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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격양가_정승열 법무사(대전)

이선용 / 기사승인 : 2020-12-31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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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jpg



※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서 다사다난했던 한해라고 말하지만, 정말 2020년 한해는 국내외적으로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중국의 요임금과 순임금 치세를 요순시대(堯舜時代)라고 하는데, 요순시대는 태평성대와 같은 좋은 옛 시절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요임금을 “그의 어짊(仁)은 하늘과 같고, 그의 지혜는 신과 같았다. 백성들은 그를 해처럼 따랐고, 구름처럼 바라보았다. 부귀하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사람을 깔보지 않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어느 날 요임금이 백성들이 어떻게 사는지 돌아보려고 평복 차림으로 저잣거리를 나갔는데, 어린이들이 손을 잡고 놀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입아증민(立我烝民 : 우리가 이처럼 잘 살아 있는 것은)/막비이극(莫匪爾極 : 모두가 임금님의 지극한 덕이라네)/불식부지(不識不知 :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순제지측(順帝之則 : 임금님이 정하신 대로 살아가 네)

 

어린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요임금이 흐뭇한 마음으로 길을 걸어갔는데, 얼마 가지 않아서 나무토막을 던지는 격양(擊壤)놀이를 하면서 손으로 배를 두드리고 발로 땅을 구르며(含哺鼓腹 鼓腹擊壤) 흥겹게 노래 부르는 80세가 넘는 한 노인을 만났다. 그 노인은

 

일출이작/ 일입이식 (日出而作 日入而息: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네)/경전이식/ 착정이음 (耕田而食 鑿井而飮: 밭을 갈아 배를 채우고 우물에서 물 마시니)/ 함포고복/ 고복격양 (含哺鼓腹 鼓腹擊壤: 내가 배부르고 즐거운데)/제력하유 우아재 (帝力何有 于我哉: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인가) 였다.

 

요임금은 백성이 걱정 없이 살아가면서 임금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하는 세상이야말로 자신이 꿈꾸던 이상향이었기 때문에 크게 기뻐했다. 악부(樂府)의 제왕세기(帝王世紀) 잡요가사(雜謠歌辭)에는 노인이 불렀다고 하는 격양가(擊壤歌)가 수록되어 있는데, 격양가는 이후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다.

 

또, 요임금은 단주(丹朱)라는 아들이 있었지만, 그에게 천하를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널리 인재를 찾았다. 중신 환두(驩兜)가 공공(共工)을 추천하였으나, 요임금은 이를 거절했다. 중신 사악(四嶽)이 곤(鯀)을 추천하자, 그에게 치수 사업을 맡겼으나 9년이 걸려도 실적이 없었다. 또, 허유(許由)가 어질다는 소문을 듣고 그에게 천하를 넘겨주려 하였지만, 이 소문을 들은 허유는 영수(潁水)의 기산(箕山)에 숨어버렸다. 요임금이 다시 그를 구주(九州)의 장(長)으로 삼으려 하자, 그 말을 전해 들은 허유는 영수에 나가서 귀를 씻었다. 마침 소에게 물을 먹이러 왔던 친구 소보(巢父)가 허유를 보고 그 까닭을 물었다. 허유는 “못 들을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귀를 씻고 있는 중일세.”하고 대답했다. “못 들을 말이란 무슨 말인가?” “요임금이 저번에는 나에게 천하를 넘겨준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구주의 장을 삼는다고 했다네.”

 

이 말을 들은 소보는 물을 먹이려던 소를 끌고 상류 쪽으로 올라갔다. 허유가 웬일이냐고 묵자, 소보는 “더럽혀진 귀를 씻은 더러운 물을 소에게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대답하고 소를 몰고 상류 쪽으로 갔다. 결국 요임금은 사악(四嶽)이 추천한 순(舜)을 중용했다.

 

전욱고양(顓頊고양)의 후손이었지만, 여러 대를 거치면서 지위가 낮은 서민이 되어 가난하게 살고 있던 순의 아버지 고수(瞽叟)는 장님이었다. 고수의 아내가 순을 낳은 뒤 곧 죽자 후처를 얻어서 아들 상(象)을 낳았는데, 고수는 후처의 꼬임에 빠져 매일 순을 학대했지만 순은 한 번도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다. 또, 이복동생 상은 욕심이 많고 성질이 못돼서 아버지 고수와 짜고 순을 죽이려고 했지만, 순은 정성을 다해서 그 효성이 널리 알려진 것이다. 요임금은 순에게 제왕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하여 맹수가 우글거리고 폭우가 쏟아지는 숲속으로 들어가서 탈출하라고 했다. 순이 숲속으로 들어가니 독사들은 꼬리를 감추며 도망쳤고, 호랑이, 표범 등 맹수도 그를 피해갔다. 폭풍우가 몰아쳐 앞뒤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순은 침착하게 길을 찾아 마침내 숲속에서 탈출했다. 요임금은 순에게 사방을 돌아보고, 곤(鯤), 공공(共工), 환두(驩兜), 삼묘(三苗) 등 사흉(四凶)을 제거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아황(鵝黃)과 여영(女英) 등 두 공주를 시집보냈다.

 

요임금이 죽자 58세의 순은 요임금의 아들 단주(丹朱)에게 왕위를 양보하고 산속에 숨었으나, 백관들이 찾아나섰다. 천명을 거스를 수 없음을 깨달은 순은 요임금의 3년상을 마치고 61세 때 제위에 올랐다. 순임금이 즉위하면서 나라 이름을 우(虞)라고 했는데, 이것은 임금의 성씨가 우씨(虞氏)였기 때문이다. 순임금은 눈동자가 2개여서 이름을 중화(重華)라고도 했다. 순임금은 우(禹), 후직(后稷), 고요(皐陶), 수, 백익(白益) 등에게 정사를 분담시켰는데, 순임금의 치세도 요임금 때와 못지않은 태평성대를 구가하였다. 순임금에게는 요임금의 딸 아황과 여영 두 아내가 있었지만, 아황은 소생이 없고 여영이 상균(商均)을 낳았다. 그러나 순임금은 상균에게 천하를 맡길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널리 인재를 찾았다. 순임금은 고요를 추대받았지만, 고요가 일찍 죽자 그의 아들 백익(白益)을 천거했다.

 

그런데, 순임금이 순시를 나갔다가 회계산(會稽山)에서 죽으니, 나이가 110세였다. 순임금의 사후 아들 계(啓)가 왕위를 주장하며 백익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는데, 일설에는 순임금이 죽자 백익은 3년상을 치른 뒤 계에게 왕위를 양보했다고도 한다. 선양(禪讓)은 군주가 혈연관계가 없는 후계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으로서 요·순·우(禹)가 차례로 왕위를 물려주었다고 전해오지만, 사기 하본기(夏本紀)와 맹자 만장(萬章)에서는 순임금이 만년에는 옛날의 영명함을 잃어버리고 방탕한 아들 상균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그러자 우가 이에 불복하고 순을 창오(蒼梧)로, 상균을 양성(陽城)으로 추방하고 왕위를 찬탈하였다고 기록했다.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넘어서자 용은커녕 이무기도 못되는 위인들이 설레발을 치고 있다. 이들은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경륜이나 멸사봉공은 익히지도 못했고 또,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입신양명만을 노리고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고사가 이래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요순시대의 격양가를 생각해보는 것은 정녕 시대착오적인 발상일까? 선동가들에게 끌려다니는 백성들이 불쌍하다. 차라리 연령순으로 전 국민에게 일일 대통령제를 시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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