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수지분권자 간의 공유물 인도청구의 가부
-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287522 전원합의체 판결 -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소외 1과 소외 2가 각 2분의 1 지분으로 공유하는 토지 중 소외 1의 지분은 甲이 단독으로 상속하고 소외 2의 지분은 乙이 형제들과 함께 공동으로 각 상속하였다. 그 후 乙은 토지의 일부(7732㎡ 중 6432㎡)에 소나무를 심어 그 부분 토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였다. 이에 甲(2분의 1 지분권자)은 乙을 상대로 소나무 등 지상물의 수거, 토지의 인도,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기존 판례는 공유물을 점유하는 소수지분권자(乙)에 대하여 다른 소수지분권자(甲)가 부동산 인도(또는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를 청구할 경우 甲은 보존행위로서 위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던바, 이 사건의 제1심(의정부지방법원 2017. 11. 30. 선고 2015가단120970 판결)과 원심 법원(의정부지법 2018. 10. 18. 선고 2017나214900 판결)은 기존 판례의 태도에 따라 甲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고, 이에 乙이 상고하였다.
이 사안에서는 공유 토지의 소수지분권자(乙)가 다른 공유자의 협의 없이 지상물을 설치하는 등 그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경우 다른 소수지분권자(甲)가 지상물 제거와 토지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 대법원 판결요지
[다수의견]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인 피고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하지 않고 공유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경우 다른 소수지분권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공유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공유자 중 1인인 피고가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어 다른 공유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공유물의 인도를 청구하는 경우, 그러한 행위는 공유물을 점유하는 피고의 이해와 충돌한다. 애초에 보존행위를 공유자 중 1인이 단독으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보존행위가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행위는 민법 제265조 단서에서 정한 보존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② 피고가 다른 공유자를 배제하고 단독 소유자인 것처럼 공유물을 독점하는 것은 위법하지만, 피고는 적어도 자신의 지분 범위에서는 공유물 전부를 점유하여 사용ㆍ수익할 권한이 있으므로 피고의 점유는 지분비율을 초과하는 한도에서만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가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위법한 상태를 시정한다는 명목으로 원고의 인도청구를 허용한다면, 피고의 점유를 전면적으로 배제함으로써 피고가 적법하게 보유하는 ‘지분비율에 따른 사용ㆍ수익권’까지 근거 없이 박탈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
③ 원고의 피고에 대한 물건 인도청구가 인정되려면 먼저 원고에게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권원이 인정되어야 한다. 원고에게 그러한 권원이 없다면 피고의 점유가 위법하더라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데 원고 역시 피고와 마찬가지로 소수지분권자에 지나지 않으므로 원고가 공유자인 피고를 전면적으로 배제하고 자신만이 단독으로 공유물을 점유하도록 인도해 달라고 청구할 권원은 없다.
④ 공유물에 대한 인도 판결과 그에 따른 집행의 결과는원고가 공유물을 단독으로 점유하며 사용ㆍ수익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일부 소수지분권자가 다른 공유자를 배제하고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인도 전의 위법한 상태와 다르지 않다.
⑤ 원고는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하면서 원고의 공유지분권을 침해하고 있는 피고를 상대로 지분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피고가 자의적으로 공유물을 독점하고 있는 위법 상태를 충분히 시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의 독점적 점유를 시정하기 위해 종래와 같이 피고로부터 공유물에 대한 점유를 빼앗아 원고에게 인도하는 방법, 즉 피고의 점유를 원고의 점유로 대체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원고는 피고의 위법한 독점적 점유와 방해 상태를 제거하고 공유물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공유자 전원의 공동 사용ㆍ수익에 제공되도록 할 수 있다. (중략)
이와 같이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공유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ㆍ사용하고 있는 경우 다른 소수지분권자는 공유물의 보존행위로서 그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고, 다만 자신의 지분권에 기초하여 공유물에 대한 방해 상태를 제거하거나 공동 점유를 방해하는 행위의 금지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판례 해설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은 기존 대법원 판례의 유지를 주장하며, ① 소수지분권자에 불과한 피고는 다른 공유자들과의 관계에서 공유물의 전부나 일부를 독점할 권리가 없으므로, 피고의 독점 점유는 전체가 위법하고, 점유의 사실적·불가분적 성질을 고려할 때 피고의 점유가 그의 지분 범위에서는 적법하고 이를 초과하는 한도에서만 위법하다고 나누어 볼 수 없으므로, 공유자들 사이에 아무런 합의나 결정이 없어서 피고가 보유하는 ‘지분비율에 의한 사용·수익권’이 어떠한 내용의 것인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면 피고에게 공유물 전부의 인도를 명하더라도 피고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 ② 원고의 인도청구를 허용한 결과 종전 점유자인 피고가 일시적으로 점유에서 배제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는 피고의 독점적 점유를 해제하고 위법 상태를 시정하기 위한 조치로 인한 반사적 결과이므로 불가피하고, 보존권을 행사한 원고는 인도 집행을 마친 다음에는 선량한 보관자의 지위에서 공유물을 공유자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하며, 보존행위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배제됐던 피고도 이때는 다른 공유자들과 함께 공유물을 공동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으므로, 민법 제265조 단서에 따른 보존행위를 실현하기 위한 차선책으로서 공유자 중 1인인 원고가 일단 피고의 점유를 해제한 뒤 이를 공유자들의 공동 이용에 제공하도록 하는 것은 부득이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기존 판례의 입장에 따를 경우, 甲이 인도청구에서 승소하여 인도를 받게 되면 甲이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또 다른 위법상태가 초래되고, 점유를 상실한 乙이 다시 甲에게 동일한 소송을 제기하게 되어 결국 무용한 소송이 반복되는 결과에 이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에 찬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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