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위탁선거법상 기부행위 제한과 업무상배임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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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위탁선거법상 기부행위 제한과 업무상배임죄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8-14 11: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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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선거법상 기부행위 제한과 업무상배임죄
― 조합재산을 이용한 선거운동의 형사책임 ―

 

 

 

 

▲최창호 변호사

Ⅰ. 선거의 공정성과 조합재산의 보호

농·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위탁단체의 대표자 선거는 단순한 임원 선출을 넘어 조합원의 경제적 이해와 조직의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현직 조합장이 조합의 자금이나 조직을 이용하여 자신의 재선 기반을 구축하는 경우 선거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훼손될 수 있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이 기부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위탁선거법 위반과 형법상 업무상배임죄는 보호법익과 구성요건이 서로 다르므로, 기부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선거와 관련된 기부행위를 할 때에는 항상 주의하여야 한다. 실무상 쟁점은 조합의 자금을 이용한 기부행위가 선거법 위반을 넘어 조합재산에 대한 불법적인 처분행위에 해당하는가에 있다. 

 


Ⅱ. 위탁선거법상 기부행위 제한

위탁선거법상 기부행위는 선거인이나 그 가족 등 법률이 정한 상대방에게 금전·물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 의사를 표시 또는 약속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실제로 금품이 지급되었는지 여부만이 아니라 누가, 누구에게, 어떠한 명목으로 제공하였는지가 중요한 판단요소가 된다. 일반 후보자 등에 대해서는 법률이 정한 기부행위 제한 기간이 적용되지만, 농협·수협·산림조합의 조합장 등 일정한 현직 대표자에게는 재임 중 기부행위가 제한되는 별도의 규정이 적용된다. 이는 현직자의 지위와 영향력이 선거에 부당하게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모든 금품 제공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위탁선거법 제33조는 법령이나 정관 등에 따른 사업계획과 수지예산에 따라 위탁단체의 명의로 이루어지는 직무상의 행위 등 일정한 예외를 인정한다.

그러나 예산에 편성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적법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22. 2. 24. 선고 2020도17430 판결이 보여주듯이, 실제 제공의 목적과 경위, 제공 명의, 사업계획 및 예산과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제33조의 예외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Ⅲ. 조합자금으로 기부행위를 한 경우의 업무상배임

조합장이 조합의 자금으로 금품을 제공하였다면 위탁선거법 위반과 별도로 형법상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 ② 임무위배행위, ③ 자기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함, ④ 본인인 조합의 재산상 손해 및 ⑤ 고의가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위탁선거법 위반이 반드시 업무상배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조합이 법령과 정관에 따라 정상적인 사업을 수행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물품을 제공하였다면, 그 행위가 선거법상 문제된다고 하더라도 지출액 전부가 곧바로 조합의 재산상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조합장이 자신의 재선을 위하여 조합의 사업과 무관한 금품을 조합원들에게 제공하였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법적 근거 없는 지출로 조합의 재산이 감소하고 금품을 받은 조합원에게 재산상 이익이 귀속되었다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조합장의 재선 가능성이나 정치적 영향력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재산상 이익’과 구별하여야 한다. 조합장 자신에게 귀속되는 선거상의 이익과 금품 수령자인 제3자가 취득한 금전·물품이라는 재산상 이익은 구별되어야 한다.


Ⅳ. 업무상횡령죄와의 구별

조합장이 조합의 자금을 자신의 선거를 위하여 사용한 경우에는 업무상배임뿐 아니라 업무상횡령도 문제될 수 있다.

특히 조합의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 비용을 조합자금으로 지출하였다면 횡령죄의 성립 여부를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도6280 판결도 단체 대표자가 개인적인 목적을 위하여 단체의 자금을 사용하는 경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조합장이 조합자금을 사용한 사건에서는 단순히 “배임인가”라고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그 자금에 대한 보관·처분관계와 지출의 목적을 기준으로 횡령과 배임을 구별하여야 한다. 즉, 조합의 자금(현금, 예금)을 용도 외로 직접 지출·소모한 경우에는 타인의 물건에 대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고, 자원의 제공이나 거래 형식을 빌려 조합에 채무를 부담시키거나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업무상배임죄가 문제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Ⅴ. 결론 ― 조합의 돈은 조합장의 선거자금이 아니다

위탁선거법상 기부행위 제한의 본질은 현직자의 지위와 조합의 자원이 선거에 부당하게 동원되는 것을 방지하여 선거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보장하는 데 있다.

그러나 조합의 자금을 이용한 기부행위가 있었다고 해서 항상 업무상배임이나 횡령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기부행위의 위법성과 조합재산의 손해는 별개의 구성요건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결국 판단의 핵심은 그 돈이 조합의 본래 사업을 위하여 지출된 것인지, 아니면 조합장의 선거 승리를 위한 부당한 동기에서 사용된 것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 법령·정관·사업계획 및 예산에 근거한 정상적인 조합업무라면 선거법상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조합의 사업과 무관하게 조합장의 재선을 위하여 조합자금을 사용하였다면 위탁선거법 위반을 넘어 업무상횡령 또는 배임이라는 별도의 형사책임까지 부담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합의 돈과 조합장의 선거자금은 결코 같은 돈이 아니다. 조합재산을 선거에 이용하는 순간 선거의 공정성과 조합원의 공동재산이라는 두 법익이 동시에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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