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변호인 리포트] 무고는 계획범 - 천주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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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리포트] 무고는 계획범 - 천주현 변호사

/ 기사승인 : 2018-04-05 1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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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8일 대구 중구 한 건물 앞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된 A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함께 도박한 B씨로부터 당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의 진술은 단서가 됐다. 특히 경찰에 발견될 당시 B씨가 현장에서 도망치는 바람에 경찰은 B씨가 특수상해 또는 살인미수범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B씨는 서구 내당동 한 대형마트 앞에서 긴급체포됐다. B씨의 경우 중대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 중 경찰관에게 우연히 발견돼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긴급한 상태였다. 이제 B씨로부터 A씨의 상처사진, 진단내용, 사용된 흉기를 제시하며 자백을 받고, 범행동기를 밝히기만 하면 쉽게 수사가 끝난다. 그런데 뜻밖에 경찰은 이상한 느낌을 갖게 됐고, B씨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B씨는 A씨가 자해한 뒤 자신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했다. 그리고 다른 사건의 벌금 미납으로 수배 중이라 체포가 두려워 도망친 것이라 했다. 

 

겉으로 드러난 부분과 실제 발생한 일은 다른 경우가 많다. B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도 드러났다. A씨를 치료한 의사는 상처가 위에서 아래로 찔린 것이라 했고, 이는 통상의 상해사건과 다른 중요한 차이였다. 정면에서 가해자가 흉기로 복부를 찌를 경우 상처는 밑에서 위로 또는 직선 형태로 생기는 점을 고려하면, B씨가 가해자가 될 수는 없고 A씨가 자기 배를 찔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 경찰의 머릿속에는 A씨의 행적을 조사해 흉기의 출처와 소지 경위를 파악하는 일만 남았다.

 

CCTV를 분석한 결과 범인은 A씨가 더욱 확실해졌다. 사건 며칠 전 북구 한 시장에서 같은 흉기를 구입한 사람이 A씨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CCTV는 과학수사의 결정판이다. 과학수사 앞에서는 완강히 부인하던 피의자도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기 어렵다. 누가 봐도 자신이 범인인 것이 확실한데, 처벌 형량만 강화될 수밖에 없는 승산 없는 싸움을 계속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자신의 자해 사실을 자백했다. 도박판에서 B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저지른 행위라며 고개를 떨궜다.

 

A씨는 B씨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경찰에게 허위사실을 신고함으로써 무고죄를 범했다. B씨가 흉기로 찌른 사실이 없음에도 객관적으로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신고했고, 신고사실의 핵심도 모두 허위였다. A씨의 이 같은 행위는 신고사실 대부분이 사실이고 일부가 허위라거나,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한 것이 아니다. 정황을 다소 과장하는 경우라 함은 강간당한 사실을 신고하면서 상해사실을 포함시키는 것, 금번의 상해결과가 아닌 오래전의 골절 사실까지 기재된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허위사실 신고는 자발적이어야 하는데, A씨는 미리 흉기를 준비해 B씨로 하여금 만져보게 해 B씨의 지문이 묻도록 한 점에서 계획적이며 자발적이다.

 

한편 A씨는 신문과 추궁 끝에 자백한 것이지, 범행 발각 전에 자진해 자수한 것이 아니므로 감경 사유가 없다. 범죄피해가 중대해야만 특종사건이 되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준비된 계획범죄를 과학수사로 진실을 밝힌 경찰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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