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사실관계
甲(원고)는 채무자 A에 대한 금전채권을 양수한 금전채권자이다. 한편 A는 X아파트를 공동상속인들과 상속받아 피고 단독소유로 하는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해 둔 바 있는데 위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사해행위라는 이유로 취소되어 1/7 지분은 A가, 나머지 6/7 지분은 피고가 소유하게 되었다.
甲은 A의 공유지분에 대해 강제집행을 시도하였으나 공유지분의 최저매각가격이 X아파트에 설정된 근저당권 등 압류채권에 우선하는 부담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산되었다. 이에 원고는 채무초과 상태인 A를 대위하여 X 아파트에 대한 공유물분할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채무자의 책임재산인 부동산 공유지분에 대한 강제집행이 (민사집행법 제102조. 이른바 ‘무잉여 경매’에 해당하여) 곤란한 경우, 채권자가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를 대위하여 ‘공유물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판결요지
[1]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일신에 전속한 권리가 아닌 한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민법 제404조 제1항). 공유물분할청구권은 공유관계에서 수반되는 형성권으로서 공유자의 일반재산을 구성하는 재산권의 일종이다. 공유물분할청구권이 오로지 공유자의 의사에 행사의 자유가 맡겨져 있어 공유자 본인만 행사할 수 있는 권리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공유물분할청구권도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될 수 있다.
[2] 채권자가 자신의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를 대위하여 ‘부동산에 관한’ 공유물분할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책임재산의 보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고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므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또한 특정 분할방법을 전제하고 있지 않는 공유물분할청구권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대위행사를 허용하면 여러 법적 문제들이 발생한다. 따라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금전채권자’는 부동산에 관한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3] 이는 채무자의 공유지분이 다른 공유자들의 공유지분과 함께 근저당권을 공동으로 담보하고 있고,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채무자의 공유지분 가치를 초과하여 채무자의 공유지분만을 경매하면 남을 가망이 없어 민사집행법 제102조에 따라 경매절차가 취소될 수밖에 없는 반면, 공유물분할의 방법으로 공유부동산 전부를 경매하면 민법 제368조 제1항에 따라 각 공유지분의 경매대가에 비례해서 공동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분담하게 되어 채무자의 공유지분 경매대가에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 분담액을 변제하고 남을 가망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4] 이와 달리 공유물에 근저당권 등 선순위 권리가 있어 남을 가망이 없다는 이유로 민사집행법 제102조에 따라 공유지분에 대한 경매절차가 취소된 경우에는 공유자의 금전채권자는 자신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공유자의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기존 대법원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4. 평가
채권자대위권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것이므로(소송담당), 원칙적으로 보전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보전의 필요성은,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와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채무자의 권리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어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을 말하며,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0다50014 판결 등).
이 사건에서 대법원 다수의견(8명)은 甲의 피보전권리가 ‘금전채권’인 반면, 피대위권리는 ‘공유물분할청구권’으로서,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의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것은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는 채권자대위권에서의 보전필요성과 공유물분할청구권의 성격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① 금전채권자는 채무자의 공유지분을 강제집행 해 채권의 만족을 얻는 것이 원칙이고, ② 공유물분할청구권의 대위행사가 책임재산의 감소를 막거나 책임재산을 증가시킨다고 할 수 없으며, ③ 공유부동산 전체를 매각하면 공유지분만을 매각할 때보다 공유지분의 매각대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사실상의 가능성만으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늘어난다고 법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④ 이러한 대위행사를 허용하면 공유물분할이라는 형식을 빌려 실질적으로는 법이 인정하고 있지 않은 일괄경매신청권을 일반채권자에게 부여하는 것이 될 뿐 아니라 현물분할 원칙에 따라 공유부동산이 현물로 분할되면 분할된 부동산 역시 근저당권의 공동담보가 되므로 강제집행이 곤란한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나아가 ⑤ 공유물분할청구권은 오로지 대금분할만을 요구할 수 있는 ‘대금분할청구권’이 아니며 채권자대위권 행사로 공유물 전부가 경매되는 결과는 공유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변경 전 판례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인 공유물에 근저당권 등 선순위 권리가 있고 그 피담보채무액이 채무자의 공유지분액을 초과하여 공유지분 경매를 통한 채권회수가 불가능한 상황(민사집행법 제102조)이라면 공유물분할을 통해 채권회수를 허용하자는 입장이었는데, 대법원은 금번 판결에서 그러한 경우라도 보전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채권자대위권행사를 허용하지 않았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태도는 ‘채권자의 책임재산확보 필요성’과 ‘채무자의 자유로운 권리행사의 필요성’ 중 채무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며, 채권법의 일반원칙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 채권자의 채권회수의 길이 막히는 문제가 있고, 이에 이 판결의 반대의견(4면)은 이 사건과 같이 ‘공유지분에 대한 강제집행이 곤란한 경우에는’ 공유물분할청구권의 대위행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기존입장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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