게 방해하는 요소들입니다. 그 단작스런 속성은 이내 배려하고 사양하는 마음으로 환원되어 장애물을 돌아가는 물처럼 한데 어우러져 흘러갑니다.

이런 어울림에서 뜻밖의 수확을 얻곤 합니다. 그 반향은 공통분모가 적을수록 크게 일어납니다. 사랑이라는 묘약으로 말입니다. 이번 여행길에서도 그랬습니다. 서로 부족하고 불편해도 하나가 되는데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또 다음 여행을 약속했으니까요.

불균형의 상황에서 조화를 이끌어내는 소중한 눈뜸이지요. 순간에 지나칠지라도 밀착된 체험에서 얻어진 깨우침은 거듭될수록 겸허한 미덕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건강한 삶은 따뜻한 관계 맺기에서 이뤄집니다. 날마다 들썩이는 군상 속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섬처럼 적막한 곳에 파묻혀 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주위를 소중하게 챙기면서 나를 조율하는 삶의 기술. 이런저런 존재의 무거움도 삶의 활력소가 된다는 손톱만큼의 자각이 늦은 나이에 스며듭니다.

묵은 열매를 품고 있는 아카시나무를 눈이 시리도록 바라봅니다. 이럴 땐 혼자여서 오롯이 좋은 시간입니다. 나무가 나무이길 포기하지 않아서 오월이 참으로 눈부십니다. 바위 의자라는 불편함도 잊고 잠시나마 나무가 되고 산이 됩니다.

오월의 다른 표기인 May는 그리스 신화에 출현한 풍요와 증식의 여신 Maia에서 비롯되었답니다. 생명수가 쏟아지는 어머니의 젖줄 같은 축복으로 만물이 성장하는 오월. 그렇다 해도 오월은 사월 다음에 오는 달이고 유월로 이어주는 달입니다. 창조주의 섭리를 따르는 고유한 존재지만 독립적으로는 살 수 없는 여러 달 중에 한 부분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처럼 유무 선의 이모저모로 짜인 세상, 나와 상관없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결핍처럼 오월의 저 풍요 속에도 목마름이 있을 것입니다. 아픔인들 없겠는지요. 벌레랑 싸우면서 상생의 지혜도 배우겠지요.

가슴 맑히는 오월을 실컷 울컥하며 내일을 그리렵니다. 나를 해(害)하는 대상까지도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도량은 멀기만 하지만 말입니다.

김상연 시인. 수필가
에세이집: 『사막에는 돌꽃이 핀다』 『신선한 사유』 『시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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