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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자기를 사랑한 죄_정승열 법무사(대전)

이선용 / 기사승인 : 2023-04-17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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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 법무사.jpg

 

※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은 동물의 감성과 신의 이성을 가진 복합적 존재로서 “생각하는 갈대”라고 말했다. 인간은 갈대처럼 연약한 존재이지만, 신과 같은 이성으로 만물의 영장이 됐다. 하지만, 맹수처럼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여서 여럿이 모여 살면서 서로 돕고 사회를 발전시켜온 것도 생각하는 갈대로서의 인간의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공동체 사회에서 인간의 동물적인 감정의 표출인 갈등은 발전의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갈등이 악화하여 서로 죽이는 싸움과 전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성선설과 성악설이 다투고 있는데, 공자와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했지만, 순자나 한비자 같은 이들은 성악설을 갈파했다. 서양에서도 영국의 존 로크와 루소는 성선설을 주장했지만, 홉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설파하면서 성악설적 입장에서 인간의 교육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으며 욕구(식욕, 색욕)만 가지고 태어났으며,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고자(告子)의 성무선악설(性無善惡說)도 있다.

 

인간의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나 사물을 소중히 하는 애정의 측면과 타인에게 공감하고 그를 돕는 동정의 측면을 모두 포함하는데, 일찍이 그리스에서 사랑은 에로스(Erōs)·아가페(Agapē)·필리아(Philia)라는 3개의 단어로 말했다.

 

에로스는 감각적인 욕구와 갈망을 가진 열정적인 사랑을 하지만, 본래 에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사랑의 신 이름이다. 플라톤은 이데아로 가고 싶은 상태를 에로스라고 했다. 그리스어 “erotas”는 낭만적인 사랑을 뜻하고, “erotic”은 “eros”에서 파생된 용어이다. 또, 아가페는 조건 없이 헌신적으로 타인을 위하고 보살피는 이타적 사랑이다. 신약에서는 사랑을 가리키는 아가페와 필로스(Philos)가 자주 언급되는데, 아가페는 대가를 기대함이 없거나 기대할 수 없는 이타적 사랑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한다. 필로스는 후원자와 후원받는 관계로서 내가 도운 만큼 그 대가를 기대하는 사랑을 뜻한다.

 

그런데, 기독교의 아가페적인 사랑은 에로스적인 사랑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서 예수는 참된 사랑이 자기희생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었다. 동양에서도 공자는 효도는 인(仁)의 근본이라고 하고, 인은 부모와 형제라는 혈연에 뿌리를 둔 사랑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감정을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넓혀가는 것이 인도(仁道)라고 했다. 공자의 학설을 발전시킨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인의 시작이다”라 하고, 사람을 불쌍히, 가련히 여기는 동정심에서 사랑이 생긴다고 했다.

 

중국·한국·일본에서는 인도와 측은지심을 자비(慈悲)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는 계곡마다 사찰이 넘쳐나고, 거리와 산비탈까지 교회와 성당이 늘어나고 있지만, 자비와 측은지심, 그리고 아가페적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여럿이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에서 다른 사람보다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사람들이 공동사회에서 다른 사람에게 베풀지 않고 움켜쥐는 것은 생각하는 갈대의 도리가 아니다.

 

한동안 이렇게 오로지 ‘자기만을 사랑하는 사람’의 자식들을 ‘금수저’를 쥐고 태어났다고 비아냥하고, ‘아빠 찬스, 엄마 찬스’라는 신조어가 난무하면서 우리를 좌절하게 했다. 하지만, 이것이 어느새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사회지도자 혹은 고위 관리가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 혹은 자기와 가까운 패거리만을 앞세우며, 공기(公器)를 사용하면서는 폐해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이것은 마치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공을 차는 것과 같다.

 

그리스 신화에서 미소년 나르키소스(Narcissus)가 숲속의 샘물에 비친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다가 죽은 뒤 피어난 한 송이 꽃을 수선화(水仙花)는 자기 혼자만의 결정이었지만, 예전에는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의 개인적 일탈로 보았던 학폭으로까지 확대된 ’자기만을 사랑하는 죄지은 자‘들을 지켜보면서 아빠 찬스, 엄마 찬스를 가진 자들은 모두 별세계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거나 심산유곡에서 수선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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