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으로 국민들은 ‘공정성’이라는 단어를 밀쳐내고 ‘불신’이라는 단어를 가슴 한 켠에 가지고 있는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물결이 광화문 일대를 메우던 지난 주말, 거리에 세워진 설문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대한민국의 숨겨진 실력자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유리한 시험제도가 무엇인지를 묻는 물음의 피켓이었다. 이 물음에 대해 설문에 참여한 시민들은 하나 같이 공정성이 확보된 시험제도는 정유라와 맞지 않다는 의견을 나타났다. 즉 정유라에게 가장 유리한 시험제도로 시민들은 대입제도에서는 정시가 아닌 수시를, 취업에서는 공채가 아닌 특채를, 법조인이 되는 길은 사법시험이 아닌 로스쿨을 택한 것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시민들이 로스쿨보다 사법시험이 더 공정성이 있음을 인식한 부분이다. 이는 아마도 얼마 전 불거진 로스쿨의 부정입학 의혹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하여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로 구성된 대한법조인협회(이한 대법협)는 “로스쿨이 도입된 이후 지난 8년간 우리는 상식적인 차원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수없이 목격했다”며 “교수의 자녀들은 아버지가 교수로 재직 중인 로스쿨에 입학해서 아버지의 수업을 듣고 학점을 취득했고, 고관대작의 자녀들은 로스쿨 입학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분인지를 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대법협은 “승마선수가 특혜를 받아서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대학에 입학하고 학점을 받는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위험에 빠지지는 않는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특혜로 점철된 과정을 통해서 법조인이 된 이들은 안 그래도 병들어 있는 대한민국 사회를 더 병들게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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