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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법왜곡죄 도입 논란에 부쳐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2-20 09: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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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 도입 논란에 부쳐”

 

 

 

 

 

▲최창호 변호사

1. 민사재판에서 패소하면 사기미수죄가 성립하는가


가. 형법을 공부하면 재산죄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사기죄 내용에서 ‘소송사기’를 접하게 된다. 소송사기란 법원에 허위 사실을 주장하거나 위조된 증거를 제출하여 유리한 판결을 받고, 이에 의하여 강제집행을 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기망의 대상(법원)과 피해자(소송 상대방)가 일치하지 않는 ‘삼각사기’의 전형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나. 그런데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하면 모두 사기미수죄에 해당하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소송사기를 인정함에 있어 당사자가 주장하는 권리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허위의 증거를 동원하는 등 적극적 기망이 있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단순히 사실관계를 다소 과장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주장하는 정도는 ‘민사소송의 당사자주의’하에서 허용되는 범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2. 법왜곡죄 도입 시도


그런데 최근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하여 법왜곡죄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다(의안번호 14569).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는 사법제도를 통해 국민의 권리와 자유가 보호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판사ㆍ검사ㆍ경찰관 등이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법령을 부당하게 적용하거나 적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법처리를 진행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가 저하된 사례들이 반복되어 왔음. 현행 형사법 체계에는 이러한 ‘법을 왜곡하는 행위’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형사책임을 묻도록 한 별도의 조항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실질적 책임 추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음. 특히, 판결ㆍ기소ㆍ불기소ㆍ수사 등 사법기관과 수사기관이 가하는 결정들이 국민의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해당 결정의 근본적 공정성과 적법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구조적 한계가 있음. 이에, ‘법 왜곡죄’를 신설하여, 판사ㆍ검사ㆍ사법경찰관 등이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하여 증거를 인멸ㆍ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행위, 법령을 자의적으로 적용하지 않거나 왜곡하여 적용하는 행위, 정당한 이유 없이 사건처리를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지시ㆍ요구ㆍ청탁하는 행위 등을 행사책임의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국민이 사법제도에 대해 갖는 불신을 해소하고 선진 법치국가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려는 것임(안 제123조의2 신설).”


3. 문제점


가장 큰 문제는 대법원에서 사건이 파기되면 하급심에서 이를 담당하였던 판사들이 법왜곡죄 죄책을 부담할 수 있고, 관여한 검사 또한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의신청, 검찰항고, 재정신청 등을 통하여 불복을 하는 과정에서 사건 처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압박을 하거나 보복하기 위하여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을 고소 내지 고발하는 사례가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종국적으로는 사실관계, 법리적용, 사건처리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법왜곡죄를 누가 판단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대두될 수 있겠다. 정치적으로는 공수처를 통한 사법부의 통제가 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 공수처의 수사권이 재판권의 위에 군림하게 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4. 결


독일에서는 나치 정권 시절 ‘법의 이름으로 행해진 불법’을 단죄하기 위해 법왜곡죄 조항이 활용되었던 역사적 맥락이 있다. 이러한 조항이 신설된다면 실무상 상당한 파장이 우려되고, 사법권의 독립(헌법 제103조)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법왜곡죄는 연혁적으로 현대 민주주의의 산물로 볼 수 없으며, 권력에 부역한 사법관료를 단죄하기보다는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조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문제 된 사안의 상당수가 직권남용죄에 포섭될 수도 있어 보이는데, 목적범으로 규정되는 법왜곡죄로 인하여 '과거 청산적 성격'을 강조하려는 의도는 '미래 지향적 사법 견제' 사이에서 어떠한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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