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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5.18 민주화운동 - 정승열 법무사

/ 기사승인 : 2019-05-23 12: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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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열.JPG
 
 

5월 18일은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이 되는 날이다. 1979년 10월 26일 이른바 궁정동 안가에서 대통령이 중정부장에게 시해된 10.26 사건으로 철옹성 같았던 유신정권이 무너지면서 우리에게 한줄기 서광이 비치는 듯 했지만, 정권을 탐낸 정치권인들의 12월 12일 내란으로 상황은 다시금 암울해졌다.

 

그러나 정권쟁취에 눈 먼 3김은 ‘서울의 봄’을 노래하며 금방이라도 정권이 손에 잡히는 듯 설쳤는데, 그 틈을 노린 정치군인들이 ‘5.18 광주사태’를 내란으로 규정하고 ‘광주사태’를 진압한 뒤 구국의 영웅으로 화려하게 등장하여 정권을 요리했다. 그 후 삼당 합당으로 신군부 정권이 사라지고 문민정부와 DJ 국민정부, 참여정부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비선 실세에 의한 권력 농단으로 유신 정부의 딸이 탄핵 되는 등 우리의 현대사는 고난과 질곡의 연속이었다.

 

‘촛불 혁명’으로 창조경제 정부가 무너지고 출범한 현 정부는 2017년 7월 19일 100대 국정과제 중 1번으로 철저하고 완전한 적폐청산을 내세우며 사회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권력형 적폐청산을 위한 대대적인 검찰수사가 시작되고,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해 공직사회 대부분이 수사·감찰 대상에 올랐으나, 2년여가 지나는 동안 경제는 점점 더 피폐해지고 실업자가 격증하고, 적폐청산의 성과는 지지부진하여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먼저, 적폐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하지만,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적폐’의 출발점이 어디부터인지 명확하지 않다. 물론, DJ 국민정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이후의 MB 정부와 ‘유신의 딸’ 정권까지를 의미하는 듯싶지만 그렇다면 신군부 정권 이후 삼당 합당으로 정권을 쥔 YS 정권이나 DJ 정부, 참여정부 시기는 적폐가 없는 무결점 시대였다는 것인지, 약간 애매하므로 청산의 잣대를 보다 명백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정부 일각에서 언급하고 있는 건국 시기부터 평가해도 좋겠지만, 오로지 두 정권 기간만을 무오류로 여긴다는 것은 객관적 타당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통합이 아닌 적과 내편으로 ‘편가르기식’ 적폐청산이 되어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광주사태’가 아닌 ‘광주민주화운동’을 이끈 유공자들을 객관적 기준 없이 선정했다며, 그 명단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대답이 없다. 또, 세월호 사고는 분명 우리 현대사에 부끄러운 민낯이지만, 그들이 과연 적과 싸우다가 순직한 장병들보다 더 고귀한 희생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 번쯤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현 정부가 적폐청산을 마치고 신선한 피를 공급하는 풍토를 만들겠다는 것을 반대하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현 정권 기간 동안에 적폐청산하고 정권을 내놓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대를 이어 적폐청산 하면서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아마도 후자일 것 같다. 그러나 ‘나를 믿고 나의 뒤를 따르라’ 식의 적폐청산은 ‘또 하나의 혁명’에 불과해서 청산 대상의 반발을 불러오거나 프랑스 혁명기에 구체제(Ancient Regime)를 청산하는 제3계급들이 테미도르 반동(Themidorian Reaction)으로 다시금 부르봉왕조를 부활시킨 쓰라린 교훈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사실 현 상황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합의로 이제 겨우 첫발을 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권력기관 개편 등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다음 달 활동 기간이 종료된다. 또,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도 국회 내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고, 부패방지권익위원회법 개정안 등 반부패개혁 법안과 빅데이터 3법 등 혁신성장 관련 법안도 처리가 난망한 상태다. 또 사회적 합의가 필요했던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를 정부가 밀어붙인 뒤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사실상 단절된 상태이고, 탈원전 정책은 전력수급과 에너지 전환 비전을 두고 갈등이 확산일로다. 당장 한전이 창사 이래 최대의 적자로 전기요금 요구가 새어 나오고 있는 등 서민들의 삶이 답답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적폐청산의 브레인들이 1년 뒤로 다가온 총선을 쫓아서 청와대와 정부청사를 떠나고 있는 현실은 정권 재창출로서 적폐청산을 이어나가겠다는 의도로 비쳐져서 순수성이 사라진다. 게다가 이런 가운데에 터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내로남불’이라는 현 정부의 사회개혁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악재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지난 2년여 동안 실업이 늘어나고 살림이 피폐해져서 적폐청산보다는 당장의 목구멍이 더 시급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물이 맑아야 고기가 살 수 있지만, 너무 맑으면 고기는 살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는 지난 9일 대통령이 사회 원로들을 초치한 자리에서 ‘적폐 수사는 이제 그만 끝내고 협치와 통합으로 나아가자’는 건의와 일맥상통한다고 하겠지만, 대통령이 원로들에게 ‘선(先)적폐청산-후(後)협치’라고 대답했다고 하니 당분간 보이지 않는 혁명 상태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 다만, 망월동 묘지에 묻힌 영령들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같은 반열에 오른 공훈자들을 보고 뭐라고 질책할지 두렵기만 하다. 오호라. 이날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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