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위, 경찰청장에게 외국인이 형사절차상 권리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권고
[공무원수험신문, 고시위크=이선용 기자] 한국어 사용이 가능한 외국인이라도 형사사법 절차상 의사소통에 왜곡이 없도록 통역을 제공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내려졌다.
인권위는 “한국어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된다고 하여 통역이나 신뢰관계인 등의 참여 없이 외국인을 조사한 행위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4조 제3항에서 정하고 있는 취지에 반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 및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지난 3월 A씨(피해자의 아내, 모로코 국적)는 남편이 ○○아파트 노상에서 이삿짐 사다리차 일을 하던 중에 처음 보는 행인이 다가와 욕설을 하며 사진을 촬영해서 피해자가 휴대폰 카라메 뒷부분을 가리며 사진 촬영을 막고 행인의 행위에 위협을 느껴 112에 신고하였는데, 출동한 경찰관들이 피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였고, 파출소와 경찰서에서 통역 없이 조사를 받았다고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경찰관들은 “피해자는 상대방을 밀치기는 했으나 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고, 이에 밀친 것도 폭행죄에 해당함을 설명하고 피해자를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관들이 현장 도착 후 10여 분 만에 상대방에 대해서는 자진 출석하도록 안내하고 외국 국적의 피해자에 대해서만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는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자의적인 공권력 행사”라고 판시했다.
또 통역 등 제공과 관련해서 경찰관들은 “당시 피해자와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고, 피해자 또한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서 통역의 제공이나 신뢰관계인의 참여 없이 조사를 진행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한국어로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형사 절차에서의 진술은 다른 문제이므로 의사소통의 왜곡이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유의해야 한다”라며 “특히 외국인의 경우 우리나라 형사 절차에서 불이익이나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에게, 한국어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외국인을 신문해도 통역의 제공 여부, 신뢰관계인의 참여 여부, 요청사항 등에 대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라며 “또한 그에 따른 편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할 것과 당사자가 직접 읽고 작성해야 하는 미란다원칙 고지 확인서·임의동행 확인서와 우리나라 형사 절차에 대한 안내서 등은 더욱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자료를 마련하고 일선 파출소와 지구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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