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경계 분명한 직원은 만족도·성과 높아…노력 포기한 직원은 이직 의향 커
이직 고민자 31%는 이미 업무 열의 줄여…“퇴사 신호는 성과 좋은 직원에게도 나타나”
직장에서 맡은 일만 하고 추가 업무를 거절하는 직원이 반드시 퇴사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업무와 개인생활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직원일수록 직무만족도와 성과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업무에 대한 노력을 줄이거나 포기하는 직원들은 이직 의향이 강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는 ‘조용한 사직’도 그 이유와 행동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는 조사 결과다.
8일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026 대한민국 직장생활리포트·FIT 진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조용한 사직은 크게 ‘경계 설정’과 ‘노력 철회’로 구분됐다.
조용한 사직은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지만 정해진 업무 범위 안에서만 일하려는 태도를 가리킨다. 이번 조사에서는 단순히 추가 업무를 거절하는 행동과 업무 자체에 대한 열의를 줄이는 행동을 구분해 직무만족도, 성과, 이직 의향과의 관계를 살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조용한 사직과 관련한 10개 문항을 분석해 두 가지 유형을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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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제공: 컨슈머인사이트 |
첫 번째는 일과 삶 사이에 선을 긋는 ‘경계 설정’이다. 맡은 업무에 충실하되 직장생활이 개인의 삶을 지나치게 침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태도다.
조사 결과 ‘일에 전부를 바치거나 야근이 당연하다는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응답이 52%로 가장 높았다.
‘일 외의 개인 시간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2%, ‘업무 범위 밖 요구는 거절하고 퇴근 후 추가로 주어지는 내 시간을 지킨다’는 40%였다.
이어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다’ 36%, ‘내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요구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32%로 나타났다.
두 번째 유형은 업무에 대한 열의 자체를 낮추는 ‘노력 철회’다.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일한다’는 응답이 37%였으며,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고 그 이상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지 않는다’는 33%였다.
‘다른 사람의 프로젝트나 업무에 끼어드는 일은 지양한다’는 32%, ‘요구되는 최소한의 일만 하고 그 이상의 노력은 기울이지 않는다’는 24%, ‘근무 중에도 업무보다 개인적 관심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는 21%로 집계됐다.
5개 문항의 평균 긍정률은 경계 설정이 40%, 노력 철회가 29%였다.
두 유형의 차이는 직무만족도와 성과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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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제공: 컨슈머인사이트 |
컨슈머인사이트 분석에 따르면 경계 설정 점수가 높은 직원일수록 스스로 평가한 직무만족도와 업무 성과가 함께 높았다. 이직 의향도 낮게 나타났다.
업무와 개인생활을 구분하면서 불필요한 추가 업무를 거절하는 행동이 반드시 낮은 업무 몰입이나 퇴사 의향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결과다.
반면 노력 철회 점수가 높은 직원은 직무만족도와 업무 성과가 낮았으며, 이직 의향은 높았다.
특히 경계 설정 점수가 높은 집단과 노력 철회 점수가 높은 집단의 이직 의향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용한 사직이라는 표현으로 묶더라도 실제 직장생활에서 나타나는 결과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퇴사를 생각하는 직원들의 행동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조사에서는 이직 의향과 노력 철회 점수를 기준으로 직장인을 네 집단으로 나눴다.
이 가운데 노력 철회 점수가 높고 이직 의향도 높은 집단은 31%였다. 반대로 노력 철회 점수가 낮으면서 이직 의향이 높은 집단도 15%로 나타났다.
노력 철회와 이직 의향이 모두 낮은 집단은 50%였으며, 노력 철회는 높지만 이직 의향은 낮은 집단은 5%였다.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 중에는 이미 업무에 쏟는 노력을 줄인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맡은 일에 충실하면서 퇴사를 고민하는 직원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노력 철회 점수가 낮으면서 이직 의향이 높은 직원은 현재 업무 성과만으로는 퇴사 가능성을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조용한 사직을 일률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경계 설정은 업무와 개인생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행동인 반면, 노력 철회는 업무에 대한 의욕이 줄어든 상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직 가능성을 파악할 때도 단순히 업무 성과나 초과근무 여부만 살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준호 컨슈머인사이트 부대표는 “정시 퇴근하는 직원과 마음이 떠난 직원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며 “조직진단에서 먼저 봐야 할 신호는 퇴근 시간이 아니라 ‘적당히’, ‘최소한만’ 같은 노력 철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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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제공: 컨슈머인사이트 |
이번 조사는 컨슈머인사이트와 HR교육컨설팅회사 엑스퍼트컨설팅, 경영진단컨설팅회사 비엑스컨설팅, 한양대학교 이승규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한 ‘2026 대한민국 직장생활리포트·FIT 진단’의 일부다.
지난 7월 전국 임금근로자 3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했다. 응답자는 남성 1621명(54.0%), 여성 1379명(46.0%)이며, 정규직이 2658명(88.6%), 계약직이 342명(11.4%)이었다. 조사 결과는 응답자의 자기평가에 기반한 것으로, 변수 간 관련성을 보여주지만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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