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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의 헌법적 재검토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6-16 10: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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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기관 강제지정제의 헌법적 재검토
- 소아청소년과 의료 인프라 붕괴를 중심으로 -

 

 

 

▲최창호 변호사
1. 서론


대한민국 건강보험제도를 지탱하는 핵심 축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당연지정제)'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편성과 의료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초저출생이라는 전례 없는 사회구조적 변화 속에서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가 급격한 붕괴 위기에 직면하면서, 과거 공익의 이름으로 정당화되었던 강제지정제가 여전히 헌법적 정당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의료시장 내에서도 대표적인 필수의료 분야에 해당한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은 소아과 개원의 폐업 증가, 전공의 지원율 급감, 소아응급실 운영 중단, 지역 소아진료 공백 확대 등 의료 인프라 자체가 붕괴되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한 의료정책의 실패를 넘어 기존 제도의 헌법적 정당성 자체를 다시 검토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2.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의 개요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은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을 원칙적으로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당연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별도의 계약 체결이나 신청 절차 없이 법률에 의해 건강보험 진료를 제공하는 요양기관이 되며, 국가가 정한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수용하여야 한다. 또한 정당한 사유 없이 건강보험 가입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의료 공급의 대부분을 민간 의료기관이 담당하고 있음에도, 단일 공보험 체계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결합함으로써 사실상 모든 의료기관을 공적 의료체계 안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국민의 의료접근권을 보장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하였으나, 동시에 민간 의료기관의 경영 자율성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강하게 제한하는 제도적 특성을 갖고 있다.

 


3. 소아청소년과 의료 인프라의 붕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도입되던 시기와 현재의 의료 환경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과거에는 일정한 출생아 수와 안정적인 환자군이 존재하였기 때문에, 비록 낮은 수가체계 아래에서도 의료기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저출생 사회에 진입하였다.


출생아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소아 환자의 절대적 규모 역시 급감하고 있다. 환자 감소는 곧바로 소아과 경영 악화로 이어졌고, 상당수 지역에서는 소아과 폐업이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보호자들은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 새벽부터 대기하는 이른바 '소아과 오픈런' 현상을 겪고 있으며, 심야나 휴일에는 소아응급실을 찾아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래 인력 기반의 붕괴이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필수의료 분야로서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특정 진료과목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소아의료체계 전체의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4.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초래하는 헌법적 문제


가.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헌법 제15조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여기에는 직업수행의 자유도 포함된다.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의료기관 개설과 동시에 건강보험 진료를 강제함으로써 의료인이 자신의 진료 방식과 경영 전략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을 본질적으로 제한한다. 헌법상 기본권 제한은 과잉금지원칙을 충족하여야 한다. 그런데 독일·프랑스 등 다수의 국가에서는 의료인의 선택에 따라 공보험 참여 여부를 결정하거나 계약을 통해 보험진료를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기본권 침해가 더 적은 대안적 수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일률적으로 보험진료를 강제하는 것은 최소침해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 특히 환자 수가 급감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비급여 진료 확대나 차별화된 진료서비스 개발을 통한 자구책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결과 강제지정제는 단순한 직업규제를 넘어 직업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나. 재산권 보장의 한계와 과도한 특별희생
헌법 제23조는 재산권을 보장하면서도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건강보험 수가규제 자체가 곧바로 재산권 수용이나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헌법재판소 역시 지금까지 이를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으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사회적 제약 역시 일정한 한계를 갖는다.


소아청소년과 진료는 환자 진찰뿐 아니라 보호자 상담, 성장발달 평가, 예방접종 설명 등 상당한 시간과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현행 수가체계는 이러한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저출생으로 환자 수 자체가 급감한 상황에서 기존의 저수가 구조가 유지될 경우, 상당수 의료기관은 정상적인 경영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는 단순한 재산권 제한을 넘어 특정 의료인 집단에게 필수의료 유지라는 공익적 부담을 과도하게 전가하는 특별한 희생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럼에도 국가는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다. 평등원칙 위반

헌법 제11조는 법 앞의 평등을 선언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모든 의료기관에 동일한 건강보험 체계를 적용하고 있으나, 그 부담은 특정 진료과목에 집중되고 있다. 성형외과·피부과 등은 비급여 진료를 통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으나, 소아청소년과는 질환 치료 중심의 급여진료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그 결과 동일한 제도 아래에서도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만 과도한 부담을 감수하게 된다. 국가가 필수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부담을 특정 전문과목에 집중시키고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체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는 부담의 공평한 분배라는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5. 헌법재판소 결정례의 한계와 사정변경


헌법재판소는 2002년(99헌바76등)과 2014년(2012헌마865) 두 차례에 걸쳐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의료접근권 보장, 건강보험제도의 안정적 운영, 과거 계약지정제 시절 발생했던 의료공백 방지 등을 주요 근거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단은 당시 존재하던 사회적·경제적 전제를 기초로 한 것이었다.


2002년 당시와 비교할 때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소아청소년과 의료인력 부족과 지역 의료공백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거에는 강제지정제가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기능하였다면, 현재는 저수가 구조와 결합된 강제지정제가 필수의료 인프라의 붕괴를 초래하여 오히려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즉,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단의 전제로 삼았던 사실적·사회적 조건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과거 결정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변화된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헌법적 심사가 요구된다.

 


6. 국가의 보호의무와 아동 건강권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헌법 제34조는 국가의 사회적 보호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특히 아동은 스스로 의료서비스를 선택하거나 확보할 수 없는 존재이므로 국가의 보호의무가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 그런데 필수의료인 소아청소년과가 붕괴되고 있음에도 국가가 이를 방치한다면, 이는 단순한 정책 실패를 넘어 아동의 생명권과 건강권 보호를 위한 국가의 헌법상 보호의무 위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현재의 문제는 단순히 의사의 직업상 권리 문제가 아니라 미래세대의 건강권과 국가의 보호의무가 충돌하는 헌법적 과제이다.

 


7. 제도개선의 방향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즉시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 역시 지속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선택적 계약제 또는 제한적 계약지정제 도입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정책수가 확대, 상담시간 가산제 도입, 영유아 진료 가산 강화, 야간·휴일 진료 보상 확대 등 실질적인 보상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공공의료의 부족을 민간 의료기관의 희생만으로 유지하는 시대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필수의료 유지에 필요한 비용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며, 강제가 아닌 합리적 보상과 협력을 통해 의료체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8. 결론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건강보험제도의 핵심 제도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초저출생 시대에 접어든 현재, 특히 소아청소년과 의료 인프라의 붕괴라는 현실 앞에서 그 헌법적 정당성은 다시 검토될 필요가 있다. 과거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현재의 합헌성이 영원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은 살아있는 규범이며, 그 해석은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여야 한다.


오늘날 소아청소년과가 처한 위기는 단순히 특정 직역의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국민 건강권과 아동의 생명권, 그리고 국가의 보호의무가 걸린 헌법적 문제이다. 따라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역시 변화된 사회적 환경 속에서 다시 평가되어야 하며,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인의 기본권이 조화롭게 실현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적 균형점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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