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접견교통권 소고 - 수감 중인 피고소인에 대한 고소인 변호사의 접견과 법적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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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접견교통권 소고 - 수감 중인 피고소인에 대한 고소인 변호사의 접견과 법적 쟁점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4-20 11: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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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견교통권 소고 - 수감 중인 피고소인에 대한 고소인 변호사의 접견과 법적 쟁점”




 

▲최창호 변호사

1. 서


민사사건에서 원고와 피고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형사사건에서 고소인과 피고소인은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당사자에 해당한다. 특히 피고소인이 구속 수감된 상태라면 양측의 균형은 무너질 위험이 크다. 최근 실무에서는 고소인의 변호사가 수감 중인 피고소인을 직접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협상을 넘어 헌법과 법률이 정한 형사절차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 상대방 당사자 직접 접촉의 윤리적 결함


가. 변호사 윤리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상대방 당사자에게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는 경우, 그 변호사의 승낙 없이 상대방과 직접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가 무기 대등의 원칙을 깨뜨리고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거나 부당한 양보를 받아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나. 수감 중인 피고소인은 신체적 자유가 억압된 상태에서 극도의 심리적 위축 상태에 있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소인의 변호사가 직접 나타나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피고소인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법률적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피고소인의 변호인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배제한 채 이루어지는 독단적인 접견은,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로 도출된 합의는 추후 그 자발성과 진정성이 부정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3. 변호사법 제31조 수임제한의 법리적 충돌
 

변호사법 제31조는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변호사가 수임할 수 없는 사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고소인 변호사가 피고소인을 직접 만나 합의 조건을 조율하는 행위는, 겉으로는 대리인으로서의 업무 수행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양 당사자 사이의 중재' 내지는 '쌍방 대리'와 유사한 외관을 형성한다.


고소인 변호사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피고소인에게 "이 정도면 형량이 줄어들 것"이라거나 "나중에 내가 잘 말해주겠다"는 식의 법률적 조언이나 약속을 덧붙인다면, 이는 피고소인에게 고소인 변호사가 마치 자신의 이익도 대변해 줄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이해상반행위의 변형된 형태이며, 변호사의 공정성과 신뢰를 저해하는 심각한 수임 질서 위반의 소지가 있다. 변호사는 수임한 의뢰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지만, 그 과정이 대립하는 상대방의 방어권을 기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4. 변호사법 제24조 품위유지의무 위반의 문제


변호사법 제24조와 변호사윤리장전은 변호사에게 고도의 도덕성과 품위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고소인 변호사가 구치소나 교도소라는 수감시설의 특수한 공간적 제약을 이용하여 피고소인을 압박하는 것은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특히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불이익(형량 확대, 별건 수사 암시 등)을 과도하게 강조하며 합의를 종용했다면, 이는 변호사의 직무 범위를 넘어선 강요나 공갈에 해당할 위험이 있다. 수감자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해 고소인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는 변호사가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옹호해야 한다는 본연의 사명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5. 접견교통권 주체성 결여의 명확성


가.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고소인의 변호사가 과연 형사소송법상 '접견교통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형사소송법 제34조가 규정하는 변호인 접견교통권은 구속된 피고인·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에게만 부여된 전속적인 권리다.

나. 고소인의 변호사는 피고소인과 대립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객관적으로 '변호인이 되려는 자'에 해당할 수 없다. 변호인이 되려는 자란 장차 피고소인의 선임에 의해 변호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를 의미하는데, 이미 고소인의 대리인으로 선임되어 활동 중인 변호사가 피고소인의 변호인을 겸하는 것은 변호사법상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소인 변호사가 교정시설에 '변호인 접견' 신청을 하여 피고소인을 만나는 것은, 접견교통권의 주체성도 없는 자가 국가의 공권적 제도를 기망하거나 남용하여 피고소인의 독점적 방어 공간에 침입한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접견은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접견이라 할 것이다.


6. 정당한 절차를 통한 합의의 필요성


형사절차에서 합의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과 가해자의 반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반드시 법이 정한 절차적 정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고소인 변호사가 수감 중인 피고소인을 직접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는 행위는, 효율적 해결이라는 미명 하에 헌법이 보장하는 방어권과 변호사 윤리를 희생시키는 처사다.


진정한 의미의 합의는 양측 변호인이 대등한 지위에서 조건을 협의하고, 수감된 당사자가 자신의 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법률적 조력을 받은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결정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법조계는 이러한 부당한 접견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변호인 접견제도가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엄격한 기준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의 사명은 승소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향해 가는 과정의 정당성에서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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