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에 물들다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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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돌아서 간 바다의 발자국
뭍에 오르고픈 열망이
거품으로 스러질 때마다
다시 출렁이며 일어서는 곳,
어린 고동들이
모래톱 궁굴며 제 몸 상처를 핥고
엽낭게 부지런히 집을 짓는다
흰 깃발 철썩이며
달려오는 질긴 무릎들
곡선으로 돌아누운 해변으로
춤추는 갈매기들이
싱싱한 저녁을 물어 나른다
맨발로 스며드는 꽃지 섬, 일몰을 바라보다가
가끔 내 안에 일렁이는 파도까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날
나는 가만히 긍정의 힘으로 물든다
한국예총「예술세계」수필 등단(2003) 「미래시학」시 등단
시집「꽃지에 물들다」「소리계단」「챗-GPT에 시를 쓰지 않는 이유」
수필집 「그가 나를 불렀다」외 1권. 공저「3인의 칸타빌레」외 100여 권
현 계간「미래시학」주간. 도서출판「지성의 샘」주간
한국농촌문학상. 국가보훈콘텐츠 공모 수상. 둔촌이집문학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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