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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구두당 - 구병모/창비

/ 기사승인 : 2015-12-22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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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을 추천해주는 TV프로그램이 있는데, 단원들이 한 가지 이슈가 선정되면 거기에 맞춰서 책을 추천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북 토크쇼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이전의 방송처럼 전문가들만 나와서 어려운 얘기들로 가득 차 각자의 얘기만 하는 형태가 아닌, 전문가, 비전문가가 섞여 각자의 생각이나, 느낌을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이곳에서 소개 된 책들 또한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 중 게스트로 출연한 이동진 씨가 추천한 <위저드 베이커리>의 작가 구병모의 신작 <빨간구두당>이란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책은 빨간 구두”, “성냥팔이 소녀”, “개구리왕자등의 안데르센 동화와 그림형제 민담을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로 새롭게 재구성한 여덟 편의 소설을 담은 단편집이다. 어린 시절의 읽었던 동화는 주인공인 공주와 왕자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해피엔딩이거나 권선징악적인 교훈을 얻는 이야기라면, 이 책은 주연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닌 조연의 인물을 놓치지 않는다. 또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보단,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이 정당하다고 합리화 시킨 현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야기 한다.

 

여덟 편의 단편집 중 < 빨간구두당> 은 모든 색이 사라져 버린 무채색의 세계, 어느 날 빨간 구두를 신고 끝없이 춤을 추는 여자가 등장한다. 그녀의 등장은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변화와 자유를 추구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이다. 새로운 변화는 기존의 권력자들에게 달갑지 않다. 그녀를 마녀로 몰아세워 화형 시킨다.

 

빨간 구두가 아닌 검은 구두라고 증언하기 위해서 제 눈에

빨강이 보인다는 사실부터 밝혀야 했고, 단지 빨강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빨간구두당의 일원으로 몰릴 위험이 있었다.

빨간구두당중에서

 

소수인 권력자들을 위한 시민들의 희생은 정당한 것인가?

 

<토끼전>의 용왕은 토끼의 간이 없으면 죽기 때문에, 반드시 토끼를 희생시켜야 한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용왕이 죽는다면 새로운 용왕이 등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지고 성선설, 성악설처럼 태어 날 때부터 인성이 정해진 것은 아니란 얘기다. 조연이 희생해서 주연이 빛을 발하고 해피엔딩이 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른 단편들 또한 마찬가지로 주연보단 조연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자신의 심장이 조각나더라도 충직한 신하로서의 본분을 다한 <개구리 왕자 또는 맹목의 하인리히>,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 지겨운 일을 반복하는 운명을 가졌지만, 어리석은 왕과는 얼마나 더 지루하거나 더러우냐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기슭과 노수부>, 공주를 향한 열망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것, 그리고 그 죽음을 후회하지 않는 < 거위지가 본 것> 등이 그렇다.

 

어른을 위한 동화 <빨간 구두당>의 나온 이야기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의 내용을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주는 동시에 생각할 거리를 독자에게 던져준다. , 현실세계에서 조연과 주연의 구분은 없다. 모두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또한 권력자들이 아닌 시민들의 희생을 당연시 하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 등과 같은 생각할 거리 말이다.

 

주인공만이 잘 먹고 잘살고 그 뒤로도 오래도록 행복했다는 전설을 남기는 게 세상 모든 서사에서는 일반화된 양식으로, 선인이든 악인이든, 부자가 되었든 패가망신했든 제 나름의 결말을 가진다. 평범한 이들만이 아무런 결말도 제 것으로 소유하지 못한다.

기슭과 노수부중에서


'미소'로 찬찬히 읽어내주는 人 ㅣ은향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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