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소멸시효 주장 배척…2005년 법 시행 전 매각한 재산도 환수 대상
12월 3일 제2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 출범 앞두고 환수 범위 재확인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이 과거에 팔아넘긴 토지의 매각대금도 국가가 환수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친일재산 환수법 시행 이전에 처분한 땅이라도 매각대금을 반환해야 하며,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반환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신우선(1873~1943)의 후손들을 상대로 제기한 약 27억원 규모의 친일재산 환수 소송에서 국가가 1심 전부 승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지난 8일 친일재산 매각대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와 토지 소유권이전등기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신우선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찬의로 활동했으며, 일제로부터 한국병합기념장과 다이쇼대례기념장을 받은 인물이다.
이번 소송의 대상은 신우선이 1913년과 1917년 사정(査定)을 통해 취득한 토지에서 분할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소재 14필지다.
후손들은 이 가운데 13필지를 1993년부터 2005년 사이에 매각해 약 24억3000만원을 받았다. 나머지 1필지는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으며 공시지가는 약 2억7000만원이다.
법무부는 매각대금 반환과 남은 토지의 국가 소유권 이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국가의 청구를 모두 인정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2005년 12월 친일재산귀속법 시행 이전에 제3자에게 매각한 재산도 환수 대상이라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대법원은 2016년 12월 친일재산귀속법 시행 전에 제3자에게 처분한 재산도 법에서 정한 친일재산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따라서 해당 토지를 이미 선의의 제3자가 취득했더라도 친일행위자의 후손이 받은 매각대금에 대해서는 국가가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친일행위자 후손들이 제기한 소멸시효 주장도 배척됐다.
후손들은 국가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국가재정법상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판단했다.
이는 2024년 12월 대법원이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시켜야 할 공익적 필요 등을 이유로 후손들의 소멸시효 주장을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법리와 같은 맥락이다.
이번 판결은 오는 12월 3일 출범할 제2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1기 위원회는 활동 당시 친일재산귀속법 시행 이후 처분된 재산을 환수 대상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후 대법원 판결을 통해 법 시행 이전에 처분한 재산과 그 매각대금까지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구체화됐다.
제2기 위원회는 이러한 판례를 토대로 과거에 처분된 친일재산까지 조사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됐다.
법무부는 후손들이 항소할 경우 대응하는 한편,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친일재산 환수 소송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번 판결은 오는 12월 3일 출범할 제2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환수 업무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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