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의 신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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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현 변호사 |
강압, 위계, 부당한 신문방법으로, 진실된 자백을 한 것이 아닌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다.
그런데, 법원 재판 중의 자백이 못 믿을 것으로 평가된, 특이한 일이 발생했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온 후, 항소심 판사가 불구속 재판 중인 피고인을 구속한 것이다.
피고인이 구속되자 변호인은 의견서에서, 재판장의 지적을 듣고 과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판사는, 피고인의 법정 진술 등을 근거로 유죄 판결하였다.
이 판결이 잘못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파기 사유다.
트랙터를 몰던 피고인은, 오토바이 운전자를 사망케 하였다.
좌회전 전 일시정지 않았다는 과실이, 혐의가 됐다.
과실 교통 사망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치사)가 된다.
1심이, 과실과 사고 사이 인과관계를 부정하며 무죄를 내렸다.
또, 일시정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도 했다.
항소심은, 검찰측 증인이 불출석하자, '증거인멸 및 도망우려'로 피고인을 구속했다.
구속 후 피고인의 심경이 변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교차로 진입의 우선권이 없다는 재판장의 지적을 듣고 잘못을 깨달아 과실을 모두 인정한다.'는 의견서를 냈고, 같은 취지로 피고인도 법정 진술했다.
전격 자백한 것이다.
판사는 피고인에게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격 자백한 피고인의 법정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또 불구속 피고인을 구속할 때는 각별히 유의할 것을 주문하였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구속된 사람은 허위자백을 하더라도 자유를 얻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는 경우가 있으므로, 부인하던 피고인이 법원의 구속 이후 갑자기 자백한 사건에서, 단순히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한 진술의 신빙성이나 증명력을 평가할 때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변호인의견서에는 일시 정지해 좌우를 살폈는지와 같은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시인하는 내용은 없고, 교차로 진입에 우선권이 없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는 취지만 기재돼 있을 뿐이다. 법적으로는 업무상 과실이 있음을 시인한다는 취지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진술이 모순되거나 합리성이 없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원심은 피고인의 진술이 자백으로서 유력한 증거가치를 갖는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석명권을 행사하는 등으로 그 취지를 정확하게 밝혀보고 당시 채택돼 있던 목격 증인들에 대한 신문절차를 거쳐 그 신빙성을 진지하게 살펴봤어야 했다. 나아가 불구속 상태에서 형사공판 절차를 진행하는 피고인을 구속할 때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대법원 2023도7405 판결; 2025. 8. 7. 법률신문)
공판 중에도 법관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할 수 있고,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
이때에도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유의하여, 정말 도주우려가 있는지, 재판 중 증거를 인멸 중인 정황이 있는지 살펴 처분해야 하고, 단순히 부인하고 있다는 이유로 구속해선 안 된다.
법원 자백도 완전히 믿을 것은 안 된다는 점을 밝힌, 뜻밖의 대법원 판결이다.
지당하다.
대구·경북 1호 형사전문변호사|대구고검 수사위원|대구·경북 경찰청 수사위원 역임|달서·수성 경찰서 청원심의위원|달성경찰서 민원조정위원|경북경찰청 교통사고심의위원 역임|대구경찰청 대구중부경찰서 대구북부경찰서 수사 특강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표창(2회). 경찰청장 감사장. 경북대총장 공로패|대한변협 이사|대구의료원 이사|항로표지기술원 이사|사법고시 48회|「수사와 변호」 저자|「시민과 형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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