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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변호사법 제34조의 동업 금지 조항, 정의인가 규제 장벽인가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5-29 11: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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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법 제34조의 동업 금지 조항, 정의인가 규제 장벽인가”

 

 

 

 

▲최창호 변호사
1. 서

현행 변호사법 제34조는 비변호사 자본에 의한 법률시장 지배와 사건 브로커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비변호사와의 동업·이익분배 및 사건 알선 대가 지급 등을 폭넓게 제한하고 있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이를 법조의 공공성을 지키고 브로커에 의한 사법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평가한다. 그러나 리걸테크(LegalTech)가 고도화되고 융합 학문과 이종 산업 간 결합이 생존 조건이 된 현대 사회에서, 과연 이 조항이 여전히 사회적 정의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는 최선의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사법 정의의 수호라는 명분 이면에서, 이 조항이 오히려 법조 시장의 폐쇄성을 고착화하고 변화하는 시대적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규제 장벽으로 기능하는 것은 아닌지 헌법학적 관점에서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할 시점이다.


2. 목적의 정당성

우선 변호사법 제34조가 지닌 헌법적·사회적 취지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변호사는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 법치주의의 한 축을 담당하며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공익적 전문직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변호사의 영리 추구 활동으로 인해 직무의 공정성과 공공성이 훼손되면 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변호사법 제34조의 입법 목적의 정당성을 확고히 인정해 왔다.

만약 자본력을 가진 비변호사가 변호사를 사실상 지배하며 영리만을 목적으로 소송 시장을 좌우하게 된다면, 사법의 공정성과 변론의 독립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익보다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구조가 형성될 경우, 무분별한 소송 유도와 사건 상업화로 인한 국민적 피해 또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사건 브로커의 개입이나 자본에 의한 법률시장 왜곡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다만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 제한은 과잉금지원칙에 부합하여야 하며, 제한이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새로운 형태의 합법적 협업과 혁신까지 봉쇄하는 수준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3. 수단의 적합성 및 한계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목적의 정당성이 수단의 과도함과 시대착오성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 변호사법 제34조의 일률적이고 엄격한 규제 태도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과 관련하여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 소비자 관점에서의 사법 접근성 저해와 법익의 균형성 상실 문제다.
현대의 법적 분쟁은 세무, 회계, 노무, 특허, 의료,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기술 등 다양한 영역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소비자는 원스톱(One-stop) 종합 해결책을 원하지만, 현행 규제는 타 직역 전문가와의 유기적인 협업 및 수익 공유를 차단한다. 결과적으로 국민은 과도한 비용과 시간 부담을 떠안게 된다.
특히 고비용·고복잡성의 법률 서비스 구조가 지속될 경우 경제적 약자의 실질적 재판청구권은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 헌법상 재판청구권은 단순히 법원 문을 열어 두는 것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다. 제도 수호를 통해 달성하려는 사익(법조계의 직역 보호)보다, 규제 완화를 통해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사법 접근성 제고라는 공익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

둘째, 대안적 수단의 존재와 피해의 최소성 원칙 위배다.
기술 혁신을 통해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기회가 '동업 및 이익분배 전면 금지'라는 가장 강력한 수단에 가로막혀 있다.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왜곡 위험은 협업 자체를 원천 봉쇄하지 않고도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
예컨대 비변호사의 자본 참여를 일정 지분(예: 20~30%) 이하로 제한하여 경영권과 변론권은 반드시 변호사가 보유하도록 하거나, 불공정 알고리즘 및 불법 브로커 행위에 대한 사후적 감독과 징계를 대폭 강화하는 '완화된 규제 수단'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기술의 결합 가능성 자체를 무조건 사법의 오염으로 간주하여 전면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

셋째, 청년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청년 변호사들의 생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이 기술 기업이나 타 전문직과 협업하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자 하더라도 현행 규제 체계는 거대한 장벽으로 작동한다. 부작용 발생 가능성만을 이유로 건전한 시장 진입과 직업수행의 가능성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방식은 지나치게 경직된 접근이다.


4. 결

결론적으로 변호사법 제34조의 현행 규율 체계는 변화하는 사회 구조와 국민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해외 주요국은 전향적인 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영국은 ABS(대안적 사업구조, Alternative Business Structure) 제도를 통해 비변호사의 로펌 투자 및 동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였고, 미국 역시 일부 주(유타, 애리조나 등)를 중심으로 리걸테크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여 법률 서비스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고 한다.

전면적인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참고하여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합리적 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변호사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과 변론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두되, 일정한 공적 감독 아래 리걸테크 플랫폼과 타 직역 간의 합법적 협업 모델을 인정하는 방향이 타당하다.

법의 생명력은 사회 현실과의 긴장 속에서 끊임없이 조정되고 진화하는 데 있다. 전통적인 직역 보호 논리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혁신과 협업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모습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국민의 사법 선택권을 확대하고 법률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변호사법 제34조의 폐쇄적 규제 구조는 보다 전향적이고 유연한 방향으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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