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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해외입양 소고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9-07 11: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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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 소고”

 

 



▲최창호 변호사
1. 개관

해외입양은 아동이 태어난 국가를 떠나 외국인 가정에 법적으로 양육되는 국제적 아동 보호 절차를 의미한다. 대한민국에서 해외입양은 단순한 아동 복지 제도를 넘어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복합적인 문제이다.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긴급 구호 목적으로 시작된 해외입양은 경제 성장을 거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이후에도 수십 년간 지속되었다. 최근 과거 해외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아동 인권 침해, 신원 조작, 국적 미취득 문제 등이 국제 사회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면서 해외입양의 구조적 폐단에 대한 성찰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2. 해외입양의 개념 및 역사적 시작

가. 해외입양의 정의와 특성
해외입양은 친부모의 양육이 불가능하고 국내에서 적합한 대체 가정을 찾지 못한 아동에게 외국 국적을 가진 양부모를 연결하여 법적인 부모 자식 관계를 형성하는 제도다. 이는 본국에서의 원가정 양육 및 국내 보호 조치가 불가능할 때 마지막 수단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제한적 제도다.

나. 해외입양의 시작과 고착화
한국 해외입양의 역사는 1950년 한국전쟁 직후로 올라간다.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전쟁고아와 외국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동의 생존 및 보호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었다. 당시 미비했던 국내 복지 인프라와 혼혈아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 속에서, 정부는 해외 자선단체와 협력하여 아동을 미국 등 서구 사회로 보내기 시작했다.
초기 인도적 긴급 구호 차원에서 시작되었던 해외입양은 1960~1980년대에 이르러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조장되는 기형적 구조로 발전했다. 정부는 아동 양육 및 사회복지 예산을 절감하고 인구 조절 정책의 일환으로 해외입양을 적극 활용했다. 민간 입양기관들은 정부의 위임 아래 권한을 독점하며 입양 절차를 주도했고, 그 결과 한국은 장기간 세계 최대의 '아동 수출국'이라는 비극적인 타이틀을 안게 되었다.


3. 입양 관련 법제와 특례법 제정의 공과

가. 고아입양특례법(1961년)과 민간 주도 체계의 고착
1961년 제정된 「고아입양특례법」은 해외입양 절차를 간소화하여 아동을 신속하게 해외로 보낼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일반 민법상의 입양 절차와 달리 법원의 엄격한 심사나 국가의 개입 없이, 보건사회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민간 입양기관이 사실상 입양의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법 제정 이후 입양 절차의 효율성은 높아졌으나, 민간 입양기관이 입양 수수료를 주요 재원으로 운영되면서 아동의 권익보다 입양 실적과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폐단이 발생했다. 아동의 원가정 양육 가능성 검토나 친부모의 자발적·진정한 동의 절차는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나. 입양특례법 개정과 한계
1976년 「입양특례법」으로 개정된 이후에도 민간 중심의 입양 구조는 지속되었다. 1980년대 후반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해외 언론으로부터 '아동 수출국'이라는 비판을 받은 후에야 정부는 해외입양 쿼터제를 도입하는 등 제한 조치를 취했으나, 국내 미혼모 지원책 체계화나 국내입양 활성화 등의 근본적 대책 체계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다. 2011년 전면 개정되어 2012년부터 시행된 「입양특례법」은 의미 있는 법적 전환점을 마련했다. ① 법원 허가제 도입, ② 출생신고 의무화, ③ 숙려기간제 도입, ④ 아동의 알 권리 보장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법 개정 이후에도 과거 수십 년 동안 부실하게 처리된 해외입양 기록의 관리 소홀, 친생부모 정보의 비공개 정책, 민간기관의 정보 독점 등 과거사의 폐해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었다.


4. 해외입양의 구조적 문제점

가.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 국제 규범 위반
1991년 한국이 비준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가능한 한 친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권리를 최우선으로 규정하며, 해외입양은 아동이 본국에서 적절한 가정을 찾을 수 없을 때에 한해 적용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이후에도 매년 수백 명의 아동을 해외로 보냄으로써 아동 보호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방기하고 국제 규범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나. 정체성 혼란, 인권 침해 및 인종차별
해외로 입양된 아동들은 성장이 과정에서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경험한다. 백인 중심 사회에서 백인 양부모 밑에서 자라나며 외모와 문화적 배경 사이의 불일치로 인한 불합리한 인종차별과 소외감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사춘기와 성인기 이행 과정에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할 때, 적절한 사후 지원 체계가 미비하여 우울증, 적응 장애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입양인이 많다.

다. 국적 미취득으로 인한 이중의 비극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 중 하나는 입양국에서의 국적 미취득 문제다. 과거 입양 절차 과정에서 양부모의 소홀, 민간 입양기관의 사후 관리 부실, 입양 대상국의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성인이 될 때까지 해당 국가의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입양인들이 발생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2000년 '아동국적법' 제정 이전 성인이 된 입양인 중 다수가 시민권을 얻지 못했다. 이들은 추방 위협에 시달리거나, 실제로 범죄 혐의 등에 휘말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태어난 국가인 한국으로 강제 추방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라. 신원 조작 및 뿌리 찾기(알 권리)의 한계
과거 입양 기관들은 입양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아동의 신원 사항을 '기아(버려진 아이)'로 조작하거나 미혼모의 기록을 삭제·변조하는 행위를 자행하기도 하였다. 이로 인해 성인이 된 입양인이 자신의 근원을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도 친부모를 찾을 확률은 극히 낮다. 현재도 개인정보 보호와 친부모의 사생활 보호라는 명분 아래 친생부모의 동의 없이는 인적 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제약이 존재하여, 입양인의 알 권리와 친생부모의 알 권리가 상충하는 법적·윤리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5. 해외입양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

가. 원가정 양육 지원 강화 및 사회적 인식 개선
입양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동이 태어난 원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한국 해외입양 아동의 대다수가 미혼모의 아동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혼모 및 위기 임산부에 대한 경제적·주거적·법적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나. 국가 중심의 공적 입양 체계 구축
(1) 민간 입양기관에 의존하던 관행을 탈피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입양의 전 과정을 직접 책임지는 공적 체계로 전환할 필요성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민간 입양기관이 담당하던 아동의 상담, 결연, 사후 관리 등의 업무를 보건복지부 및 지자체 중심의 공적 주체로 이관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면 적극 감독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입양 수수료 등 민간 기관의 수익 구조와 결부된 입양 절차를 폐지하고, 법원의 심사를 거쳐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보장되는 체계적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원가정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국내입양, 최후의 수단으로 해외입양을 검토하는 공적 보호 체계의 순차적 적용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2) 민간 중심의 입양 구조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공적 체계로 전면 전환하는 방안은 아동권리 보호라는 측면에서 큰 당위성을 지니지만, 현실적인 집행 과정 및 정책적 관점에서 ① 행정적·재정적 부담 및 전문성 부족 우려, ② 행정적·재정적 부담 및 전문성 부족 우려, ③ 국내입양 위축 및 해외입양 전면 차단에 따른 부작용, ④ 민간 기관의 역할 완전 배제에 대한 문제점 발생 등의 현실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따라서 민간 기관이 쌓아온 노하우와 인프라를 전면 폐기하기보다는, 국가가 강력한 감독·심사 권한을 행사하면서 실제 상담 및 사후 관리는 전문성을 갖춘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고 실용적이라는 견해도 상당하다.

다. 헤이그 국제입양협약의 완전한 이행
대한민국은 2013년 '헤이그 국제입양협약'에 서명했으나, 공적 체계 구축 지연 등으로 협약의 완전한 비준을 미뤄왔다. 해외입양 절차에서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인신매매 형태의 입양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헤이그 협약의 최종 비준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협약이 요구하는 중앙당국의 역할 확립과 엄격한 국제 기준을 국내 입양 법제 전체에 차질 없이 정착시켜야 한다.

라. 과거사 진상 규명 및 피해 회복 지원
과거 국가의 방임과 민간 입양기관의 불법·편법 행위로 피해를 입은 해외입양인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과거사 정리와 책무 이행이 필수적이다. 1950년대부터 수십 년간 이루어진 해외입양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신원 조작, 불법성 여부에 대한 투명하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부실한 절차로 인해 발생한 인권 침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관련 피해 입양인들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명예 회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마. 해외입양인 사후 지원 체계 및 뿌리 찾기 확충
성인이 된 해외입양인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국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사후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입양국에서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미등록 이주자 신세로 전락한 입양인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해당 국가 정부와의 외교적 협상을 통해 국적 취득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친부모와 입양인 간의 유전자 정보 매칭 시스템을 확충하고, 분산되어 있거나 은폐된 입양 기록물을 국가가 통합 관리하여 입양인의 알 권리와 뿌리 찾기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한국을 방문하거나 재정착을 희망하는 해외입양인을 위한 언어 교육, 심리 상담, 비자 발급 편의 등 종합적인 정착 지원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해야 한다.


6. 결론


해외입양은 과거 국가가 빈곤과 사회적 책임을 아동 개인과 해외 가정에 전가했던 현대사의 아픈 단면이다. 경제적·사회적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이 여전히 해외입양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아동 인권과 사회 안전망 구축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이제 해외입양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라는 원칙에 따라 철저히 제한되어야 하며, 원가정 양육 지원과 국내입양 활성화를 통한 아동 보호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나아가 과거 절차적 부실과 인권 침해로 상처받은 해외입양인들의 권리를 회복시키고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국가적 책무를 다할 때, 비로소 해외입양에 둘러싼 잔혹한 잔재를 청산하고 아동 권리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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