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최평오 교수의 고시 프리즘] 입법독재(立法獨裁)를 경계하며(Guarding against Legislative Tyra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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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평오 교수의 고시 프리즘] 입법독재(立法獨裁)를 경계하며(Guarding against Legislative Tyranny)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2-14 09: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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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독재(立法獨裁)를 경계하며(Guarding against Legislative Tyranny)”

 

▲최평오 교수
1. 권력분립의 새로운 도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3권분립은 권력의 집중을 막고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핵심 원리다.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check and balance)을 이루어야 한다는 이 원칙은 ‘샤를-루이 드 스콩다 몽테스키외’(Charles-Louis de secondat, Baron de Ia Brède et de Montesquieu)가 법의 정신(De l’esprit des Iois; The Spirit of Law)에서 주장한 이래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새로운 형태의 권력 불균형 앞에 서 있다. 과거 우리 사회가 행정권의 비대화와 독주로 인한 독재의 아픔을 겪으며 민주화를 일궈냈다면, 작금의 현실은 또 다른 권력의 불균형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한 다수당에 의한 '입법(부·권)의 독재'에 대한 우려가 그것이다. 행정권 독재에서 입법권 독재로, 권력의 중심만 이동했을 뿐 불균형의 본질은 여전하다. 권력분립의 원칙이 무너지고 입법이 정쟁의 도구나 속도전의 대상이 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토마스 제퍼슨은 “모든 정부 권력—입법, 행정, 사법—이 입법부에 집중되는 것. 이것들을 같은 손에 집중시키는 것이 바로 폭정(전제정치; 독재정치)의 정의다(All the powers of government, legislative, executive, and judiciary, resulting to the legislative body. The concentrating these in the same hands is precisely the definition of despotic government)라고 경고하면서 권력분립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입법부의 권력 독점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 경고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다수당이 의회를 장악했다는 이유만으로 졸속 입법을 자행하거나,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권력 남용이다.

특히 최근의 사례를 간단히 보면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일부개정안과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안이 2026년 2월 11일에 민주당 주도로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 통과되었다(국민의 힘은 불참). 이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3법'의 일부로, 이미 2025년 12월에 법사위를 통과한 법왜곡죄(형법 개정안)와 함께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필자는 민사소송법을 전공한 사람으로 대법원에 상고(재항고)사건이 폭주함에 따라 대법관 증원 문제는 일찍이 논의되어 왔고, 또한 독일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것도 시간을 충분히 갖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논의를 거친다면 굳이 반대하지는 않는다.(다만 독일의 재판소원은 엄격한 보충성 원칙 적용되고 헌법재판소가 일반법원의 법률해석 권한을 존중하지만, 우리 재판소원 개정안은 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 수단으로 설계되고, 보충성 원칙의 엄격성에 대한 논란이 있으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 권한 갈등 우려가 존재한다는 차이점 등이 있기는 하다). 민주당도 대법관 증원은 사건 적체 해소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등 긍정적 효과가 있고, 재판소원은 잘못된 재판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은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 사안이므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특히 사법부 의견 수렴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런 법률은 사법 근간이 되는 법률이므로 시일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나 국민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너무 졸속으로 입법 추진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야당에서는 대법관 증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재임 중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어 여당코드 인사를 할 수 있다고 하여 반대하고 있으며, 재판소원 문제는 우리 헌법에 최고법원은 대법원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법률 개정만으로 정치가 개입된 헌법재판소가 결정으로 대법원판결을 뒤집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한다. 또한 재판소원이 인정되면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하여도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4심제가 되기 때문에 조희대 대법원장도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간다고 하여 반대하고 있으며 사법부 독립도 침해할 수 있어 문제가 있기는 하다. (이 외에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체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등등에 대하여 여·야간에 첨예하게 의견 충돌이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2. 다수의 힘이 신뢰를 대체할 수는 없다 -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의 정치, 오늘의 국회를 묻다

정치는 숫자의 예술이 아니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기술일 뿐, 민주주의 그 자체는 아니다. 뉴스로 연일 쏟아지는 작금의 정치 현실을 바라보며 아래에서와 같이 다시 고전(古典)을 펼치는 이유는, 권력이 가장 강할 때야말로 가장 오래된 경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民無信不立(민무신불립)’이라고 했다.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국가는 설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문장은 오늘날 국회 본회의장보다 더 날카롭게 현실을 비춘다. 압도적 의석을 가진 입법 권력이 과연 국민의 신뢰 위에 서 있는지, 아니면 단순한 수적 우위 위에 서 있는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의 법이라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그 법은 죽은 법이 된다. 신뢰는 투명한 절차, 충분한 논의,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에서 나온다.

(1) 공자가 말한 정치의 마지막 조건
공자의 제자 자공이 정치의 요체가 무엇인가를 묻자, 공자는 먹을 것(足食, 경제), 군사력(足兵, 안보), 그리고 신뢰(民信)라고 대답하자 이에 자공은 만약 버려야 할 것이 생긴다면 무엇인지를 다시 묻자, 공자는 주저 없이 군대를 버리고 그다음은 먹을 것을 버리고, 끝내 남겨야 할 것은 단 하나, 백성의 믿음이라고 대답했다. 백성에게 믿음을 받지 못하면 나라를 오래 버티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르침(民無信不立)은 오늘날의 입법자들에게 준엄한 경고를 던진다. 입법권은 국민이 위임한 신성한 권한이지만 충분한 사회적 합의나 공청회 없이, 절차를 무시한 채 졸속으로 처리되는 법안들이 늘어날수록 국민의 신뢰는 멀어진다. “정부란 국민을 위한 신탁이며, 정부 관리들과 공무원들은 그 신탁을 맡은 수탁자일 뿐이다. 신탁 자체도, 수탁자들도 오로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고 만들어진 것이다(Government is a trust, and the officers of the government are trustees; and both the trust and the trustees are created for the benefit of the people)”라는 미국 유명 정치가 헨리 클레이(Henry Clay)의 말처럼, 입법권의 정당성은 오직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바로 설 수 있다. 그리하여 정부나 공무원은 국민의 심부름꾼이지, 국민의 주인이 아니기에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 이익에 반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오늘의 정치 현실은 이 순서를 거꾸로 뒤집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안 처리 속도는 빨라졌지만, 국민의 납득은 따라오지 못한다. 수적 우위로 통과된 법률은 많아졌으나, ‘왜 이렇게 서둘렀는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정치는 결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과정이 설득되지 않으면 결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2) 다수당 체제의 함정
사서(四書) 중에 맨 먼저 읽히는 책인 「대학(大學)」은 큰 사람(大人)이 되는 학문 또는 지도자가 가져야 할 공부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인데, 여기에 보면 국가의 흥망을 ‘득중즉득국(得衆則得國), 실중즉실국(失衆則失國)’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백성을 얻으면 나라를 얻고, 백성을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정치를 지탱하는 본질적인 원리이다. 여기서 말하는 ‘백성을 얻는다’는 것은 선거에서 이겼다는 뜻이 아니다. 지속적인 신뢰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선거는 권력을 부여하지만, 신뢰는 통치를 가능하게 한다.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숫자의 힘'만으로 밀어붙이는 입법은 잠시 승리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결국 민심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파도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진정한 의미의 민의를 수렴하기 위해서는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대중의 지지가 있다면 실패할 것이 없고, 지지가 없다면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없다(With public sentiment, nothing can fail; without it, nothing can succeed)라고 말했다. 다수당의 입법 권력은 독단적 행사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더 넓은 민심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이어야 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스스로를 정당화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입법 과정에서 공청회가 생략되거나 형식화되고, 반대 의견이 ‘발목 잡기’로 치부되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법안이 일사천리로 처리될 때, 이러한 법은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다수의 힘을 증명하기 위한 것인가?”라고 국민은 묻기 시작할 것이다. 과연 현재 우리나라의 입법 현실은 어떤지 묻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드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다.

(3) 맹자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맹자는 통치 제계의 우선순위에 대하여 백성이 가장 귀한 것이며(民爲貴) 사직이 그다음이고(社稷次之) 임금은 가벼운 것이다(君爲輕)하고 말하면서 가장 귀하고 두려운 것은 국민이라고 했다. 이 말의 현대적 의미의 해석은 명확하다. 즉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이라는 국가의 시스템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바로 '국민의 삶'이라는 것이다. 입법 독재가 우려되는 상황일수록 우리는 “법의 목적은 자유를 없애거나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보존하고 확장하는 것이다”(The end of law is not to abolish or restrain, but to preserve and enlarge freedom)라는 존 로크(John Locke)의 격언을 새겨야 한다. 왜냐하면 규제를 위한 규제,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법안이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확장하는 입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는 종종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진다. 제도와 절차는 권력 행사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국민은 법률의 ‘대상’으로만 남는다. 입법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명령이 아니다. 입법은 국민의 삶을 대신 설계하는 행위이기에, 그만큼 더 많은 동의와 설명을 필요로 한다.

(4) 애민이이(愛民而已), 그러나 말이 아니라 방식으로
주나라 문왕이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크게 힘써야 할 것이 무엇이며 임금을 존엄하게 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강태공에게 물었다. 강태공은 통지의 본질은 오직 백성을 사랑하는 것(愛民而已)뿐이라고 했다.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는 입법자는 서두르지 않으며, 법 하나가 국민의 일상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며, 공청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의 견해를 구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입법권의 비대화가 아니라, 입법권의 '품격(品格)'이다. 다수당은 숫자의 힘으로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기보다, 더 철저한 자기 성찰과 적법한 절차 준수를 통해 입법권 독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시 말하면 오늘날 정치에서 ‘국민을 위한다(사랑한다)’는 말은 흔하지만 사랑은 선언이 아니라 태도로 증명된다. 국민을 사랑하는 정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드러난다. 즉 불편한 반대 의견을 끝까지 들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절차를 지키고, 법의 속도보다는 법위 지속성을 고민하는 것이다. 졸속 입법은 단기적 성과를 만들 수는 있어도, 장기적 신뢰를 절대로 만들지는 못한다.

(5) 서구 민주주의의 동일한 경고
서구 정치사상 역시 같은 지점을 경고해 왔다. 토머스 제퍼슨은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할 때 자유가 존재한다(When the government fears the people, there is liberty)고 설파했다. 여기서 ‘두려움’이란 공포가 아니라 책임감이다. 또한 존 로크(John Locke)는 법의 목적을 정의하면서 다수결의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다수가 만든 법이라고 하더라도 자연권(생명·자유·재산)을 침해하면 그 법은 정당성을 상실한다고 하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6) 빠른 입법과 신중한 입법의 구분
입법 과정에서 공청회는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다. 이는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법안의 맹점을 발견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는 민주주의의 핵심 과정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조율하며, 예상되는 부작용을 미리 점검하는 이 과정을 생략한다면, 그 법은 시행 후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물론 때로는 신속한 입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긴급한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은 지체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기본적인 절차와 투명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속도와 신중함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균형을 맞춰야 할 두 가지 덕목이다. 입법권이 강해질수록, 입법자는 더 천천히 말하고, 더 많이 설명해야 한다. 공청회는 형식이 아니라 국민 신뢰를 축적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생략한 입법은, 공자의 말처럼 결국 신(信)을 잃는다.

(7) 민무신불립은 현재진행형
정치는 기억된다. 어떤 법을 만들었는지보다,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더 오래 남는다. ‘민무신불립’은 과거의 경구가 아니라, 오늘의 경고다. 견제 없는 선의는, 언제든 오만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입법권 독주는 행정 독재만큼이나 위험하다. 국민의 편에 서서 빠를 때는 빠르게, 멈춰야 할 때는 멈출 줄 아는 입법. 그것만이 백성의 믿음을 지키고, 국가를 오래 유지하게 한다. 또한 악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량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The only thing necessary for the triumph of evil is for good men to do nothing)라는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의 말처럼, 우리 국민 또한 입법권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항상 깨어있는 눈으로 지켜보아야 한다. 입법권은 휘두르는 칼이 아니라,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이어야 한다. 다수당의 압도적 지위가 '독재'가 아닌 '민생'을 위한 강력한 추진력이 되기를 바라며, 민무신불립의 자세로 국민의 믿음을 얻고, 애민이이(愛民而已)의 마음으로 법을 세울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 공화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8) 청문회와 동의절차 - 견제의 지혜
참고로 국회가 수행하는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청문회와 각종 동의 절차다.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 주요 정책에 대한 국정조사, 중요한 국가 사안에 대한 국회 동의 등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핵심 장치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될 때, 그 본래의 취지는 훼손된다. (거대) 여당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옹호하거나, 야당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반대하는 태도는 모두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청문회는 진실을 밝히고 적격성을 검증하는 자리지, 정치적 공격이나 방어의 장이 아니다. 청문회에서 질문할 때, 법안을 심의할 때, 정책에 동의할 때, 국회의원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것이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인가? 내 정파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고 있는가?" 이러한 자기 성찰이 없다면, 아무리 화려한 수사로 포장해도 그것은 공허한 정치 쇼에 불과하다.

(9) 맺으며 - 삼권분립의 균형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되어야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큰 책임을 짊어진 것이다. 그 힘으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졸속 입법과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으로 단기적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신중한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 좋은 법, 국민의 신뢰를 얻은 정책, 그리고 후세에 부끄럽지 않은 입법은 진정한 성과로서 기록에 오래 남는다.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 의견을 듣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은 번거로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길이다. 과거 행정권 독재에서 벗어나 이제 입법권의 과도한 집중을 경계해야 할 때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유명한 말처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어야 한다(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이는 입법이 국민을 위한 도구임을 상기시킨다. 국회가 신중한 절차와 국민 중심의 태도로 입법을 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공정하고 안정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권력자들은 고전의 지혜를 새겨, 백성의 믿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국가 존립의 필수 조건임을 늘 명심해야 한다. 끝으로 사회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 개혁, 헌법적 가치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 국민 사이에 의견이 크게 갈리는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 졸속 입법은 사회 분열을 심화시키고,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며,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 것을 특히 다수당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고려대학교 법학과 박사과정 수료(민사소송법 전공)
한국 민사소송법학회, 민사집행법학회, 도산법학회 회원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민사절차법연구센터 전임 연구원
특허청 및 특허심판원 민사소송법 전임교수(2008.3∼2018.2)
한림법학원·한국법학교육원 등 민사소송법 대표교수(1995.7~2011.7)
한빛변리사학원 민사소송법 전임교수(2005.1~2025.10)
(현) 인덕종합관리(주) 법무 본부장(20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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