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무고죄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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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무고죄 사각지대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10-21 11: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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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죄 사각지대”

 

 

 

 

 


▲최창호 변호사
1. 수사권 박탈 이후, 진실 발견 책임의 소재

형사사법제도의 개혁은 권한의 재배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재편하더라도 범죄를 발견하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며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는 국가의 책무는 줄어들 수 없다. 오히려 권한이 분산될수록 기관 사이의 견제와 협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사실확인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형사사법체계를 재편하였다.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요구한 사항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거나 경찰이 기존 판단을 고수한다면 실질적인 진실 규명에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무고죄처럼 최초 수사의 방향과 담당자의 판단이 사건의 향방을 좌우하는 범죄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수사권을 누가 행사하느냐는 제도적 선택의 문제이고, 입법형성의 범위 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 범죄를 발견하지 못하고 무고한 사람이 계속 피해를 입는다면, 이는 단순한 권한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사법제도의 정당성에 관한 문제이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2. 보완수사요구만으로는 불충분

보완수사요구는 수사 과정의 미비점을 보충하고 경찰의 판단을 교정하기 위한 중요한 장치다. 그러나 요구할 권한이 있다는 사실과 그 요구가 실질적으로 관철된다는 사실은 전혀 다르다.

검사가 사건기록을 검토하여 고소인의 진술에 모순이 있거나, 객관적 증거와 진술이 일치하지 않거나, 고소 내용 자체가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경찰이 이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추가 자료를 확보하라는 요구가 형식적인 확인에 그치거나, 경찰이 기존 결론을 전제로 유리한 자료만 수집한다면 보완수사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절차가 아니라 기존 판단을 정당화하는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

물론 경찰이 모든 보완수사요구를 소홀히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제도의 구조다. 수사를 담당한 기관이 자신의 기존 판단을 스스로 재검토하고, 그 판단이 잘못되었을 가능성까지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완수사요구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요구사항별 이행 여부와 불이행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게 하고, 핵심 쟁점이 해소되지 않은 경우에는 독립적인 재검토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3. 확증편향으로 인한 수사의 방향 왜곡

가. 인간은 일단 특정한 결론을 내리면 그 결론에 부합하는 정보는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수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검사가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수사에 착수하고, 기소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마찬가지로 초동수사기관인 경찰이 고소인의 진술을 신뢰하여 피고소인을 범죄 혐의자로 판단한 경우, 이후 확보되는 증거를 그 판단에 맞추어 해석할 위험이 있다. 피고소인이 제출한 반박 자료는 변명으로 치부하고, 고소인의 진술에 존재하는 모순은 사소한 문제로 취급할 수 있다. 반대로 고소 내용이 허위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타나더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을 수 있다.

나. 이러한 위험은 무고죄 수사에서 특히 중요하다. 무고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려면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지, 신고자가 허위임을 인식했는지,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이 있었는지 등 법률상 요건을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최초 사건이 불송치되거나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최초 고소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내용의 진실성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다. 문제는 수사기관이 최초 고소를 사실상 진실로 전제한 채 후속 자료를 평가할 때 발생한다. 경찰이 기존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자신의 판단을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무고죄의 단서는 발견되지 못하고, 허위 고소로 인한 피해는 계속될 수 있다.


4. 무고죄 인지

무고죄는 다른 범죄와 달리 수사기관이 최초 신고의 허위성을 스스로 의심해야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초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고소인의 주장을 신뢰하고 피고소인의 반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동일한 경찰이 후속 단계에서 고소인의 허위 신고 가능성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피고소인이 무고죄로 고소하더라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기존 사건에서 이미 고소인의 진술을 신뢰하고 피고소인의 주장을 배척했다면, 새로운 증거를 검토하기보다 기존 판단을 유지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건 부담과 수사 효율성까지 더해지면 무고죄의 단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보다 사건을 종결하는 방향으로 기울 위험도 있다.

물론 이는 모든 경찰관에게 적용되는 비난이 아니다. 핵심은 개인의 성실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위험이다. 수사 담당자의 확증편향을 교정할 독립적인 검토 절차가 없다면, 성실한 담당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최초 판단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더욱이 검사의 수사권이 박탈되고 사실확인 권한과 보완수사요구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검사가 무고죄의 단서를 발견하더라도 이를 직접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데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경찰이 인지하지 않고 보완수사도 미흡하게 이루어진다면, 무고죄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가 있다.


5. 무고 피해자를 위한 실효적 통제 장치

첫째, 무고죄의 단서가 확인된 사건에 대해서는 최초 사건 담당자와 구별되는 수사관이나 별도의 부서가 검토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동일한 판단을 반복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둘째, 보완수사요구의 이행 여부를 실질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검사가 제시한 핵심 쟁점에 대해 어떤 자료를 확보했고, 어떤 증거를 배척했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기록하게 해야 한다. 형식적인 회신만으로 절차가 완료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셋째, 무고죄의 성립 가능성을 판단할 때에는 최초 고소의 신빙성뿐만 아니라 이를 반박하는 객관적 자료도 함께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 진술의 모순, 통신기록, 영상자료, 문서의 작성 경위 등 확인 가능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허위 고소를 의심할 합리적인 단서가 있다면 그 단서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검사의 사실확인 권한이 실질적인 기능을 하도록 법적 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사실확인이 단순한 기록 검토에 그치고 필요한 자료를 확인할 수 없다면,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도 이를 검증하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검사의 권한을 무제한적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권한의 범위, 경찰과의 관계,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법률로 명확하게 규율해야 한다.


6. 결론 : 오판 교정의 중요성

형사사법제도에서 수사권의 집중은 권한 남용의 위험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권한을 분산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인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기관도 다른 기관의 판단을 실질적으로 교정할 수 없다면, 권한의 분산은 책임의 분산으로 변질될 수 있다.

특히 무고죄는 허위 신고로 타인을 형사처분의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개인의 권리와 국가 형사사법의 적정한 작동을 보호하는 범죄다. 무고죄의 단서를 발견하고도 이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국가의 형사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도 훼손하게 된다.

개정 형사소송법의 성패는 검사의 수사권을 얼마나 축소했는지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경찰의 수사가 미흡할 때 이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최초 판단에 확증편향이 개입했을 때 누가 이를 교정할 것인지, 무고 피해자의 호소를 어떤 절차로 검증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수사권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인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권한의 남용을 막는 동시에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을 수 있어야 인권 보호가 완성된다.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가 실효성을 잃고 경찰의 확증편향을 통제할 장치마저 없다면, 무고죄는 발견되지 않는 범죄로 남을 수 있다. 형사사법개혁은 권한을 빼앗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진실을 발견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서 완성되어야 한다. 2026. 10. 2.부터 개편된 형사사법질서의 시행에 있어서, 검사의 보완수사요구만으로는 무고죄의 사각지대를 키울 수 있고, 경찰의 확증편향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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