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대화 가능해도 교과 이해 어려워”…맞춤형 지원 필요
다문화청소년들이 일상적인 한국어 소통은 가능해도 실제 교과 수업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국 초기 언어 지원이 일상 회화 중심에 머물면서 학업 격차와 진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3일 발표한 ‘2025 다문화청소년 종단연구’에서 입국 초기 다문화청소년들이 겪는 언어 장벽이 장기적인 학업 성취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내 장기 거주 다문화청소년 패널조사 자료와 한국어예비과정 운영기관 관찰·인터뷰 자료를 함께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전국 초등학교 4학년 다문화청소년 2249가구 가운데 2024년 조사에 참여한 1757가구를 분석했고, 경기 지역 한국어예비과정 운영기관 2곳에서 참여 관찰과 심층 면담도 진행했다.
연구 결과, 입국 초기 다문화청소년들은 일상 회화 능력은 비교적 빠르게 향상됐지만 교과 학습에 필요한 ‘학문 언어’ 이해에서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서의 추상적 표현이나 복잡한 문장을 이해하지 못해 수업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사례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특히 겉으로는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처럼 보여 학업 부진 원인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이를 ‘유창성의 환상’이라고 설명했다. 일상 대화 능력을 학업 수행 능력으로 오인하면서 실제 학습 어려움이 가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어예비과정 운영 구조의 한계도 지적됐다. 연구에서는 한국어 수준과 학년, 입국 배경이 서로 다른 학생들이 한 교실에 함께 배치되면서 맞춤형 교육이 쉽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또 전문 상담 인력 부족으로 언어 문제뿐 아니라 심리·정서 불안까지 함께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도 확인됐다.
운영기관과 원적교 간 정보 연계 부족도 문제로 꼽혔다. 학생의 학습 수준이나 언어 성취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원적교 복귀 이후 지원이 단절되는 사례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장기 거주 다문화청소년 역시 학업 성취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교 4학년 이전 입국 후 국내에 5년 이상 거주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분석한 결과, 중도입국 및 외국인가정 청소년은 학업 자신감과 진학 기대 수준은 높았지만 실제 성적 만족도는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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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제공 |
중도입국가정 청소년 가운데 대학원 이상 진학을 희망하는 비율은 10.8%로 가장 높았다. 외국인가정 청소년은 대학교 또는 대학원 이상 진학 희망 비율이 87.3%에 달했다.
또 학교 공부에 어려움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중도입국가정 청소년 54.5%, 외국인가정 청소년 41.1%로 국내 출생 국제결혼가정 청소년보다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성적 만족도는 국제결혼가정 청소년이 2.42점인 반면, 중도입국 청소년은 2.34점, 외국인가정 청소년은 2.36점으로 더 낮았다.
최근 국내 다문화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학교 현장의 지원 체계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단순 적응 지원을 넘어 학업과 진로까지 연결되는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다문화청소년 지원 체계 전반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학습 한국어 역량 강화를 위한 다차원 언어 지원 체계 구축, 관계 기반 심리·정서 지원 강화, 단계별 진로·학업 경로 지원 모델 도입, 학교·가정·지역사회 협력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다국어 기반 학습 콘텐츠 확대와 또래 멘토링 프로그램, 다문화 상담 역량 강화 교육 등도 주요 과제로 제안됐다.
신동훈 연구위원은 “입국 초기에는 일상 언어 중심 지원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교과 학습을 위한 학문 언어 지원과 진로·학업 연계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문화청소년의 성장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정책 효과를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조사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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