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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면책특권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9-23 13: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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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책특권”

 

 

 

 


▲최창호 변호사
Ⅰ. 서론: 면책특권을 둘러싼 헌법적 갈등과 현실적 문제의식

가. 국회 개회 시마다 정쟁의 중심에 서는 헌법적 쟁점이 바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免責特權)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직무상 면책을 입법부 구성원의 헌법상 권한이자 특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권력형 비리 규명 및 권력기관 견제라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입법권자들의 자율성과 소신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나. 그러나 최근 국정감사 및 본회의 등 국회 의정활동 과정에서 근거 없는 의혹 제기, 헐뜯기식 명예훼손, 정치적 공세성 허위 사실 유포 등이 빈발함에 따라, 헌법이 부여한 대외적 무책임 제도가 사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면책특권의 그늘 아래 개인(私人)의 인격권 및 명예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당했을 때 피해자가 법적 구제 수단을 강구하기 어렵다는 점은 대의민주주의 및 법치주의의 본질적 가치와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Ⅱ. 면책특권의 연혁과 헌법적 근거

1. 역사적 연혁과 삼권분립적 의의
면책특권의 법제화는 17세기 영국 명예혁명의 결실인 1689년 권리장전(Bill of Rights) 제9조("의회 내에서의 발언 및 토론의 자유는 의회 외의 어떠한 재판소나 장소에서도 탄핵당하거나 질문받지 아니한다")에 그 사상적·역사적 뿌리를 두고 있다. 군주 및 집행부 권력이 의회 구성원의 비판적 발언을 빌미로 형사 처벌이나 인신구속 등 사법적 보복을 가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통치구조적 안전장치로 탄생하였다. 이러한 인적 특권 구조는 근대 법치국가의 성립과 함께 대의제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로 정착되었으며, 대한민국 역시 1948년 제헌헌법 제49조 이래 현행 제9차 개정헌법 제45조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명문화해 왔다. 이는 단순한 국회의원 개인에 대한 시혜적 특혜가 아니라, 입법부의 독립성 확보 및 행정부·사법부에 대한 견제 기능(삼권분립 원리)을 담보하는 헌법적 기능적 보장이다.

2. 국민의 알 권리와 의정활동의 자유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정 전반에 대한 감시와 비판, 입법 및 예산 심의권을 행사한다. 만약 의원의 직무상 발언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이 무제한적으로 부과된다면, 권력형 비리나 사회적 은폐 의혹을 공론화하려는 입법권자의 의지는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면책특권은 국민의 알 권리(헌법 제21조)를 충족하고 국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최후의 헌법적 보루로서 정당성을 가진다.


Ⅲ. 면책특권의 범위와 한계

1. 직무상 발언과 표결
헌법 제45조는 모든 국회 내 발언을 면책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을 면책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면책특권의 적용 여부는 발언이 이루어진 장소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발언이 국회의원의 직무수행과 어떠한 관련성을 갖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국회 내에서 이루어진 발언과 표결 자체에만 한정되지 않고, 국회의 직무수행에 통상적으로 부수하여 이루어지는 행위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구체적인 행위의 목적·장소·시간·내용·태양 등을 종합하여 직무수행과의 관련성을 판단한다.

2. 명백한 허위사실을 인식한 경우
면책특권은 무제한적인 면책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국회의원의 발언이 그 내용 자체로 보아 직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뿐만 아니라,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7. 1. 12. 선고 2005다57752 판결).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발언 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라는 사실만으로 면책특권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발언자가 그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비록 그 발언에 다소 근거가 부족하거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무수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면책특권의 한계를 판단할 때에는 단순한 객관적 허위 여부와 함께 발언자가 허위임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3. 국회 외에서 이루어진 후속 행위
면책특권은 국회에서 이루어진 직무상 발언과 이에 통상적으로 부수하는 행위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단순히 언론이 보도하는 경우와 국회의원이 스스로 국회 외부에 그 내용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경우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발언할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에게 사전에 배포한 행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직무에 통상적으로 부수하는 행위로 보아 면책특권의 대상에 포함한 사례가 있다. 반면 국회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시하여 인터넷을 통하여 지속적·광범위하게 외부에 전파한 행위에 대해서는 국회 내에서의 직무상 발언이나 그에 통상적으로 부수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따라서 SNS, 홈페이지, 기자회견, 방송 출연 등 국회 외부의 행위는 일률적으로 면책된다고 볼 것이 아니라 각각의 목적과 장소, 시간, 내용 및 국회 직무와의 구체적인 관련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Ⅳ. 면책특권의 합헌적 운용 및 제도적 개선 방안

면책특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리 및 의회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유지냐 폐지냐'의 이분법적 대립을 넘어 실효성 있는 남용 방지 통제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

1. 사법적 통제의 정교화 : 명백한 위법행위에 대한 예외 명확화
헌법 제45조의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한 해석론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명백한 허위 사실임을 인식하고도 정치적 음해 목적으로 행한 발언(악의적 묵인 및 정황상 고의), 직무와 무관한 개인적 명예훼손 및 사생활 폭로, 그리고 국회 외의 장소(SNS, 기자회견, 방송 출연 등)에서 국회 내 발언을 단순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의 범주에서 적극적으로 제외함으로써 사법부의 사후적 실질 심사가 가능하도록 판례 규범을 강화해야 한다.

2. 국회 자율적 통제 기구(윤리특별위원회)의 실효성 확보
헌법 제64조 제2항은 국회의 자율권과 징계권을 규정하고 있다. 사법적 통제에 앞서 국회가 스스로 자율적 자정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윤리특별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법조인, 학자 등)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한 구속력을 제고하고, 허위 폭로에 대해서는 세비 삭감 및 상임위 사임 강제 등 실질적 불이익을 부과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비해야 한다.

3. 피해보상 체계 및 입법적 대안 검토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국회가 징계 절차를 거쳐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입은 피해자에게 적절한 피해보상 체계를 마련하거나, 악의적 허위 발언으로 판명될 경우 해당 의원의 입법 활동 지원금을 제한하는 식의 경제적·정치적 책임 연계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Ⅴ. 결론

1.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의원 개인에게 주어진 사적 면죄부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대표자가 권력으로부터 부당한 보복을 우려하지 않고 국회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제도이다. 따라서 면책특권을 단순히 “국회의원의 특권”이라는 관점에서 비판하는 것은 그 헌법적 본질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반대로 면책특권이라는 이유만으로 국회의원의 모든 국회 내 발언이 아무런 한계 없이 보호된다고 이해하는 것도 헌법 제45조의 취지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이다.

2. 대법원 판례 역시 면책특권의 보호범위를 국회의원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발언과 그에 통상적으로 부수하는 행위까지 인정하면서도, 직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에는 그 보호가 미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면책특권의 핵심은 자유와 책임의 균형이다. 국회의원의 발언이 위축되어서는 안 되지만, 면책특권이 사적인 인격공격이나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어서도 안 된다.

3. 따라서 면책특권의 미래는 폐지와 존치의 단순한 선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정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그 헌법적 목적을 일탈한 행위에 대해서는 국회 내부의 자율적 통제와 사법적 판단이 조화롭게 작동하도록 하는 데 있다. 국회의원이 면책특권을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방패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로서 자유롭게 공적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헌법적 책임의 수단으로 인식할 때, 면책특권은 비로소 대의민주주의를 위한 제도적 보장으로서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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