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춘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채권양도 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
- 2019. 12. 19. 선고 2016다24284 전원합의체 판결을 중심으로 -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피고는 건물 신축공사에 관하여 A건설사와 총계약금액 249억 원의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공사계약서에는 'A사는 이 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공사대금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A사는 B사에 공사대금채권 중 일부를 양도하고 피고에게 이를 통지하였다. 그 후 A사는 공사 중 부도처리되었고 회생절차를 거쳐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그 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A사가 양도한 공사대금채권을 포함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자 피고는 공사대금채권이 B사에 유효하게 양도되었으므로 원고는 채권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항변하며 원고의 지급청구를 거절하였다.
이 사안에서는 채권양도 금지특약의 효력이 특약을 체결한 당사자, 즉 종전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만 미치는지, 아니면 그 외의 제3자에 대해서도 미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원심은 A사가 피고의 동의 없이 공사대금채권을 B사에 양도한 것은 계약상의 채권양도 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로서 그 효력이 없으며 금지특약이 채권의 증서인 도급계약서 자체에 명시되어 있어 손쉽게 알 수 있었으므로 B사가 양도 금지특약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6. 4. 7. 선고 2015나4353, 4360 판결). 이에 대해 피고가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상고 기각)
[다수의견] 채권양도 금지특약의 유효성을 인정하여 양도 금지특약이 있는 경우 채권의 양도성이 상실되어 원칙적으로 채권양도는 무효라고 판단하여 왔던 대법원 판례의 법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①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에서 ‘양도하지 못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양도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없다.
②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채권양도를 금지하는 특약을 하였다면 이는 그 채권의 속성을 이루게 되고, 민법 제449조에서 별도의 규정을 두어 양도 금지특약에 관하여 규율하는 것은 특약의 효력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까지 미치도록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
③ 양수인이 악의라 하더라도 채권은 유효하게 양도된다면, 양수인은 채무자의 항변에 따라 이행을 청구할 수 없게 되어, 지명채권의 귀속(양수인에게 귀속)과 권리행사의 가부(채권자가 행사)가 괴리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④ 양도 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을 일응 유효하다고 인정하는 국제규범이나 외국 입법례는 대부분 제한적 범위 내에서 ‘해석’이 아닌 ‘법 규정(입법)’으로 이를 규율하고 있다.
⑤ 양도 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에 대하여도 압류 전부가 가능하거나, 전득자가 선의라면 양수인이 악의더라도 전득자는 채권을 유효하게 취득한다는 것은 법령의 해석에 따른 것으로 판례 사이의 모순·충돌이라고 볼 수 없다.
[소수의견] 양도 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라도 채권은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이전하는 것이고, 채권양도의 당사자가 아닌 채무자의 의사에 따라 채권양도의 효력이 좌우되지 않는다. 즉 양수인은 채무자에게 채무이행을 구할 수 있고 채무자는 양도인이 아닌 양수인에게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진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에서 ‘양도하지 못한다’고 한 부분은 문언 그대로 채권자가 약정에 따라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을 양도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② 양도 금지특약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양수인을 비롯한 제3자에게 대세적으로 효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③ 양도 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대한 증명책임의 분배와 선의의 전득자 보호에 관한 판례도 채권적 효력설을 따를 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④ 민법은 채권의 양도가 가능함을 원칙으로 삼고(민법 제449조 제1항 본문),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한하고 있으므로(민법 제449조 제2항), 양도 금지특약은 채권양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정되어야 하고, 당사자 상이의 양도 금지특약으로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채권의 양도성을 박탈하는 합의를 인정하는 것은 채권의 양도성을 인정하는 원칙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어 양도 금지특약이 대세적인 효력을 갖는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⑤ 양도 금지특약이 있는 경우에 채권양도에 따른 채권의 이전은 금지되면서도 전부명령에 따른 채권의 이전을 허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혼란을 가져온다.
3. 판례 해설
이 사건의 쟁점은 채권양도 금지특약의 효력이 특약을 체결한 당사자, 즉 종전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만 미치는지, 아니면 그 외의 제3자에 대해서도 미치는지 여부이다. 전자의 입장이 채권적 효력설, 후자의 입장이 물권적 효력설인바, 대법원은 종래부터 채권양도 금지특약의 유효성을 인정하여 양도 금지특약에 반하는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하여 물권적 효력설을 취하여 왔는데(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다8834 판결, 대법원 2000. 12. 22. 선고 2000다55904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47685 판결 등), 대상판결은 이러한 기존 판례의 입장을 변경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관하여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물권적 효력설에 따라 채권양도가 무효라는 이유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채권의 재산권화·담보화 등의 추세에 따라 자유로운 채권양도의 필요성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현행 민법 조항의 해석상으로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유지하는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일응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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