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합격으로 가는 지름길
지난해 12월, ‘사법시험 폐지를 2021년까지 유예하겠다’는 법무부의 입장은 허공 속의 외침이 되고, 올 9월 헌법재판소의 판단마저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을 내리면서 대한민국 사법시험 제도는 내년도 2차 시험을 끝으로 완전히 폐지된다. 이처럼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갈팡질팡하던 수험생들은 마지막이라는 절박함 속에서 사법시험을 치렀고, 올해도 어김없이 수석합격자와 최고령 합격자가 배출됐다.
사법시험이 폐지될 것이라는 불안감, 조급함을 모두 이겨내고 최종합격이라는 결실을 맺은 109명의 합격생 중 본지는 최고득점자 정세영 씨(22세‧한국과학기술원 재학)와 최고령자 송유준 씨(54세‧연세대 졸업)와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올해 최고득점으로 합격한 정세영 씨는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사법시험 응시기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시험에서 과분한 결과를 받아 어깨가 무겁다”며 “앞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격소감을 밝혔다. 송유준 씨 또한 “다음이 없는 진짜 마지막 도전이었던 만큼 늦은 나이에 최종합격하게 되어 더욱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좋은 결과에 이르기까지 그들에게 합격의 압박감은 줄어든 선발인원과 사법시험 제도의 짧아진 수명으로 더욱 컸다. 특히, 최고령 합격자 송유준 씨에게는 그 압박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법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송 씨는 “선발인원 급감소에 나이는 이미 너무 많아 솔직히 시험에 된다 한들 뭔 큰 영광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그만두고 다른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기도 했다”며 “포기한다면 지금까지의 짧지 않은 수험기간이 완전히 낭비가 되어버린다는 생각에 어차피 거의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도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최고득점자 정세영 씨 역시 “선발인원 감소로 인한 커트라인 상승에 심리적 압박이 매우 컸다”며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합격에 대한 계산보다는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는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한편, 정세영 씨와 송유준 씨는 수험생들에게 “하루하루 충실하게 보낸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맞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 절대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다음은 올해 사법시험 최고득점자 정세영 씨와 최고령 합격자 송유준 씨의 인터뷰 내용이다.
김민주 기자 gosiweek@gmail.com

Q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정세영 : 광주과학고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3학년(전기 및 전자공학과) 재학 중인 정세영입니다. 실력에 비해 과분한 결과를 받은 것 같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제게 기대와 우려를 보내주고 계신 만큼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송유준 : 늦은 나이에 최종합격하게 되어 감개무량합니다. 특히 다음이 없는 진짜 마지막 도전이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금융기관과 관련기관 등에 근무하다가 직장생활을 접고 사법시험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Q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정세영 :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되는 게 장래희망이었습니다. 다만, 중학교 재학 중에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제게는 사법시험 응시기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로스쿨 진학을 목표로 했기에 전공 선택을 자유로이 할 수 있었고, 제 적성에 따라 학교를 이공계열로 진학해 과학기술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법조인을 구체적인 목표로 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오고 나니 제게도 사법시험 응시기회가 3번 정도 남았고,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던 사법시험이었기에 도전자체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송유준 : 자기만의 전문영역을 구축하고 전문직으로 살아가는 꿈을 가지고 있었으나 직장생활에 얽매여 그러지 못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감정평가사시험을 보게 되었고 감정평가사 1차에 합격하여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하던 중 2차 시험을 낙방하고 나서 좀 더 하고 싶었던 사법시험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Q 공부하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때와 극복방법은?
▪정세영 : 첫 1차 시험을 준비하던 기간이 수험기간 전체에서 가장 힘들었습니다. 과감하게 학교를 1년 휴학했지만 생각보다 법학에 익숙해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두꺼운 법학 서적들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던 시절이었습니다. 결국 그해 1차 시험을 포기해버렸고 그냥 시험을 포기하고 복학할까하는 고민도 진지하게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 것도 못해보고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가 클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수험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마음을 다 잡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KBS 다큐3일-사법연수원’편을 시청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법조인이 되고자하는 의지가 다시금 강하게 생겨난 것 같습니다.
▪송유준 : 사법시험 재시낙방 후 소위 해걸이로 연속 근소한 차로 1차 시험에 낙방을 하였을 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며 1, 2차 준비 중에도 시험이 임박할수록 공부량이 부족한 것 같고 제대로 시험을 치를 수 없을 것 같아서 포기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1차 시험에 두 자리 수 등수로 합격할 실력이었음에도 그러한 생각이 들었으므로 실력이 없다는 불안감은 모든 수험생이 가지는 공통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Q 사법시험 선발인원 감소로 인하여 불안하지는 않았는지?
▪정세영 : 1차 시험을 준비할 때는 선발인원 감소로 인한 커트라인 상승에 심리적 압박이 매우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늘 “성실한 완주가 곧 합격이다.”라고 생각했기에 합격에 대한 계산보다는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는데 집중하니 심리적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어든 것 같습니다.
▪송유준 : 2013, 2014년 1차 시험에 근소한 차로 낙방하고, 선발인원 급감소에 나이는 이미 너무 많아 솔직히 시험에 된다 한들 뭔 큰 영광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그만두고 다른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였습니다만, 포기한다면 지금까지의 짧지 않은 수험기간이 완전히 낭비가 되어버린다는 생각에 어차피 거의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Q 1차 시험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정세영 : 우선 기본서와 기본강의를 통해 개념 전반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한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후, 객관식인 1차 시험의 특성상 한 쟁점을 완벽하게 아는 것보다 시험범위 전반에서 모르는 내용을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제가 어느 부분에서 이해 또는 암기가 부족한지를 살피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기출문제와 진도별 모의고사를 활용했습니다. 문제를 푼 뒤 몰랐던 내용을 체크해 놓거나 특히 중요한 부분은 따로 정리해 시험 직전에 반복해서 보았습니다.
▪송유준 : 1차 시험은 초시생 시절에 기본강의도 모두 듣고 진도별 모의고사도 모두 응시하였습니다만 재시낙방 후 1차에 실패하고 해걸이를 두 번 할 때에는 그냥 기본서를 읽으면서 진도별 모의고사는 온리 시험반에 응시하여 실제 시험은 치르지 않고 문제만 풀어보았습니다. 기본서 2-3회독 후 모의고사 그리고 OX문제집을 풀면서 틀린 부분을 별로로 반복하는 식으로 대비하였습니다.
Q 2차 시험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정세영 : 2차 시험은 예비순환부터 3순환까지 학원 강의 커리큘럼을 따라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답안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했기에 어떻게 하면 보다 좋은 답안지를 쓸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우선, 답안지에서 쟁점 누락을 방지하지 위해 ‘목차구성’과 ‘연결쟁점’에 신경을 썼습니다. 이론내용을 볼 때는 목차구조에 주목했고, 사례문제를 풀 때는 답안지에 들어가야 되는 내용을 어떤 목차로 배치할지 손으로 쓰면서 고민했습니다. 또 민법에서의 ‘강행규정 위반 무효일 때 제746조 논의’, 형법에서의 ‘공모관계로부터 이탈의 부정->공모공동정범 인정여부’와 같은 전형적인 연결쟁점들은 따로 정리, 암기하여 답안을 쓸 때 절대 빠뜨리지 않도록 유의했습니다.
다음으로, 답안지의 서술의 질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직접 답안지를 써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답안지를 쓰는 과정에서는 조문배치, 학설의 분량조절, 판례 키워드 적시, 검토의 논거제시, 설문을 활용한 사안포섭 등을 중요하게 다루었습니다. 문제제기와 사안의 해결은 1줄 이라도 꼭 써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쟁점들은 곧바로 답안지에 서술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평소에 가다듬어 놨던 것 같습니다.
▪송유준 : 2015년 1차 가채점 후 점수가 넉넉히 나와 바로 동차합격을 목표로 열심히 할 결심을 하였으나 시험 막판에 갈수록 도저히 합격에 필요한 실력에 너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 1달 남기고 사실상 포기하였습니다. 이것이 이후에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못하여 2016년 2차 준비에 심리적으로 아주 부정적 영향을 주었습니다. 1순환은 모두 강의를 수강하였으며 시험은 문제만 보고 웅시는 하지 않았습니다. 2순환의 강의도 듣고 시험도 모두 응시하였습니다. 3순환은 좀 부족한 과목만 강평반을 수강하였고 시험은 민법까지만 모두 응시하였고 개인적인 4-2-1 일정에 맞추어 헌법 형법은 집에서 문제풀이만 하였습니다. 1순환기간에는 솔직히 열심히 하였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2순환부터는 시험에 맞추어 예습 복습을 하였으며 3순환 이후 시험 직전까지의 3-4개월은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한 기간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가장 취약했던 과목은 무엇인가요? 또 그 과목을 어떻게 보완하였나요?
▪정세영 : 저는 상법이 가장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방대한 양에 비해 어느 부분을 공부하고 암기해야 할지 잘 감이 안 왔던 것 같습니다. 결국에는 방어적으로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학원 강의에서 강조된 부분이나 사례문제에 자주 등장하는 쟁점위주로 정리해갔습니다. 다만, 법조문은 꼼꼼히 공부해서 답안지에 그 내용과 취지를 바르게 적시할 수 있도록 연습했습니다.
▪송유준 : 1차 때부터 헌법이 취약하여 고민을 많이 하였으나 결국 300에만 의존하여 시험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상법은 내용이 방대하고 정리서가 없어서 상당히 불안하였습니다만 김남훈 강사님이 많이 양을 줄여주셔서 그마나 대비할 수 있었고 형소법은 이해가 부족하여 상당히 고생하였으나 막판에 조금씩 이해가 되면서 그마나 최종정리로 정리하여 선방한 과목에 속하였습니다.
Q 면접시험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정세영 : 몇 분과 함께 스터디를 구성하여 2회 정도 집단면접을 연습해보았고, 개별면접은 예상문제들을 빠르게 훑어보는 방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송유준 : 면접시험은 기출된 문제를 살펴보면서 전반적으로 1회독하는 정도로 가볍게 준비하였습니다.
Q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동료 수험생과 후배 수험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정세영 : 혹시 주제 넘는 건 않을까 우려되지만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합격을 바라고 저 역시 그랬지만 합격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기에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합격에 대한 고민은 살짝 숨기고, 그저 얼마나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낼 지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전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맞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송유준 : 지금 1순환이 마무리되고 2순환 직전인 상황일텐데 마지막 시험이고 불안하겠지만 불안감과 자신감의 조화가 합격의 비결이라고 생각하며 1순환을 어떻게 보냈느냐와 관계없이 향후 2, 3순환으로 충분히 합격이 가능하니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절대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정세영 : 학교 졸업이 일 년 이상 남아있는 만큼 학교를 마치고 연수원에 입소하고자 합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과학기술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법조인’이라는 목표에 맞게 전공과 지식재산분야에 대해 공부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인 직역은 아직 결심하지 않았지만 어느 분야에서든 맡은 바를 충실히 수행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송유준 : 3월 입소까지 연수원 선행학습도 좀 해가면서 오랫동안 못했던 아버지와 남편 노릇을 제대로 해야 할 듯하며 가족들과의 여행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수원 수료 후에는 제 자신의 사회 직장경험을 살려 전문영역이 있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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