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세상의 창] 비정한 도시에 사는 죄_정승열 법무사(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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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비정한 도시에 사는 죄_정승열 법무사(대전)

이선용 / 기사승인 : 2021-01-28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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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 법무사.jpg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호황을 이루던 미국경제가 1929년 말부터 극심한 불황에 빠져 세계는 대공황을 맞았다. 그러던 1935년 어느 추운 겨울날, 뉴욕 빈민가의 야간 법정에 누더기를 걸친 한 노파가 끌려왔다. 재판순서에 따라 그 노파가 법대 앞으로 불려 나왔다. 노파는 실직한 사위가 가출해 버린 뒤 병들어 누운 딸을 대신해서 어린 손녀들을 홀로 키워왔으나. 음식과 돈이 모두 떨어져 손녀들에게 아무것도 먹일 수 없었다. 사흘 동안 굶던 노파는 무작정 길을 나섰다가 한 제과점 간판이 눈에 띄자, 자기도 모르게 가게로 들어가서 빵 한 덩어리를 훔쳐 나오다가 가게 주인에게 들켰다. 노파는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즉결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노파는 울면서 선처를 호소하자,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판사는 피해자인 빵 가게 주인에게 할머니를 용서해줄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다. 빵 가게 주인은 할머니 사정이 딱하지만, 내 빵집에서 하루도 빵을 도둑맞지 않는 날이 없으니 엄벌해달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방청객들은 냉정한 빵 가게 주인을 마음속으로 비난하면서, 그래도 판사는 불쌍한 노파에게 관용을 베풀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판사는 아무리 사정이 딱하다 하더라도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잘못입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예외가 없습니다. 그래서 법대로 당신을 판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방청석에서는 판사가 노인의 딱한 사정을 듣고 용서해줄 것으로 알았다가 벌금 10달러를 선고하자. 인간적으로 너무 한다고 순간 방청석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손녀들에게 먹일 빵 한 조각조차 마련할 돈이 없는 할머니에게 벌금 10달러가 있을 턱이 없었다. 그때 판사의 입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말이 튀어나왔다. “이 노인은 이 재판정을 나가면 또다시 빵을 훔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노인이 빵을 훔친 것은 이 노인의 책임만은 아닙니다. 이 비정한 도시에 사는 우리 모두가 이 노인이 살기 위해 빵을 훔쳐야만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데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방치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10달러의 벌금형을 내리겠습니다. 내가 벌금을 내는 이유는 그동안 내가 좋은 음식을 많이 먹은 죄에 대한 벌금입니다. 이 법정에 앉아 있는 여러분도 그동안 좋은 음식을 먹은 대가로 50센트의 벌금형에 동참해주실 것을 권고합니다.”

 

이 놀라운 판사의 선고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법정에 앉았다가 난데없이 억울하게(?) 50센트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방청인들은 항의는커녕 웃음 가득한 얼굴로 죄 없이 받은 처벌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말이 벌금이지 사실은 할머니를 위해 따뜻한 기부금을 내달라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방청객들이 십시일반 호주머니를 털어 모금에 동참하여 모금액은 모두 57달러 50센트였다. 판사는 그 돈을 노인에게 주도록 하여 노인은 벌금으로 10달러를 내고 남은 47달러 50센트를 손에 쥐고 감격의 눈물을 글썽거리며 법정을 떠났다. 할머니의 병든 딸과 어린 손녀들은 적어도 몇 주 동안은 굶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이 훈훈한 소식은 이후 뉴욕타임스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던 빵 가게 주인과 법정에 있다가 갑자기 죄인이 되어버린 방청객과 뉴욕 경찰들까지 모두 벌금을 내면서 웃었다.’라고 보도했다. “비정한 도시에 사는 죄로 방청객에게 벌금을 부과한 판사는 라과디아(Fiorello La Guardia: 1882~1947)가 뉴욕시의 임시 치안판사(magistrate)를 맡았던 때의 유명한 일화이다. 그는 이탈리아계 이민의 후손으로서 1916년 정계에 진출하여 미국 하원의원으로 활동했다. 처음에는 무소속이었다가 1922년 공화당에 가입하여 하원의원으로 활동했는데, 그가 1933년 하원에 낙선한 이후 다시 임시 판사로 일할 때의 사건이다.

 

155cm의 단구(短軀)인 라과디아 판사는 1933년 뉴욕 시장에 당선된 후 1945년까지 12년 동안 뉴욕 시장을 역임했는데, 그는 민주당 출신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뉴딜 정책을 발표하자 자신은 공화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라과디아 시장은 그의 정책을 지지했다. 그는 오늘날의 뉴욕의 상징인 맨해튼을 개발한 시장이기도 하다. , 뉴욕의 실권을 차지하고 있던 마피아 소탕 작전을 벌였다. 마피아 두목 중 한 사람인 럭키 루치아노가 자신에게 같은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라는 점을 들어서 뇌물 공여를 시도하고, 협박하였으나 이를 무시하고 그를 체포했다. 대공황시절에 연거푸 세 번 뉴욕 시장으로 선출된 그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뉴욕시민들에게 장밋빛 공약이나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대신 인내(Patience)와 불굴(Fortitude)이라는 두 가지 덕목을 요구했다. 뉴욕시민들은 라과디아 시장과 함께 인내와 불굴의 의지로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해냈다.

 

1945년에 뉴욕 시장의 임기를 마치고 은퇴 후 1947년에 췌장암으로 죽었는데, 뉴욕시민들은 키가 매우 작았던 라과디아의 이탈리아식 이름 Fiorello을 떠올리며 작은 꽃(the little flower)’이라는 애칭으로 꽃처럼 아름다웠던 그의 삶을 기억하고 있다. 참고로 뉴욕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시립도서관 입구에는 두 마리의 사자상이 있는데, 사자들의 이름이 인내와 불굴이다. 이것은 대공황을 겪은 뒤 뉴욕시민들이 라과디아 시장의 리더십을 기려 공립도서관 입구의 사자상에 인내와 불굴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 라과디아 시장 사망 후 뉴욕시에서는 맨해튼에서 13km쯤 떨어진 잭슨 하이츠에 새 공항을 만들면서 공항의 이름을 시장의 이름을 따서 라과디아(La Guardia Airport) 공항이라고 했다. 그리고 공항에 그의 동상을 세워서 뉴욕을 찾는 많은 사람이 라과디아의 따뜻한 인품을 기억하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라과디아 시장의 훈훈했던 즉결 법정을 회상하며 공항의 가장 좋은 위치에 ‘Judges(법관)’ 그 옆에는 ’Handicapped(장애인)’ ‘Senators(상원의원)’라는 주차장을 만들었다. 아무리 법관이 존경받는 국가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이 모습은 한 법률가의 따뜻한 마음씨에서 우러나온 인간애의 표현으로서 훈훈했던 즉결 법정을 회상하여 공항 주차장의 가장 좋은 위치에 법관들을 위한 마련한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도시에서 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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